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영원한 아침을 기다리는 밤”

 

 

사순절 기간 중 수난 주간에 발생한 최대의 비극은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을 배반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가룟 유다 한 사람에 국한 되는 이야기겠는가? 조심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그런 운명에 처할 수 있다. 사순절의 메시지는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한다. 영적 성찰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사순절의 또 한 부분인 종려주일 역시 예수님을 따랐던 군중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그분을 환영하긴 했지만 왜 그들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걸어가시는 그 길의 끝을 내다볼 수 없었는지를, 즉 그들의 어리석은 단견과 그들 앞에 놓인 장애물들을 생각해보라는 절기이다. 예수님이 진정 누구이신지 알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었던 무리의 어리석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순절의 절정은 수난주간과 그 안에 들어있는 성금요일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면서 우리는 십자가에서 외치신 그분의 외마디가 비극적 절규였는지 아니면 그 이상이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비극적 절규로 숨을 거두었다면 우리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었겠는지 의아할 뿐이다.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가 기나긴 금요일 밤과 무료하고 식상한 토요일로 끝이 났더라면, 아니 요한복음에 자주 등장하는 ‘밤’(night)들만 계속된다면 인생은 정말 생지옥일 것이다. 삶은 계속해서 어둡고 음산한 날들로 가득할 것이다. 인생은 계속해서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 찬 날들일 것이다. 어쩌면 이 생(生)에서는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의 날들이 매일 우리를 집어삼키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활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밤 시간’을 영원한 아침으로 바꾸셨다는 것이다. 부활의 이른 아침에 햇살이 온 하늘을 비추던 순간에 마리아는 알았다.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온다”(시 30:5)는 사실 말이다.

류호준,『하늘나그네의 사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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