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9 16:02
“운명 위에서 썰매 타듯이”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지은 교향곡 5번에는 별명이 있다. “운명 교향곡”(독, Schicksals-Sinfonie, 영, symphony of destiny)이라 불린다.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의 첫 악장의 4음에 대해 베토벤은 “운명은 이렇게 문을 두드린다”라고 설명했다는 일화에서 이런 별명이 주어졌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철학적으로 고상한 단어인 “운명”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우리네 한국의 범부(凡夫)들은 운명을 “주어진 팔자(八字)” 혹은 “운수”(運數)라고 부른다. 운명타령이든 팔자타령이든 운수타령이든 우리의 삶이 우리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탄식하는 외침임에 틀림없다.
운명은 주어진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무엇이 어떻게 주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모두가 아는 사실은 끝이 있다는 점이다. 아마 그래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Memento Mori)는 명구가 회자되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주어진 끝을 향해 가는 과정이 예측불허라는 점이다.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를 타는 것이 인생살이이리라. 누군가는 삶을 세 글자(ups and downs)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가을에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의 첫 악장을 들으니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반추하게 된다. doodle chaos 라는 닉네임을 가진 어떤 창작가가 베토벤의 5번 운명 교향곡을 동영상으로 기막히게 표현한 적이 있어 여러분과 공유해본다. “운명”이란 아주 가느다란 오선지(五線紙)의 선(線)들 위로 썰매를 타고 숨 가쁘게 쉴 사이 없이 달려야하는 “선 타는 아이”(Line Rider)와 같다는 것이다. 참고로 doodle chaos에서 doodle은 바쁘고 복잡한 일상의 일들과 미팅들과 사건들이 진행되어가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처리하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지루해 하거나 딴 생각을 하면서 뭔가를 끼적거리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겉으로는 덜렁거리며 껄렁거리는 듯해도 실제로는 복잡한 것을 아주 쉽게 단순화하는 능력입니다. 혼란과 혼돈(chaos)을 아주 가볍게 단순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베토벤보다 더 능력의 창작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주어진 삶의 오선지 위에서 저렇게 스릴 있게 살아가는 단순미와 경쾌함 그리고 유머스러운 움직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래 동영상을 보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vcBn04IyELc
겨울이 되면 썰매장에가서 이어폰으로 운명 교향곡을 들으면서 내려가볼려구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