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3 18:37
“구치소 풍경과 영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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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분이 주어졌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 나눠 써야하니 3분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하나. 안녕하냐고 묻기도 그렇고, 잘 있었느냐고 말하기도 그렇고, 목은 잠기는 듯했다. 구치소 면회를 간 것이다. 평생에 딱 두 번째다. 꼭 가봐야 하는 지인이었다. 구치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감자 면회를 기다린다. 다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들이다. 중년의 아주머니는 딸을 데리고 온 것 같다. 허리가 고부라진 할머니는 뭔 사연이 있어 이곳에 오셨나? 둘러보니 웃음기 하나 없는 비통한 얼굴들이다. 미리 예약한 사람들이 한 떼씩 줄을 지어 소리 없이 들어간다.
면회하러 들어가기 전에 대기소 한쪽에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다. 테이블 위에서 뭔가를 적는 것이 보였다. 내가 찾던 곳이다. 영치금 입금신청서를 작성하는 곳이다. 시간을 기다려 쪽방 면회 장소로 들어갔다. 유리로 가려져 얼굴만 쳐다볼 수 있다. 수인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1445번. 수인 뒤에는 교도관이 입석하여 모든 내용들을 듣고 있었다. 내 앞에 마이크 같은 것이 있어서 이야기가 전달된다. 시간을 재는 기구가 내 앞에 놓여 있다. 얼굴을 쳐다봤다. 몇 마디 건넸다. 수척했으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게 할당된 3분이 긴 건지 짧은 건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머지 시간을 넘기고 나왔다.
잠시 둘러보았다. 저지른 죄 때문에 모두 이곳에 와 있겠지. 죄의 경중은 있으리라. 그에 상응하는 벌도 있으리라. 물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그들 때문에 고통하고 괴로워하고 다른 사람들의 곱지 않은 눈총을 받아야 하는 가족들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슬픈 생각이 들었다. 못난 자식 두어서 고통 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고,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아들 때문에 꼬박 날을 새우며 우는 늙은 어머니도 있고, 아버지가 그렇게 나쁜 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어쩔 줄 몰라 부끄러워 자신의 목숨을 끊을까 생각하는 어떤 20대 딸도 있으리라. 죄를 지어 타인에게 고통을 주었다면 응당 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 때문에 어떤 위로로도 아물지 않을 고통과 상처를 입고 있을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한다 말인가. 참 세상이라는 것이 요지경이다. 구치소의 풍경이 세상살이를 축소해놓은 듯해서 더더욱 허탈하다. “죄는 미워해도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옥에 갇힌 자들 찾아갈 때는 그 사람의 죄의 경중을 따져야할 이유가 있을까? 그저 가는 거 아니겠어.
"옥에 갇힌 자들 찾아갈 때는 그 사람의 죄의 경중을 따져야할 이유가 있을까? 그저 가는 거 아니겠어." 가슴에 와 닿는 말입니다. 전 아직 구치소 면회를 한 번도 간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갈 일이 없어야 할까요? 주님은 옥에 갇힌 자를 돌아보라고 하였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