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바울 전기"

 

내가 쓰려고 마음을 먹었던 “바울 전기”를 라이트 형님이 먼저 쓰셨네. 참내, 손주들과 놀고 있는 사이에 기회를 빼앗겼네. 좌우간 사도바울에 관한 멋진 전기(Biography)가 N.T 라이트(Wright)의 손에서 나왔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바울 전기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의 연대기적 행전(발자취)을 중심으로 기술하되 바울서신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신약학자들은 사도행전의 역사성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많이 갖고 있는데 반해 라이트(제임스 던도 마찬가지겠지만)는 사도행전의 바울 묘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소중한 신학적 해석까지 곁들인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바울이 다메섹에서 회심한 직후 예루살렘의 사도들에게 가는 대신에 아라비아 광야로 들어간 일을 다음과 같은 기발한(?) 해석을 보여준다. (1) 바울이 아라비아 반도에 이른 것은 이스라엘 역사의 시발점인 시내 산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 구약 전체의 역사를 자신의 사역의 근간으로 삼게 되었다는 것이고(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신실하게 보살피고 이끌어 가셨는지를 보여주는 역사), (2) 또한 아라비아 광야로 들어가는 바울의 여정은 구약의 엘리야 이야기를 반향하고 있다는 해설이다. 즉 모든 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상황(바알 제사장들의 극렬한 광기)아래 엘리야가 광야에 들어간 것은 시내산 언약의 시발점으로 들어간 것인데, 바울 역시 사람들의 전통이 아니라 언약의 하나님께로 가기 위해 아라비아 광야로 들어갔다는 모형론적 해석)

 

어쨌든, 라이트는 이 책에서 학문적 각주(미주)는 거의 달지 않는다. 각주(미주)라 해봐야 성경인용이다. 그것도 대부분 사도행전 구절 인용이다. 라이트 형님은 그저 술술 읽히는 이야기처럼 바울 전기를 써내려간다. 아주 내 마음에 든다! 내가 섬기던 교회에서 몇 년 전 사도행전을 거의 일 년 반 넘게 가르치고 공부하면서 바울 전기를 써야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는데, 결국 라이트 형님에게 그 기회를 탈취 당했구나! 오호 슬프도다!

 

바울 전기를 위해 라이트는 사도행전의 바울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서 기술한다. 책의 제1부에서는 다메섹, 아라비아, 다소, 안디옥을 다루고, 제 2부에선 구부로, 갈라디아, 예루살렘, 유럽의 아테네, 고린도, 에베소, 다시 고린도, 다시 예루살렘을, 제3부에선 가이사랴에서 로마까지 가는 바다 항해를 다룬다.

 

특별히 행전 27장의 바다항해와 파선 장면은 누가복음의 마지막 절정인 예수의 재판과 십자가형과 평행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문학적 기능을 한다는 라이트의 해설, 즉 “어둠의 세력”이 양쪽(누가복음과 사도행전) 내러티브에 기승을 부리지만 결국 어둠의 세력이 이기지 못한다는 하나님 나라의 궁극적 승리를 선포한다는 해석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라이트의 신약성서 읽기의 또 다른 해석학적 자태를 보여준다. 구약과 신약의 통전적 읽기, 특별히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의 경륜이 구약과 신약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는 라이트의 신학 사상 말이다. 참고로 그가 신약성경을 번역하면서 제목으로 Kingdom New Testament라고 붙인 것과 그 번역 안에 그리스도라는 단어는 없고 모두 메시아로 번역한 것은 그가 구약과 신약을 통전적으로(이스라엘의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왕국)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일 것이다.

 

집 근처에 있는 대형 서점 반스 앤 노블(Barns & Noble)에 갔다가 저 책을 찜해 놓고, 다시 집 근처에 베이커 북 스토어(Baker Book Store)에 갔다. 왜? 내가 수십 년 전에 이 서점에 목사로 등록해 놓았기 때문에 언제나 20% 할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미시간 호수에서 읽기에 참 좋은 바울 전기다!

 

어느 출판사에서 번역을 하겠지만, 사도행전으로 설교하려는 목사들에게는 필수적인 책 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또한 성경을 사랑하는 일반 신자들에 읽기에 너무도 좋은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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