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대림절 이야기: “비극 속에 은혜의 빛줄기가”]

 

 

미국의 신학자이며 목사인 그레이그 반스(M. Craig Barnes)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피츠버그 지역에서 목회와 그 지역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중 지금은 프린스턴 신학교의 총장이 되어 일하는 목사 교수입니다. 마음 저미는 자서전적 설교에서 그는 자신의 슬픈 갈망과 허물어진 기대들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 신비롭게 스며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오늘이(2010. 12.5) 우리 형과 내가 우리 아버지를 장례했던 십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버지는 내가 16살이 될 때 집을 나가셨습니다. 가출하신 후로 그는 이리저리 도망하듯이 다니셨습니다. 형과 나는 아버지를 찾으려 나섰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냄새를 맡으셨는지 그는 곧 그곳을 떠나셨고 사라지셨습니다. 결국 플로리다 주 한복판 어딘가 너덜너덜한 이동용 자동차 단지(trailer park)에서 아버지는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아버지를 알지 못하는 이웃 마을의 목사님은 이틀 동안이나 아버지의 가족을 수소문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그의 자녀들의 인생에 일어났던 중요한 추억들과 사건들을 다 놓치고 말았습니다. 졸업식, 결혼식, 손자손녀들의 출생, 형과 내가 목사로 안수 받던 날들, 나와 형이 모두 박사학위를 받던 날들, 이 모든 추억들을 다 놓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기도하고 기도했습니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돌아오시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내가 목회하고 설교하는 교회에 나타나실 날들을 학수고대하며 꿈꿨습니다. 저의 간절한 소망과 바람은 그가 예배가 끝 난후, 저 뒤에 제가 서 있을 때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면서 “잘했어, 아들아!”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에서 나는 넋을 놓고 관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를 위해 드렸던 그 수많은 기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하늘의 마룻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나와 형은 아버지의 유품을 조금이라도 건져볼까 하고 그가 지내던 트레일러로 갔습니다. 아버지의 삶의 단편들을 수집하여 퍼즐 맞추듯 맞춰 아버지의 삶을 보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였습니다. 부엌에 가보았더니 아버지의 경건일기장이 있었습니다. 여러 성경구절에 대해 느낀 점과 자기가 드렸던 기도문들이 적혀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신앙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목이 메었습니다. 무거운 짐이 내 어께에서 벗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낡아서 너덜너덜하게 된 한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페이지 맨 윗줄에는 “매일의 기도 제목들”이라고 써져 있었습니다. 기도목록의 첫 두 줄에는 형과 내 이름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겪어야만 했던 그 외로운 광기(狂氣)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버리고 떠나도록 그를 내 몰았던 그 고독한 광기를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죽는 날까지 나와 형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웠는지요. 처절한 고독 가운데 계셨던 아버지는 우리 두 아들에 대해서 하나님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드리셨던 것입니다. 비록 어떤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내용들을 하나님께 조곤조곤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 와중에서도 나를 그 순간까지 견디어 낼 수 있도록 한 그분의 “충분한 은혜”가 그 안에 있었던 것입니다.

 

홈.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무재개 성서교실은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5] 류호준 2018.03.29 1991
793 신앙 에세이: “순례자의 고백” file 류호준 2020.03.22 129
792 신앙 에세이: “전복적 메시지” file 류호준 2020.03.19 111
791 신앙 에세이: “간단하고도 분명한 사실” file 류호준 2020.03.06 825
790 신앙 에세이: “희망을 낚으려면” file 류호준 2020.03.06 217
789 사순절 묵상: “저는 괜찮은 죄인인데요?” file 류호준 2020.03.04 158
788 신앙 에세이: “길(道)의 사람들” file 류호준 2020.03.03 115
787 일상 에세이: “예배 취소” 류호준 2020.02.28 248
786 신학 에세이: “교회공동체와 전선(戰線)” 류호준 2020.02.26 120
785 오늘의 기도: “주님, 바다를 가르시고 풍랑을 잠재워 주소서” 류호준 2020.02.22 206
784 신문사 대담: “목회자는 성경 무시하고 교인은 성경에 무지… 이래서야” [4] 류호준 2020.02.14 179
783 신앙 에세이: “한결같이” file 류호준 2020.02.11 121
782 신학 에세이: “기억하고 기념하라!” 류호준 2020.02.07 124
781 신앙 에세이: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file 류호준 2020.01.28 285
780 신앙 에세이: “오래전 어떤 조언” 류호준 2020.01.27 137
779 신앙 에세이: "함께 춤을 추실래요?" file 류호준 2020.01.24 217
778 클린조크: "뚜레쥬르" [1] 류호준 2020.01.12 417
777 클린조크: "나도 종말론 집회를 할까?" [1] 류호준 2020.01.08 179
776 신앙 에세이: “경이로운 하나님의 선택” [2] file 류호준 2020.01.04 155
775 신앙 에세이: "경쟁의 사각 링에 던져진 교회들" [1] 류호준 2019.12.16 532
» 대림절 이야기: “비극 속에 은혜의 빛줄기가” file 류호준 2019.12.10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