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세월호 사건과 악(惡)”

2014.05.04 22:40

류호준 조회 수:6504

세월호 사건과 악()”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온갖 흉측하고 끔찍한 악들로 가득합니다. 악은 아주 좋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선한 창조 세계”(Good Creation)의 샬롬(shalom)이 붕괴되어 혼란스런 상태가 되었을 때 극성을 부리는 초강력 세력입니다. 이런 혼란의 상태는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의지에 반하여 반역함으로써 찾아오는 결과이거나 그 파급 여파입니다. 달리 말해 악은 이 세상의 비참과 고통과 파괴를 일으키는 원인으로서, 그 자체가 세력이며 힘입니다. 악은 크게 도덕적 악”, “자연적 악”, “구조적 악으로 범주화시킬 수 있습니다.

 

도덕적 악

 

도덕적 악”(moral evil)은 근본적으로 죄()입니다. 죄는 악 자체이며 악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도덕적 행위자(moral agent)로서 인간이 저지른 행동들이 고통이나 파괴와 같은 해로운 상황을 불러올 때 도덕적 악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일차적으로 도덕적 행위자입니다. 이 사실을 잊고 살거나 반인간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심하게 말해서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거나 스스로를 짐승이라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자연적 악

 

자연적 악”(natural evil)은 자연의 세력이나 힘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을 가리키는데, 태풍, 홍수, 해일, 지진, 전염병과 같이 사람에게 고통과 파멸과  같은 해로운 결과들을 가져오는 자연재해를 가리킵니다. 자연적 악은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통제 불능입니다. 자연의 악 앞에서 사람은 그저 자신들의 가멸성과 허약성(mortal being)을 자인하고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고개숙이는 순간들입니다. 인간이 뭣 좀 안다고 까불어서는 안 되는 침묵의 시간들입니다.

 

구조적 악

 

구조적 악혹은 조직적 악”(structural evil)이란 것이 있습니다.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들 안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 도덕적 악을 말합니다. 불의한 사회구조, 불의한 경제구조, 불의한 정치구조들이 만들어내는 해로운 악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 계급차별, 가난과 기아, 부의 쏠림, 독과점, 약자 착취, 자연 착취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국가와 사회를 포함하여 창조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두 개의 기둥 정의와 공의는 완전 무시되거나 파괴되는 상태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처음에는 도덕적 악이 얼마나 깊숙하게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보았습니다. 선장과 승무원들의 파렴치한 행동들과 무책임 행태들, 극도의 이기주의와 생명경시 풍조는 그들 스스로 인간성을 박탈하는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극심한 구조적 악들이 암처럼 널리 깊숙이 퍼져 있는 지를 보게 된 것입니다. 조직적인 은폐, 끼리끼리 밀어주고 덮어주는 관행들, 탐욕에 눈은 시뻘겋게 변해가고, 돈에 미쳐버린 광기는 관련기관의 이상한 유착구조나 악랄한 관()피아를 창조하였던 것입니다.

 

특별히 외형적 성장에 몰입하고 있는 한국의 상당수 보수적 목회자들과 개인의 건강과 번영과 성공에 집착하고 있는 상당수의 일반 기독교인들의 머릿속엔 피조세계가 정의와 공의로 운행되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신학적 인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한국교회와 그 일부 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도덕적 추락과 추태는 그들 마음에 창조주 하나님이 계시지 않음을 반증합니다. 어리석은 자들은 속으로 말하기를 "하나님은 없다!"라고 합니다(시 14:1). 이들 종교지도자들은 하나님을 종교적 영역에만 가두어 길들입니다. 말 잘듣는 신으로 가축화시키고 있습니다. "편의점 하나님" "가축화된 하나님" "길들여진 하나님"을 만들어 통제하고 조작하고 이용해 먹는 것입니다. 일반 교인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적 축복과 성공과 번영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심한 작태는 그들의 신앙이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개인 차원의 도덕적 악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의 조직적 악과 구조적 악에 대해선 생각조차 안 합니다. 복음주의적 교회일수록 더욱 그렇다는 사실이 통탄스럽습니다. 그런 문제는 순수복음과는 별개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자유주의적 신학이라고 까지 공격하고 폄하하는 누런 잇빨을 드러냅니다. “여보슈, 당신들의 눈에는 하나님은 자기의 피조세계가 일그러지고 파괴되어 가는 것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멍청한 신처럼 보인다는 말입니까?”

 

우리는 악의 현실을 비통해 하며 슬퍼해야할 것입니다. 우리는 죄로부터 기인한 악의 폭력성에 대해 고통하며 기꺼이 저항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들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교회라는 도피성에 숨어 들어와 개인적 안위와 위로만을 추구하는 나르시스적 신앙의 행태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않습니까?  하루 속히 이런 신앙적 게토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피조 세계에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국가와 사회 안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서로 포옹하고 입을 맞출 때가 도래할 것을 간절히 기다리며 오늘과 내일 우리에게 주어진 개인과 사회적 도덕적 책무들을 성실하게 이루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사회적 제자도입니다. 악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집단적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기억해야할 때입니다.


[미국 국립공원 요세미티 내의 한적한 풍경. 방금 찍어서 보낸 사진. 이범의 목사] 


요세미티초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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