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민주적 절차” 유감(遺憾)

2014.06.24 16:09

류호준 조회 수:8302

  "민주적 절차" 유감(遺憾)

 

 

I


최근 한국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과 국민적 애도와 슬픔, 그 후속으로 이어지는 국가개조 논란, 청해진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과 그 일가 수색과 체포, 64일 지방선거의 여러 빅 매치와 그 결과로 인한 정치 지형도의 변화, 박근혜 대통령의 안대희, 문창극 씨 국무총리 지명과 후보 사퇴 여파, 브라질 월드컵 경기와 한국 팀의 알제리전 참패, 7월 미니 총선을 둔 여야의 복잡한 계산법,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임 병장의 총기사건과 그 후폭풍 등 다양한 크기의 사건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국민들의 판단 저울추를 강하게 시험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모사들은 각 당의 당리당략에 따라 각종 사건들의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하고, 그것이 함의하고 있는 정치적 파괴력을 어떤 방식으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민심의 향방에 안테나를 높이 치켜세우기도 합니다. 청와대 역시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고 어떤 일들이 국정 수행에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작동할지를 조사하고 결정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가장 큰 몫을 하는 것이 적어도 한국에선 여론이라 부르는 국민정서법입니다. 국민 정서법과 여론은 육법 위에 상시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불문법입니다. 문제는 그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약간의 충격이나 힘이 가해지면 마치 뇌관을 건드리는 격이 되어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태풍으로 변하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시작된 이유마저도 폭풍 흡입해 버리는 초대형 토네이도가 됩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강력한 소용돌이 태풍은 소위 SNS와 같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급격하게 파급되며 놀랍게도 그것이 지난 자리는 거의 초토화되기 일쑤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후속처리나 재건과 복구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태풍의 핵이 지나간 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태풍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본래적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더 이상 없습니다. 먹잇감을 찾고 있는 야생 들짐승들의 배고픈 식욕이 채워졌기 때문입니다. 야수성만 남긴 채 피 범벅과 상처투성이로 그 사건 자체는 잊어지게 됩니다.

 

II


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입니다. 독재주의는 가장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가장 쉽게 부패합니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거만스럽고 위협적으로 말한 프랑스의 루이 14세나, 바벨론의 시날 평지에 거대한 금 신상을 세워놓고 머리를 숙이라고 강요한 느부갓네살이나 서슬 퍼런 총칼과 주먹을 들이대고 폭압과 공포의 정치를 자행하는 김정은이나 유대인 학살로 악마의 화신이 된 히틀러나 숙청과 죽음으로 공포의 정치를 한 스탈린이니 난징 대학살과 한국을 강압적으로 수탈한 일본제국주의의 천황 등은 이 지구상에서 존재해서는 안 될 악의 화신들이었습니다. 이상에 언급된 모든 경우, 권력이 한 개인에게 집중됨으로써 일어난 악마적 광란의 놀이였고 그 끔찍한 힘의 휘두름 아래 참담하고 비참한 서민들의 고난이 힘없이 누워있었습니다.

 

한편 민주주의는 물론 절대화될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독재주의에 비하면 훨씬 비효율적이지, 그래도 가장 덜 부패한 제도입니다. 수많은 세월을 통해 검증된 비교적 안전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민주주의를 수립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과 괴로움과 인명의 손실을 감내했습니까?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장래는 아직도 민주주의의 온전한 구현에 달려 있다 해도 과연은 아닙니다. 물론 민주주의의 확립이 대한민국을 구원할 유일한 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국회라는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애를 쓰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위원 각 개인이 소국가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입니다.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이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따라서 민주적 사회에선 민주적 절차는 출발점이고 기초이고 기본골격입니다.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야 말고 독재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은 자기 마음대로 혹은 자기의 기분에 따라, 혹은 국민 여론이나 국민정서법에 따라 정부조직을 마음대로 폐지하거나 없앨 수는 없습니다. 이것 역시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민주적 절차를 가장 잘 지키고 수행해야할 곳이 있다면 입법부인 국회입니다.

 

III

 

이에 대한 좋은 케이스가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태들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각 단체와 개인들의 반응들이었습니다. 문창극씨의 총리 후보자 자격에 대한 찬반양론이 정치권을 비롯하여 사회 각계각층에서 불꽃처럼 번졌습니다. 특별히 문 후보자가 기독교인이었고 그가 행한 교회 내에서의 강연이 논쟁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논쟁은 강풍에 걷잡을 수없이 번져가는 산불처럼 사회전역과 특별히 기독교계에 번져나갔습니다. 이런 경우 이전에도 종종 그랬듯이 온갖 정치적 라벨링(label)이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극우 vs. 좌파, 보수 vs. 진보, 반민족적 vs. 민족적, 식민사관 vs. 민족사관, 개인고백 vs. 정치적 신념 등 각종 이름 짓기가 반복되었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던 상황은 오늘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 형식이라는 모양새로 일단락되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우리로 좀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인도합니다.

 

나는 문 후보자의 신앙관, 역사관, 국가관 등에 대해서 충분히 알지 못하고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었습니다. 그가 행한 연설도 듣지도 못했고 그가 말했다고 알려진 내용도 읽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럴 만한 개인적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했습니다. “민주적 절차가 무시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달리 말해 국회는 자신들이 만든 인사청문회라는 제도를 통하여 대통령이 천거하고 총리 후보로 추천한 사람의 자격을 다각도에서 철저하게 검증하여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신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그의 직임에 대한 적격여부를 판단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담합된 당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독립된 소국가의 대표로 인식하면서 자유 투표를 통해 판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생략하겠다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직무유기의 무거운 범법행위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 대통령은 자기가 천거한 총리후보자가 청문회에 이르도록 재가 하여야 할 것이고 국회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열어야 하는 것이 정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미그적대면서 여론의 향방만을 따진다면 이는 매우 무책임한 천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번 경우를 반추하면서 한국 사회는 이번 기회를, 특별히 청와대와 정치권과 국회는 더 이상 여론몰이나 국민감정에 추이에 귓동냥만 할 것이 아니라, 그리고 그에 따라 인민재판식 결정을 내릴 것이 아니라 적어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국민 교육적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절차를 무시한 어떤 결정도, 그리고 그런 결정이 비록 결과론적으로 유익한 열매를 맺게 되었다 하더라도 정당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결과는 결코 수단과 절차를 합리화 시키지 못한다는 자명한 진리가 다시금 인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적 절차에 대한 깊은 유감(遺憾)입니다.


[미시간의 맥킨니 섬]


맥킨니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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