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4 01:34
“F.F. 브루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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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을 죽이는 방식 중에 하나는 옛날 책들을 꺼내어 읽는 일이다. 옛날 책이라 함은 1980년 초 내가 미국에서 신학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교과서로 사용했던 책들이다. 물론 책의 저자 이름을 떠올리면 돌아가신 동네 옛 어른들이 생각난다. 요즘 신학생들에게는 생소한 이름들이겠지만 나에겐 옛 추억을 소환하는 친숙하고 정겨운 이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F.F. Bruce라는 영국의 신약학자이다. 해박한 지식과 명석한 논리로 지난 시대 신약학계의 거장 중에 한분이다. 그는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성경비평학과 석의 교수였지만 요즘 흔한(?) 박사학위도 없었던 그러나 그 누구도 추월할 수 없었던 학문의 위대함을 지닌 학자였습니다. 그가 저술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내 서재 한구석에서 우연히 눈에 띠여 꺼낸 책이 그의 대표적 저술 《바울》이다. 오래전에 원서로 읽었었는데 오늘 내 책장에 꽂힌 책은 한글 번역본이다. 원서 제목은 Paul: Apostle of the Free Spirit이다. 제목과 함께 부제를 쉽게 풀어보자면, 《바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도》이다. 브루스 박사는 고후 3:17을 인용한다.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
요즘 개인적으로 사도행전을 공부하고 있는데, 사실 사도행전의 상당부분은 사도바울의 전도여행 기록이다. 여러분 머릿속에 지중해 연안의 소아시아와 그리스 전역의 지도가 그려지는지 모르겠다. 다메섹, 예루살렘, 다소, 시리아 안디옥, 구브로의 살라미와 바보, 비시디아 안디옥, 이고니온, 루스드라, 더베, 밤빌리아, 버가, 앗달리아, 베니게, 사마리아, 갈라디아, 쁘루기아, 드로아, 사모드라게, 네압볼리, 빌립보, 암비볼리, 아볼로니아, 데살로니가, 베뢰아, 아테네, 고린도, 에베소, 밀레도, 가이사랴, 그레데, 멜리데, 마지막으로 로마까지.
소아시아와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전역을 헤집고 다녔던 바울. 정말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복음에 사로잡혀, 성령에 이끌려 지중해 연안과 도서와 산지와 바다를 마다않고 부활하신 예수를 증언하는 일에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하나님의 사람. 그가 남긴 발자국을 더듬어 따라가는 동안 존경과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복음에 미친 사람,
브루스의 바울은 역사가로서 브루스의 탁월함과 신학자로서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고전적 작품이다. 사도행전을 공부하면서 이 책을 꺼내 보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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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을 소개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고, 내 책장 속에서 발견한 브루스의 《바울》이 두 권인데,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보니 같은 책이다. 하나는 양장본으로(17,000원), 다른 하나는 페이퍼백(9,000원)으로 같은 출판사에서 찍어낸 책이다. 둘 다 증정본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출판사(크리스천 다이제스트)에서 내게 선물로 보낸 책이다. 출판사 대표가 학교 후배며 유학생활도 같이 한 일이 있어서 언제나 내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하기야 내가 귀국해서 낸 두 권의 주석서 《아모스서》와 《히브리서》가 모두 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두 권 중에 한 권은 아무든지 먼저 내게 오는(방배동의 연구실) 사람에게 공짜로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다 보니 길어졌다.
교수님, 늦은밤 두근거리게 하는 말씀 감사합니다.
부디 내일 먼저 방문하는 그 이 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듭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