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0 00:02
“9.19 남북 정상회담을 보면서 스쳐가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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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양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만들어내었다. 감격스런 장면들이었다.
그럼에도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이 쓰리고 답답했을 것 같다. 이렇게 운신의 폭이 좁으니 말이다. 남과 북의 만남 안에는 온갖 변수가 많겠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가까운 이웃으로 살아가려는 원칙적 상호동의가 있어도 외세에 의해 추인되고 인정받아야만 현실자체가 서글프기만 하다. 자기의 힘으로 자기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디테일들에 있어서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더욱이 남과 북의 문제를 풀어감에 있어서 예측불허의 트럼프 씨의 트윗에 온통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자체가 그렇지 않은가? 4대 강국들에 둘려 욱여쌈을 당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오래전부터 이런 일에 익숙해왔지만, 이제는 좀 더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우리 손으로 풀어가려면 우방이라고 불리는 미국과도 때론 날을 세워가며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씨는 한국을 우습게 여기는 숨겨진 독단적 오만함을 계속해서 보여줄지도 모른다.
국내정치에서 욱여쌈을 당하고 있는 트럼프는 매일같이 트윗을 날려 자신의 러시아 연결을 조사하고 있는 FBI를 비난하고, 특검을 맹 조롱하고, 자기가 임명한 법무장관은 바보처럼 가만히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게 미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날리는 트윗질의 내용이다. 최근에는 백악관의 고위 관리가 익명으로 영향력 있는 일간지에 백악관의 무능과 허술함을 고발하는 기사를 기고했고 엊그제는 트럼프와 함께 잠을 잔 창녀가 나서 그와의 섹스 사건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는 국내정치의 입지가 점점 조여오고, 게다가 11월에 치르는 중간선거에 대한 압박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공화당이 이겨야 국정을 좀 편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문제는 그에게 북한문제는 기막힌 호재라는 사실이다. 비핵화 문제를 대의명분 삼아 북한을 압박하는 일을 통해 골치 아픈 자신에 관한 여러 이슈들을 바깥으로 돌리려 하는 듯하다. 북한문제가 계속되어야 자기 정치생명에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정치적 이슈선점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보다 더 매력적인 아이템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밀당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서의 궁극적 평화 정착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미국의 체면과 이익,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치적 실익에 견주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북제제를 계속될 것이고,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상호협력의 디테일들은 사사건건 미국의 허락을 받아내야 하는 어정쩡한 일들은 계속될 듯 보인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해먹기 참으로 힘들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4대 강국 중에 한국이 제일 많이 눈치 봐야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어서 부지런히 국력을 키우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다. 북한문제에 관한한 정치권은 당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초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 발목잡기나 평가절하나 빈정댐과 같은 유치한 작태는 버리고 애국적 일념으로 하나가 되어 대외적 압력을 막아 내야 하지 않겠나. 특히 생각 없는 친미는 한심한 사대주의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자주 독립국으로 의연하게 국제사회에서 자기위치를 지켜나갈 뿐 아니라 다른 연약한 나라들을 선도해 나가는 멋진 국가가 되기를 기도해본다.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