Rainbow Bible Class

“망각(忘却), 죽음에 이르는 병”

 

 

이스라엘의 성소와 성전은 종교집회만을 위한 장치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그곳에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 ‘바로를 치시고 홍해를 육지로 바꾸어 걷게 하시던 위대한 구원의 하나님’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것이 예배와 종교의 본질입니다. 삶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생명을 보호하시고 유지해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그들(유다 백성)은 기억해야만 했고, 흑암의 절망 속에서도 미래를 가능케 하시고 구원을 베푸시는 분이 구원자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그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은총은 영원할 것이며, 심지어 지금과 같은 심각한 위기와 절망의 시기에도 하나님의 성실하심은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예배를 통해 계속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것’은 우리가 잃어버릴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커다란 ‘잃어버림’이며, 모든 것을 ‘상실’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유다가 AD 587년에 상실한 것은 단순히 ‘땅’이나 ‘예루살렘 성’이나 ‘성전’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잃어버린 것은 왕정제도가 아니라 그들의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기억’마저 상실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과거를 상실한 사람, 추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는 미래도 없습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중증 치매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 잊고, 자기를 낳고 기르신 야웨에 대한 추억과 삶의 의미 또한 망각한 채 죽음이 임박한 도시에서 목적 없이 배회하고 방황하는 백성들을 보고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억상실증이 무서운 이유는 과거라는 생명의 일부분을 강탈해 가버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억이 사라지면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와의 관계가 끊어집니다. 현재의 나를 과거의 나와 연결시킬 수 없다면 미래 또한 연결될 수 없습니다. 과거를 잃어버림으로써 미래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에게는 그 때가 슬픔의 계절이요, 비탄의 때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 류호준, 「인간의 죄에 고뇌하시는 하나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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