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6 23:45
“좋게 말하다”
영화배우 신성일 씨가 세상을 떠났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풍운아, 영화계의 큰 별이 졌다. 오늘 장례식을 치렀다고 한다. 공인들이나 유명인들의 장례식 식순에는 반드시 “조사”(弔詞) 순서가 들어간다. 조사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장례식에서 죽은 자를 기억하며 상을 당한 가족들과 조문객들을 대상으로 말하는 공식적 연설이다. “조사”(弔詞)는 문자적으로 죽은 이를 슬퍼하여 위로의 뜻을 나타낸 애도의 글이라는 뜻이다.
한편 “조사”(弔詞)에 해당하는 영어단어가 있는데 Eulogy(유로지)다. 이 단어는 고전 헬라어 “유로기아”(εὐλογία)에서 유래했는데, “좋은” “참된”이란 뜻의 “유”(eu)와 “단어들”, “문자”라는 뜻의 “로기아”(logia)의 합성어로, Eulogy(유로지)는 “칭송하는 말” “찬양하는 말” “높여 기리는 말”이라는 뜻이 된다.
동양적 전통의 “조사”(弔詞)는 슬퍼하고 위로하는 데 방점이 있다면, 서양의 유로지(Eulogy)는 죽은 자의 살아생전의 삶을 칭송하고 좋게 말하여 슬퍼하는 이들의 슬픔을 누그러뜨리고 좋은 기억만을 간직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비록 죽은 이가 살아있을 때 좋지 못한 행실들이 있었다 손치더라도 그런 것들은 그대로 묻어두고, 그래도 좋았던 추억들을 되살려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연설이기에 “유로지”(eulogy), 즉 “좋게 말함”이다.
마지막 떠나는 마당에 그 사람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것에 인색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남은 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장례식뿐 아니라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좋게 말하는”(eulogy) 습관을 갖는다면,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좋은 말”(eulogy)들을 할 것이고, 장례식장에는 차디찬 기운보다는 따스한 미소와 웃음들이 서글서글한 눈물방울과 함께 아롱지리라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훗날 나를 위해 eulogy를 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두고 봐야겠다! ㅎㅎㅎ
참고로, 성경에 기록된 여러 "조사"(Eulogy)들이 있지만 그 중 마음을 저미게 하는 조사(애도사)는 단연코 다윗이 한때는 자신의 장인이었던 사울과 다윗의 평생 우정을 지켜온 사울의 아들 요나단 부자의 죽음에 대해 "진심으로 좋게 말한" 조사다. 삼하 1:19-27에 기록된 "활의 노래"이다. 기억할 만한 애도사요 조사요 유로지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읽는다면 만감이 교차하는 착잡한 심정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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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성일 씨 장례식에서 조문객에 대한 답사를 부인 엄앵란 여사가 다음과 같이 했다고 한다. "‘가만히 앉아서 사진을 보니까 참 당신도 늙고 나도 늙었네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세상 떠나면서 나는 울면서 보내고 싶진 않아. 누가 나더러 왜 안 우냐고 하더라. 그런데 울면 망자가 몇 걸음을 못 걷는다고 하더라. 마음이 아파서"라며 "그래서 지금은 억지로 안 울고 있다. 이따 밤 12시에 이부자리에 누워 울겠지"라고 말하면서 "그동안 희로애락도 많지만 엉망진창으로 살았다.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이제는 선녀 같이 공경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고 한다.
조사
류호준 교수님께서는 좀 함께 식사하자시면,
항상 괜찬다고 하시며 신학생들이 무슨 돈이있야며 사양하셨습니다.
그러다 이렇게ㅠㅠ... 지금까지 좋은 말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