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일상 에세이: "추억 불러내기"

2017.11.24 22:05

류호준 조회 수:371

"추억 불러내기"

 

89세인 노모는 과거를 기억하는 일에 너무 힘들어 하신다. 부축하지 않고서는 거동을 할 수 없고 최근엔 인지능력이 상당히 떨어지셨다. 아내가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나 어렸을 적 엄마 아버지 동생들 모두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찾아서 어머니 방에 놓았다. 저녁 즈음 가족사진을 보여드리면서 한 사람씩 누구냐고 물었다. 언어상실증이 있으셔서 말을 무지 더듬으신다. 눈으로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조금 후에 다시 보여드렸더니 내 여동생만 알아보시고 “주옥이!”라고 하신다. 여동생 어렸을 적 이름이다. 당신의 남편도 나를 포함한 나머지 자녀들도 못 알아보신다. 하기야 60년이 넘은 사진이니.

 

조금 후에 다시 보여드렸다. 사진을 한참 뚫어지게 보신다. 그리고는 남편 얼굴에 손을 갖다 대신다. 하시는 말씀, “참 잘생겼네!” 하신다. 이게 무슨 말씀인가?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했다. 조금 후에 그 사진을 잡고서는 남편의 얼굴에 대고서는 다시 “잘 생겼어!”라고 하시며 얼굴을 쓰다듬으신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는 아버지와 겨우 15년을 함께 사셨고 – 나는 아내와 37년째 함께 살고 있음에 비하면 너무 짧은 기간을 - 아버지는 한창 때인 42살에 하늘로 가셨으니, 어머니는 남편 없이 거의 50년을 홀로 지내신 셈이다. 몸도 마음도 기억력도 인지능력도 언어사용능력도 급속하게 쇠하여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쓰럽다.

 

****

 

엊그제 “엄마, 천국에 가실 때 제가 모시고 갈께요.”라고 했더니 “너는 안 돼,”라 하신다. “왜요?” “너는 네 마누라 있으니까 안 돼. 나 혼자 갈꺼야.” “혼자 가시면 길을 잃어버려요.” 그러자 하시는 말씀, “나 혼자 잘 찾아 갈 테니 너는 나중에 오거라.” 하신다. 마음으로 한참 울었다.

 

*****

 

주님은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십니다.

우리가 한낱 먼지임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인생은 풀과 같습니다.

 

들판에 핀 꽃처럼 자랍니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꽃은 떨어집니다.

그 있던 자리는 흔적조차 남지 않습니다.

(시 103:14-16, 사역)

 

"추억을 더듬다"

엄마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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