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벽돌 같은 교의학”

 

[1] 괜스레 출판하라고 충동질을 했나보다 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요즘처럼 불황의 늪을 허우적거리는 기독교 출판 시장을 생각하면 그런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오늘 이 책을 받고 보니 더더욱 그렇다. 11월이 가는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미안한 마음이 막 든다. 그래도 뿌듯하고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압도되기도 하다. 적어도 그 크기와 분량에서 그렇다. 물론 내용은 더더욱 그렇지만.

 

[2] 아주 오래전 네덜란드에서 공부할 때 호기심도 발동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집어든 조직신학(교의학) 책들이 있었다. 하나는 지금 소개하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네덜란드 신학계에 심각한 논쟁을 일으킨, 말년에는 슬프게도 유니테리언이 되어버린 해리 카위터르트(harry kuitert)의 조직신학 책이었다(Het algemeen betwijfeld christelijk geloof, 1992 = 영어본 I have my doubts: how to become a Christian without being a fundamentalist, 1993). 평소 조직신학에 관심이 많아서 그쪽 분야를 전공해 볼까 하였기에 – 아마 페친들 가운데는 내가 아주 오래 전에 안토니 후크마의 조직신학 3부작과 고든 스파이크만의 《개혁신학》을 번역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 그만 두고 조직신학 책들을 번역하고 읽는 것으로 만족했다.

 

[3] 네덜란드에 좀 더 보수적이며 경건한 전통의 개혁신학교가 아펠도론 신학교다. 그 신학교에 교의학자인 판 헨더렌(J. van Genderen)과 펠레마(W.H. Velema) 박사가 공저한 교의학을 집어 들고 여기저기 필요한 부분을 읽다가 “오호 이 책 괜찮네!”하고 있었는데, 번뜩 떠오른 생각이, 나중에 한국에 가면 누구엔가 출판을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책이 한글로 번역 출판되어 오늘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화란어 제목(Beknopte gereformeerde dogmatiek)에 붙어 있는 형용사 Beknopte는 “간결한” “간추린” “요약된” “핵심적인”이란 뜻인데, 영어로는 concise로 번역한다. 문제는 네덜란드어로 본문만 832쪽이고, 영어번역으로 886쪽인 대작이고 한글로 1447쪽이나 되는데, 이걸 어떻게 “간결한”, “간추린”, “요약된” 교의학이라 할 수 있나?

 

[4] 책을 읽어보면 대답이 분명하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신학생)들이 알아야만 하는 것만 쓰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다른 학자들과 대화를 할 때에라도 논쟁적이지 않고 핵심만 파악하여 알려주고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 내가 벽돌 같은 교의학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책의 분량과 두께 때문만이 아니다. 그 논지와 신학적 입장의 확고함과 견고함 때문이다. 개혁신학의 기초를 굳건하게 세우는 데 이보다 더 견실한 책을 만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한국의 개혁신학의 기초를 제공했던 루이스 벌코프의 조직신학이 그 가치와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번역상의 어려움과 문체의 딱딱함 때문에 누군가 새롭게 번역하여 이해하기 쉽게 출판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나니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5] 책을 읽는 방식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만 이 책을 비롯한 신학 책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이 아니다. 바보 같은 사람만 그렇게 읽는다. 우선 목차를 보고 관심이 있거나 흥미가 있는 부분을 찾아 읽는다. 아니면 필요할 때마다 이곳저곳을 읽는다. 읽다보면 앞뒤로 확장해서 읽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런 방식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특별히 교의학이나 주석과 같은 책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니 벽돌 같은 이런 책을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정독하겠다는 만용은 일찌감치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베개 삼아 잠을 청하다가, 불현듯 읽고 싶은 생각이 들면 얼른 일어나 관심 있는 항목을 펼쳐서 정독하라는 것이다. 귀와 눈과 마음에 쏙쏙 들어올 것이다.

 

[6] 4년 전에 내가 새물결플러스를 충동질하여 번역 출판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한 것이 씨가 되어 이렇게 나왔으니, 나도 일말에 책임감을 느낀다. 이 글을 읽는 내 제자들 가운데 이 책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나에게 잘 이야기해보시라. 누가 알겠는가? 착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 ㅎㅎㅎ

 

[7] 아래는 이 책에 실린 나의 추천단평이다.

 

“네덜란드서 공부 할 때 이 책을 접하면서, 개혁신학을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진술하는 저자들에게 큰 감명을 받았다. 이후에 한국어 번역을 부탁했던 계기가 이렇게 열매를 맺게 되었으니 크게 기뻐하며 축하한다. 주로 영미권 신학자들의 저술에 익숙한 한국의 독자들에게 유럽 대륙의 개혁신학 전통, 특별히 네덜란드의 개혁신학 전통의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출판의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책은 성경신학적으로 튼실하고,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서와 벨직(네덜란드) 신앙고백서, 도르트 신조와 같은 역사적 신조를 존중하며, 칼빈과 바빙크로 이어지는 개혁신학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우리 시대의 여러 큰 신학자들(카이퍼, 칼 바르트, 베르까우워, 훅스마, 카위터르트, 판 룰러, 스킬더, 위르겐 몰트만, 헨드릭쿠스 베르크호프, 판넨베르크 등)과 대화를 통하여 개혁신학을 명료하고 간결하게 논증해 나가는 작업에 탁월성을 보인다. 이 책은 개혁신학의 정수를 요약해서 제시할 뿐 아니라 독서 과정을 통하여 교리사적 흐름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목회자의 책상 위에 두고 언제라도 상의할 신학 상담자가 될 것이다.”

 

J. 판 헨더렌 & W.H. 펠레마, 《개혁교의학》 신지철 옮김 (새물결플러스, 2018), 1447쪽, 정가 7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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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본에 대한 본문비평학적 논평을 하나만 하자면,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 눈에 띈 영어판의 오류가 한글판에서 그대로 나타난 경우가 발견되었다! 신학자 가운데 안토니 후크마(Anthony Hoekema)가 있고 헤르만 훅스마(Herman Hoeksema)가 있다. 성만 따지자면 비스무레하여 헷갈릴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학적 입장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런데 영문판(914쪽)이나 한글판(1442쪽) 인명 색인에는 성은 후크마(Hoekema)라고 하고 이름은 H(erman)이라고 잘못 표기한다. 즉 A. Hoekema라고 해야 할 것을 H. Hoekema라고 잘못 표기한 것이다. 분명 Herman Hoeksema를 염두에 두고 잘못 표기한 것이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니 그냥 지나가도 될 일을 직업병이 도져서 그러니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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