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영화 빠삐용 촬영지" 유감

2014.08.04 22:34

류호준 조회 수:5217

영화 "빠삐용" 촬영지 유감

 

 

지구의 남반구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에 왔습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오데자이네이로와 함께 세계 삼대 미항(美港)의 하나라는 시드니입니다. 시드니의 아이콘이라면 시드니 항구의 유명한 다리(Sydney Harbour Bridge)와 함께 오페라하우스(Opera House)를 떠올릴 것입니다.

 

아는 분의 안내로 시드니의 또 다른 명소를 가게 되었습니다. 영화 빠삐용(“나비라는 뜻의 프랑스어)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스티브 맥퀸이 절해고도의 감옥에서 자유를 찾아 남태평양을 마주보고 있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뛰어내렸다는 장소를 찾아가게 된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이 장소가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 스티브 맥퀸이 뛰어내는 바로 그 절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방문한 이곳은 광활한 남태평양에서 시드니 항만으로 들어가는 양쪽 대문과 같은 입구 중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선 North Head라고 불리는 지역이었는데, 다른 하나는 남쪽에 위치한 South Head가 있고 그곳에 전통적으로 빠삐용의 절벽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Gap Park이 있습니다. 이 두 대문 사이로 대형 선박이 시드니 항구로 들어오는데 항구는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둥글고 포근한 형태입니다.

 

내가 간 곳은 North Head였는데, 나를 데리고 간 사람에 의하면 이곳이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마치 제주도의 주상절리의 몇 배나 큰 절벽이었습니다.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문제는 시드니를 찾아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곳에 대한 학설이 구구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드니의 South Head에 있는 Gap Park이 그곳이라고 합니다. 아마 인터넷에 들어가 영화 바삐용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은 시드니 항의 South HeadGap Park이라는 곳이 촬영장이라는 불로거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나를 데리고 간 사람은 시드니에 거주한지 25년이 된 교민인데, 그는 오늘 자기가 데리고 간곳이 진짜 그 영화 촬영지라고 했습니다.

 

나는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하였습니다. 영어판 위키피디아(wikipedia)에 들어가 빠삐용”(Papillon-film)을 검색하니 영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자료 출처까지 나와 있었습니다. 영화 촬영에 관한 항목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 영화의 절벽 점프 촬영지는 호주의 시드니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티브 맥퀸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그 유명한 점프는 하와이의 마우이에서 찍은 것입니다. 스티브 맥퀸은 절벽에서의 점프를 대역을 세우는 대신에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훗날 그는 그것을 내 일생에 가장 현란한 경험들 중의 하나였다고 회고하였습니다”(“Steve McQueen’s famous cliff-jumping scene near the end of the film took place on the cliffs in Maui, Hawaii. McQueen insisted on performing the cliff-jumping stunt himself, and later referred to it as "one of the most exhilarating experiences of my life").

 

하와이의 마우이라! . 어제 시드니의 노스헤드(North Head)를 방문하면서 여기가 스티브 맥퀸이 뛰어내린 장소구나 라며 흥분을 금치 못하고 즐거웠었는데, 그런 흥분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얼마나 허망한지요!

 

그러나 이런 생각도 잠시였습니다. 영화 빠삐용을 생각해 보았다. 빠삐용 영화 촬영지를 찾는 것이 정말로 그 영화를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일까 하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호주의 시드니에서 빠비용이 정말 점프했던 곳을 찾아보며 여기가 빠삐용이 뛰어내린 곳이야. 내가 이 역사적 사실의 현장을 방문했어!”하며 흡족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연상해 보았습니다. 하기야 나도 그랬으니깐! 그러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영화 빠삐용이 말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유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 자유를 얻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용기가 얼마나 위대하고 멋진가!” 뭐 이런 것일 겁입니다.

 

달리 말해 영화의 그 마지막 장면의 촬영지가 어디인지는 결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그 촬영지의 정확한 위치와 장소를 아는 것이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몰라도 된다는 것입니다. 성서학적으로 말하자면 촬영지가 어딘지를 찾는 것은 성경을 연구하면서 그것이 발생했던 역사적 장소와 시간을 정확하게 찾아내야 본문의 의미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성지순례에 목숨을 건 한국교회의 일부 사람들의 맹목적 열정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물론 주인공인 스티브 맥퀸이 영화에서 절벽을 뛰어내린 것만은 사실이지만, 영화에 나오는 그 절벽이 실제적으로 어디에 있는 곳인가를 아는 것은 전혀 영화의 이해에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드니면 어떻고, 시드니 항만의 북쪽 입구의 절벽이면 어떻고, 시드니 항만의 남쪽 입구(Gap park)면 어떻고, 하와이의 마우이면 어떠한가요? 자유를 찾아 절벽을 뛰어내린 스티브 맥퀸의 자유에로의 갈망과 열정이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는 것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우리가 들어야할 메시지를 주는 도구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때때로 그 영화가 어디에서 촬영되었는지를 찾아 나서는 일에 목숨을 거는 역사비평주의자들이 성서신학계에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 빠삐용 촬영지 유감(有感)입니다. 그리고 유감(遺憾)입니다!

 

[아래는 어제 내가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 촬영지로 확신하고 기뻐하며 찍었던 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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