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1 13:01
[클린조크: 여자는 하나님과 동급인가?]
며칠 전 무지개성서교실 홈피에 올린 “공무도하”(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에세이를 읽은 어느 신참 할매가 내게 질문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할배 수발 드는 할매보다, 할매 수발 드는 할배가 더 힘들어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꼬?”
이런 종류의 질문이 오면 나는 자동적으로 성경에서 대답을 찾으려는 직업의식이 발동합니다. 성경신학자의 몹쓸 직업병입니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다음과 같이 대답을 했습니다. 아주 논리적입니다. 성경적 여성주의(Biblical Feminism)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겁니다.
(1)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지상최대의 불편한 진실
- 아내는 남편보다 억수로 강하다.
- 여자는 남자보다 무지하게 강하다.
- 하와는 아담보다 아주 강하다.
(2) 성경적 근거가 확실하다.
- 하나님은 창조주이시다.
- 하와는 아담을 “돕는 자”로 창조되었다.
- 하나님은 우리를 “돕는 분”이시다!
(3) 논증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 따라서 하와는 하나님과 동급이다. 두 분 모두 “돕는 분”이기 때문이다.
- 게다가 두 분 모두 같은 DNA를 가진 "하"씨다!
- 너무 가까이 하다보면 타버리는 수가 있고
-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얼어 죽는 수가 있고.
- 취급주의 넘버원!
(4) 모든 신학적 논증은 영광송(doxology)로 마쳐야하기에
- 아내(마누라)여, 영원 하라!
- 여인(여성)이여, 영원 하라!
- 도우시는 하나님이여, 영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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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위주의 사회였던 고대근동지역에서 출판된 기독교 성경 안에 “여성들의 위대한 구원 행위들”을 담고 있는 내용들이 도처에 진주알처럼 박혀있다는 자체가 여간 충격적이고 파격적이지 않습니다. 놀라울 뿐입니다. 성실한 기록관으로 알려진 고대의 서기관들마저도 여성인물이 등장할 때 가끔씩은 사시나 편견 섞인 글투를 보이는 것은, 당시에 여성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는지를 힐끗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물론 나쁜 남자들이 있었던 것처럼 나쁜 여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개혁파 신학에서 가르쳐주듯이 “모든 인간성은 전적으로 부패했기 때문입니다.”(total depravity).
그럼에도 성경의 독자들이 아래에 거명된 여인들에 대해 얼마나 알까? 그들의 상대역 남성들에 대비하여 말입니다. 이제는 균형을 잡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적어도 이것이 성경적 여성주의의 최소한의 주장이고, 이 주장은 특정한 이념에 천착한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일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모두 성경이 가리키고 있는 지향점에 눈을 고정하고 그 지점을 향해 함께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와, 사라, 리브가, 라헬, 십브라와 부아, 라합, 룻, 요게벳, 미리암, 드보라, 사렙다 과부, 한나, 훌다, 에스더, 흔한 이름의 마리아들, 루디아, 브리스길라, 나인 성 과부, 마르다, 우물가의 여인 등. 이 출석부에 빠진 여인들의 이름을 적어 놓으세요. 혹시 당신의 아내와 딸과 손녀들의 이름일 수도 있을 겁니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아래 책을 소개합니다. 적극 권장합니다. 내 밑에서 제 1호 구약학 박사 학위논문(전도서 연구)을 쓴 김순영 박사(한영신대)가 오랫동안 잊혀 온 성경의 여성들을 좀 더 넓은 독자층에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글에는 학문적 날카로움과 여성의 부드러움이 기막힌 배율로 조화를 이룹니다. 해석의 명쾌함과 글의 풍성한 질감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가고 있네요. 아마 “아하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왜 이 사실을 모르고 지냈지? 스스로 부끄럽네.”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김순영,《어찌 그 여자와 이야기하십니까?》(꽃자리, 2017), 240쪽, 10,000원
교수님! 이 글을 참고해서 설교원고 만들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