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5 14:20
“세상풍경 일화: 포장마차에서”
얼마 전 아주 오랜 친구들을 만났다. 47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인데 나만 목사이고 친구들은 아직 교회에 다니지는 않는다. 서로 말을 놓고 이름을 부르지만 그래도 내가 목사라고 얼마나 깍듯이 대해주는지 몸 둘 바를 몰랐다. 60대 중반을 다 넘었으니 현역에서 은퇴한지 여러 해 되어 그날그날 소일하거나 등산을 하거나 손자 손녀를 보거나 간혹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단다. 그 중 사업하는 친구들은 아직도 열심히 사업 확장에 몰두하면서도 곧 다가올 손 뗌을 준비 한단다. 어느 식당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였다. 나를 빼놓곤 술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이라 식사에 반주를 들었다. 점점 얼굴에 홍조를 띠기 시작한다. 자연 말도 많아지고 목소리도 좀 높아진다. 그 중 한 녀석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서 여기에 올려본다.
얼마 전 포장마차에서 옛날 직장 친구들을 만났단다. 모두 지공선사(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참선을 하는 도사들. 65세 이상 노인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부여하는 작위임!)들이기에 지하철을 타고 와서 만난 것이다. 이야기가 무르익자 막걸리를 거나하게 주고 받으며 정치, 경제 문제로부터 마누라, 아들, 며느리, 손주들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술이 오르자 만면에는 홍조 빛이 역력했다. 그중 좌중을 선도하는 한 친구가 이말 저말 하는데 다른 친구가 “야, 통금시간이 되어간다. 이제 서서히 일어나야지?” 그러자 그 친구가 “요즘 세상에 뭔 통금이냐? 대리운전 부르면 되잖아. 아니다, 돈이 드니 그냥 내 차로 갈까?”하고 농담조로 말하니 좌중이 떠들썩하게 웃는다. 차도 없는 주제에 라며. 근데 그 순간 어느 젊은 놈이 느닷없이 포장마차 속으로 들어오더니 “좋은 시간 보내시군요. 그런데 음주 운전하시면 벌금에 구속까지 됩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헐.
술잔을 돌리던 친구들은 기분 좋은 술판이 깨어지는 것에 화가 났답니다. “저 미친 개** 때문에, 술맛 버리네! 재수 없어!”하고 몇 마디 더 쏴붙였답니다. “너는 위아래도 없냐? 정말 싸가지 없는 자식이네. 꺼져!” “너 몇 살이냐?” 그 정신 이상한 놈이 뭐라고 했는지는 말을 안 해 더 이상 듣지 못했다.
그 친구의 경험담을 들고 있던 식당의 우리들은 “아니 그 놈을 그냥 두었어? 아휴. 세상에. 요즘 별별 놈들이 많아. 위아래도 모르고, 싸가지도 없고, 무례하고 쯧쯧..”하며 혀를 찼다. 그 말을 들은 나도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에 별종들도 많구나. 그놈은 스토커도 아니고, 사이코페스도 아니고, 사복경찰도 아니고 도대체 뭐야?” “반사회적 성격장애자들, 열등감에 찌든 사람들, 무례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지?” 그래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니 그저 불쌍히 여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요상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친구들은 다시 반주를 즐기며 노후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초겨울 밤이 깊어가는 어느 날이었다. “애들아, 내가 목사래도 다음엔 내가 ‘처음처럼’ 사줄게!” 사람이 처음처럼만 같아도 이리 각박하거나 살벌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 성령에 처음처럼 취해야 할텐데.
“겨울 아침거리” Howard Street, Petoskey, MI
지공선사! 부럽습니다 ㅎㅎㅎ
저는 언제 공짜타보나... 저는 그 청년에게 감사하다고 해야할것 같은데요?
저같으면 "안전하게 대리운전 불러서가세요". 하겠습니다. 교수님^^
*요즘 석의방법론때문에 멘붕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