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세월호” 이름 유감

2014.05.06 00:12

류호준 조회 수:4872

세월호이름 유감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침몰한 배의 이름입니다. “세월의 뜻이 궁금했습니다. 나는 해나 달을 단위로 하여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으로서 세월”(歲月)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을 넘어서”, “세상을 초월해서”, “세상 바깥으로라는 뜻의 한자어 세월”(世越)이었습니다.

 

글쎄요? 누가 이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 이름치고는 매우 독특한 한자 이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혹시 청해진 해운 선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구원파의 창시자인 권신찬의 사위인 유병언이라면, 구원파의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나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이단들과 사교집단의 특징 중에 하나가 조직 내의 강력한 응집력과 철저한 대외적 배타성입니다. 역대의 기라성(!) 같은 이단들 박태선의 전도관, 유재열의 장막성전, 이만희의 신천지 중 이 특성에서 벗어난 집단은 하나도 없습니다.

 

구원파에게 있어서 중요한 두 가지 단어가 있습니다. "믿음"과 "구원"입니다. 이점에 있어서 기성교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믿음이 있어야 구원을 받게되고, 일단 구원을 받은자는 결코 버림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무슨 짓을 해도 구원은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구원”은 "영혼구원"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의 삶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구원파가 가르치는 구원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처럼 "영혼구원"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보통 믿음이 아니라 열정적인 믿음이어야 합니다. 열정적인 믿음은 구원파에 속하여 거기서 가르치는 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구원파에 속한 자들만이 구원을 받는다는 배타성이 강조되고, 자연히 그들끼리의 응집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됩니다.

 

구원파가 아니더라도 한국교회에서 믿음구원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신앙의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서는 불행하게도 가장 왜곡된 형태로 믿음과 구원이 강조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때때로 믿음은 거의 광적인 헌신을 의미했고, 구원은 이 세상에서 벗어나는 영혼구원을 지칭할 때가 많았습니다. 심하게 말해서, 초기 기독교에 등장했던 영지주의의 환생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구원받은 자들이 세상에 소금과 빛으로 크리스천답게 사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위 "예수믿고 천당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존 기독교회의 견실하지 못한 신학적 입장은 정말로 뭔가를 제대로 믿어보려는 독실한 구도자들(?)에겐 흐리멍덩한 것 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사이비 교회와 이단들의 포섭행위에 희생자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이단과 사이비 집단들은 그런 사람들을 염탐하여 끌고 가는 무서운 이리떼와 같았고, 이번 세월호 사건과 연루된 집단은 구원파였습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믿음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는 한국교회는 다시금 신학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누구에 대한 믿음인지?  믿음이 좋다는 뜻이 무엇인지?  믿음과 행위는 별개의 문제인지? 이런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지금 한국교회에서 믿음은 곧 교회에 충성하는 것, 교회 일에 헌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회자들은 그런 사람들을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부추겨 세웠으며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들에게 "교회 일"이란 주일성수를 비롯하여 각종 집회에 열심히 참석하는 것과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빠뜨리지 않고 잘 드리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개신교회가 그렇게 핍박을 받으며 물리치려 했던 중세 로마교회의 공로사상을 은근히 주입하는 것과 별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 안에는 일급 신자와 이류급 신자, 삼류급 신자가 있게 됩니다. 때론 교인들 간에 신앙 경쟁심을 부추겨 "교회일"(때론 목회자의 목회비전)에 힘쓰게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열성적인 믿음을 가진 크리스천들에게 주어지는 구원은 천문학적 액수의 복권 당첨과 다름이 없고 천국직행티켓을 무료로 손에 쥔 것이라고 가르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특권을 누리게 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정해져 있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이단과 사교로 흘러가는 교묘한 첫 발입니다. 이단과 사교안에는 자연적으로 자체적 응집력과 대외적 배타성이 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의 교회와 이단적 집단들의 경계선이 애매모호하게 된 것입니다.

 

놀랍게도 기존의 기독교회 안에도 무의식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입니다. 이런 "공로사상"을 부추기는 영적 지도자들도 많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경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목사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로는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그들의 행동과 생각의 표현이 은연중 그렇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구원파에겐 이 세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을 넘어서”, “이 세상을 초월해서”, “이 세상 바깥으로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월(世越)의 의미가 그것이었습니다. 자기의 그룹 속에 속하지 않는 자들의 생명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들만 구원받으면 됩니다. “세월호(世越號)”에만 타면 되는 것이지요. 요런 쓰레기 같은 신학사상이 이단이나 사교집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한국 기독교회 안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입니다. 오호통재라!

 

믿음구원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이 필요한 때입니다. 신학이 없는 신앙이 영혼이 없는 육체처럼 얼마나 좀비적이고 위험천만한지 조심해야할 때입니다. 11세기 영국 캔터버리의 안셀름의 저 유명한 문구를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해를 추구하는 믿음"(Faith Seeking Understanding, fides quaerens intellectum)을 말입니다.

 

[박정현 작가의 여수 앞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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