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을 그리스도 중심으로 설교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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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다시 찍어낸 책이라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는 뜻인가 올리고 싶다는 뜻인가? 어쨌든 이제는 은퇴한 미국 캘빈신학교의 설교학자 시드니 그레이다누스(Sidney Greidanus)의 중요 저서 중 하나인《구약의 그리스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가 이레서원에서 조판을 달리하여 양장본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받아보니 멋졌다. 장서용으로도 소장가치가 있어 보인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포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사실 책을 읽고 사는 사람은 없다. 멋지게 보이면 먼저 사고 그 후에 읽는다. 그니까 출판사들은 공을 들여 책을 멋지게 만들려고 애를 쓰나보다. 사실인즉 고전 반열에 들 만한 책들이 출판사의 성의 없는(촌스런?) 출판 때문에 독자들의 눈에서 조용히 사라져 버린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구약이 신약과 함께 정경을 이룬다면, 그리고 구·신약성경 전체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관한 장엄한 내러티브라면, 분명 그 중심에는 구원자 그리스도가 있어야 함에 틀림없다. 따라서 구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른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다. 문제는 “어떻게”다. 해석학 방법론 문제겠다.

이 책을 개관하자면, 구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해야할 필요성(제1장)으로부터, 구약의 성격, 구약과 신약의 관계(제2장), 구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해온 설교 역사적 고찰(제3,4장), 그리고 구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기 위한 신약적 원리에 이르기까지(제5장) 자세하게 살핀다. 그리고 본서의 핵심 장인 제6장에서 그리스도 중심적 해석 방법론을 설득력 있게 피력한다. 그리고 나머지 7장과 8장에서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 이르는 실제적 단계들과 실제 설교를 선보인다.

이 책의 번역은 팀을 이루어서 시행했다. 1-4장까지는 류호영 교수가 5-7장까지는 김진섭 교수가, 마지막 장은 내가 번역했다.

이 책을 번역 하게 된 뒷이야기가 있다. 아마 2001년도에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가르치는 류호준과 김진섭 교수가 함께 미국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의 출판사들(어드만, 존더반, 베이커, 크레겔 등)과 캘빈신학교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 지역은 1980년부터 내 구역(나와바리)이기 때문에 내가 이리저리 안내원 역할을 했다. 내 모교인 캘빈신학교에 방문하면서 김진섭 박사가 그레이다누스 박사를 만나고 싶다하여 만나게 되었다.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김진섭 교수가 그레이다누스 박사에게 이 책을 번역했으면 한다고 제안하자, 처음에는 그레이다누스 박사가 좀 망설이며 선뜻 응답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중에 내가 다른 지면에 들려줄 것이고... 어쨌든 부탁하고 있는 사람들이 현역 구약학 교수들이고, 게다가 나는 캘빈신학교 출신이고(내가 공부할 때 설교학 교수는 Carl Krominga 박사였고 내가 졸업한 후에 후임으로 온 사람이 시드니 그레이다누스 박사였다. 또한 그레이다누스 박사와 나는 캘빈 신학교 동문에, 네덜란드 자유대학교까지 동문이기에 더더욱 친밀했다)해서 번역 허락을 받았다. 귀국 후에 또 다른 번역자인 류호영 교수에게 조인할 것을 부탁했다. 류호영 교수는 시드니 그레이다누스에게 직접 배운 M.Div. 제자이니 더욱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번역이 시작되었고 2002년에 (지금에 와서 보니 약간은 촌스러운 페이퍼백 표지로) 출간되었다. 세월이 흘러 17년 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멋지게 재탄생하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처럼 이 책은 단순히 설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실제적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이 아니라 “현대적 해석학 방법론”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영속적 가치를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번 소장해보시라. 그리고 차근차근 공부해가며 숙지해보시라. 결코 실망하지는 않으리라!

시드니 그레이다누스,《구약의 그리스도,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김진섭·류호영·류호준 옮김 (이레서원, 개정판 2019), 536쪽, 정가 3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