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입덧과 기도” 유감

 

 

미국에 살고 있는 큰 딸이 결혼 2년 만에 아이를 가졌다. 첫애라서 그런지 입덧이 보통 심한 게 아니다. 나는 멀리서 그 소식을 듣고도 그저 안타까웠는데 엊그제 딸을 만나게 되었다. 이제 임신한지 3개월을 넘어서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고 담당 의사의 처방에 따라 다니던 직장도 쉬고 집에 누워 있다. 큰 딸을 본지 6개월 만이다. 집에 찾아갔다. 소파에 누워 있다가 아빠가 오자 반갑게 맞아들인다. “네 엄마도 너를 가졌을 때 그렇게 심하게 입덧을 했거든”하며 어느 정도 마음을 안정시키려 애썼다. “첫째 아이는 언제나 그런 거야. 제일 똑똑하고 잘 난 아이를 낳으려면 그 정도 값은 지불해야겠지?”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딸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물론 아빠로서 간절하게 기도했다. 얼굴이 너무 상할 정도로 고생하는 딸이 애처로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을 나서면서 “앞으로 3주 정도만 더 고생하면 다 사라질 것이야” 라며 몇 마디 농담을 건냈다. “아빠는 당장 입덧이 없어지라고 말해야지 어떻게 3주를 더 고생하라고 하느냐?”고 웃으며 맞받아친다. 나 역시 질소냐? “그렇게 생각하다가 내일부터 입덧이 가버리면 더 기쁘고 좋은 것이 아니냐?”고 억지를 부렸다. 좌우간 행복한 부녀간의 만남이었다. 그 다음날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하고 아내와 함께 딸의 집을 나왔다. 다음날 다시 찾아갔다. 어제보다 훨씬 좋아진 것이 눈에 확 띄었다. “역시 네 아빠는 영력이 센가보다. 안 그래? 어제 기도했더니 오늘 네 상태가 좋아졌잖아.” “아니거든요! 나는 어제 아빠가 ‘주여 삼창’을 외치고, 안수기도를 세게 해주기를 바랐는데, ㅎㅎㅎ” 라며 나를 압박한다. “그건 아니지, 내 기도가 용한가 봐. 너 지금 보니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잖아. 안 그래?” 우리 모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속을 달랜다고 우동을 시켜 먹었다. 그리고 오랜만의 만남인지라 신학적 논쟁(?) 역시 계속되었다. “아빠가 기도해서 네 입덧을 잡은 것이야. 역시 내 기도 빨이 센 것 같아! 네 아빠에게도 영력이 있다는 가시적 증거야!”라며 우기자 딸도 질세라 ”아니거든요, 제 입덧이 가라앉을 때 즈음에 아빠가 기도한 것이에요“라며 웃었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소박한 행복이었다.

 

기도란 무엇일까? 영력이 있는 기도가 있을까? 영력은 특정한 사람의 전매특허인가? 기도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내가 기도했기 때문에 입덧이 가라앉은 것일까? 입덧이 가라앉을 때 즈음에 내가 기도한 것일까? 어느 쪽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두 가지가 다 맞는 말일까? 어쨌든 입덧을 덜하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요한복음에 어떤 눈먼 자가 눈을 뜨게 된 사건이 기록되어있다(9장). 사람들은 그 사람의 소경됨이 누구 때문인지에 관심이 많았다. 치열한 신학적 논쟁이 있었다. 이야기의 끝부분에 당사자의 말이 나온다.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단순하고도 소박한 대답을 한다. “나는 그 신학적 논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압니다. 전에는 내가 앞을 보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앞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25절) 우리는 이것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신앙은 설명이 아니라 고백이며 믿음은 논리가 아니라 감사이다.

 

[무더위를 씻어내는 한 여름의 소낙비를 쳐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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