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포도원의 노래”

이사야 5:1-7

 

[청어람 강연 (2018.3.23)의 일부분 입니다]

 

좌절과 배신의 경험

 

당신이 무엇엔가 모든 것을 다 쏟아 바쳤다고 합시다. 긴 밤들을 보내었고 상당한 돈도 투자했으며 땀과 눈물도 많이 흘렸습니다. 지극한 정성을 다해 그것이 성공하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이 인간관계일 수도, 새로 시작한 사업일 수도, 자녀의 교육일 수도, 아니면 자신의 학업이나 직장 승진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휴가를 즐길 때, 당신은 그 일에 몰두했습니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신이 그렇게도 애지중지하고 사랑했던 그것에 모든 것을 다 바쳤습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신앙고백처럼 마음에 담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애썼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기도하고 기대하고 애썼던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은 뒤틀려갔으며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개선하려고 했던 부부간의 관계는 악화되어 넘지 못할 선을 넘게 되었으며, 자녀들은 속을 썩였으며, 사업은 부도 직전에 있으며, 직장에서의 승진은 커녕 해고 일보 직전입니다. 하늘은 무너져 내리고 강물은 목까지 차오릅니다. 좌절과 절망과 분노만이 허공에 메아리칩니다.

 

하나님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하셨습니다. 아니 지금도 하시고 계실 겁니다. 그것은 그가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키웠던 당신의 백성 때문이었습니다. 예언자 이사야 목사님은 하나님을 포도원 농부에 비견하여 이 사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본문은 포도원 농사에 모든 것을 다 바친 어떤 농부에 관한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일명 “포도원의 노래”라고 불립니다.

 

포도원의 노래

 

농부 하나님은 당도가 높은 질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습니다.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쏟아 바쳤습니다. 휴가도 외출도 그리 흔한 가족 외식 한 번도 없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포도원을 돌봤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 포도원은 그의 사랑이었고 애인이었고 그의 삶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 일입니까? 그 수고는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시금떨떨한 야생 포도를 맺은 것입니다. 분명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는데,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 쏟아 부었는데, 이제 와 보니 형편없는 그래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시고 떨떠름한 들 포도를 맺은 것입니다. 순간 맥이 빠졌습니다. 허탈했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가 소리 지릅니다. 분노의 탄성입니다. “내가 내 포도원을 위하여 행하지 않은 것이 뭐가 더 있단 말인가?”(4절)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들의 시어터진 포도, 떨떠름한 포도는 다름 아닌 그들의 포악과 학대와 착취와 불의한 행동들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정의가 없는 삶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입에서 토해내실 그들의 불의한 일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바라신 것은 “공평”(히, 미슈파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포악”(히, 미슈파하)을 생산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서 “정의”(히, 쩨다카)를 기대하셨지만 그들의 삶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학대받는 약자들의 “울부짖음”(히, 쩨아카)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정의와 공의를 상실한 미친 사회였습니다. 이제 그들은 하나님의 분노의 포도주 잔을 들이켜야 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이사야서는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의 삶을 하나님의 토라(가르침)라는 내시경(內視鏡)으로 들여다본 결과를 기록한 건강검진 결과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평소에 건강관리에는 아주 소홀했습니다. 기름진 육류를 너무 좋아했고 정신을 혼미케 하는 술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직장에선 폭탄주를 부하직원들과 즐겨 마셨으며 그 술자리에선 각종 이권 청탁이 오고갔습니다. 물론 책상 밑으로 뇌물과 각종 이권 개입 리베이트가 건네졌습니다. 이렇게 사는 동안 그의 보이지 않는 지방간 수치는 점점 높아지고 당 수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요동을 쳤습니다. 혈관은 좋지 못한 콜레스트롤(cholesterol)로 인해 경화(硬化)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그에게는 아무런 예후(豫後)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런 저런 이유로 마지못해 종합검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중년에 들어선 그에게 내시경 검사(endoscopy)는 필수였습니다. 검사결과는 치명적이었습니다. 그의 몸속에는 불치의 악성 암세포들이 림프를 타고 온몸에 퍼져 있었던 것입니다. 전이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고,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 유다와 예루살렘의 내면을 내시경으로 들여다본 결과였던 것입니다.

 

정의를 요구하시는 하나님

 

이게 어디 옛날 유다와 예루살렘에 국한 된 이야기이겠습니까? 오늘 우리 사회와 교회들 역시 이 지경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근자에 한국교회의 도덕성을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물신숭배사상, 대형화 추구, 목회자들의 경건성과 신실성의 추락, 기업식 문어발 교세확장, 끊이지 않는 성추문, 거짓을 밥 먹듯 하는 위선, 교회주도권을 둘러싼 끊임없는 법정 소송들, 기독교 사업가들의 탈세, 약자에 대한 교묘한 착취 행태 등 불명예스런 목록의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증상들은 정의와 공의를 우습게 여기거나 가볍게 여김에서 시작된 불행한 결과들입니다. 하나님은 공의와 정의로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크리스천들은 하나님을 두려워(경외)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가족과 사회와 학교와 국가가 정의롭고 공평하기를 원하십니다. 정의와 공의를 상실한 사회는 하나님의 분노의 대상입니다. 이사야와 동시대 선배 예언자인 아모스의 저 유명한 외침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옵니다. “정의를 끊임없는 강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5:24)

 

[위의 글은 류호준, 이사야서 1 (새물결플러스, 2016), 108-111에서 발췌한 것임]

 

[청어람 강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자 이범의 목사의 강요에 못이기는 척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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