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묘호" "뚱딴지" "시치미" (양창삼)

2011.11.26 10:26

류호준 조회 수:5177

한양대 경제학 은퇴교수이시며 목사이시기도 한 양창삼 박사님의 시론 단평입니다.

 

 

[묘호(廟號)]

 

조선시대 왕이 죽고 나면 묘호(廟號)로 그의 일생이 평가된다. 묘호 뒤에 어떤 왕에겐 조(祖)가, 어떤 왕에겐 종(宗)이 붙여진다. 어떤 왕은 왜 조이고, 어떤 왕은 왜 종일까? 다 좋은 말이지만 일반적으로 「예기」에 “공(功)이 있는 자는 조가 되고, 덕(德)이 있는 자는 종이 된다”는 말을 원칙으로 삼아 공이 탁월한 왕에게 조를 붙이고, 덕이 높은 왕에게는 종을 붙였다고 한다. 나라를 세웠거나 변란에서 백성을 구한 왕, 또는 피바람을 일으킨 왕들에게 조가 붙여진다. 태조, 세조, 선조, 영조, 정조, 인조 등이 있다. 선대를 이어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문물을 융성하게 한 왕에겐 종이 붙여진다. 세종, 성종, 명종 등이 있다.

 

구약을 보면 이스라엘 왕들에 대한 평가가 두 마디로 좁혀진다. 하나는 ‘하나님 보시기에 선하였더라’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 보시기에 악하였더라‘이다. 선과 악으로 구분되지만 그 기준은 하나님 보시기에 달려있다. 죽은 후의 평가는 따르기 마련일터. 이 땅에서 아름답게 살아야 할 이유가 보인다. 특히 하나님 앞에서. (11월 14일, 2011년)

 

 

[뚱딴지]

 

“얘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뚱딴지. 그런데 뚱딴지는 서럽다. 사람들이 너무 몰라주기 때문이다.

 

뚱딴지는 원래 국화과에 속하는 풀이다. 겉은 야생국화 정도로 보이지만 뿌리엔 작은 감자가 달려있다. 그런데 왜 뚱딴지일까? 국화도 아닌 것이 감자도 아닌 것이. 그래서 뚱딴지일까? 우리말로 국우, 뚝감자, 돼지감자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데 영어 이름은 Jerusalem artichoke다. 예루살렘이 갑자기 왜 붙을까? 뚱딴지같이.

 

사람들은 뚱딴지를 별로라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완고하고 우둔하며 무뚝뚝한 사람, 행동이나 사고방식 따위가 너무 엉뚱한 사람, 터무니없는 사람,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사람을 놀릴 때 이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뚱보에게도 이 말을 적용하니 뚱보도 ...괴롭다.

 

하지만 뚱딴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우선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좋은 식물이다. 8-9월에 피는 노란 꽃은 말려 국우차 끓여먹으면 건강에 좋다. 덩이줄기나 잎은 이눌린(inulin) 성분이 들어 있는데다 연하고 단맛이 있어 유럽에서는 요리에 넣는 야채로 이용한다. 뿌리 감자는 먹기도 하고, 피클이나 다이어트 요리에 쓰인다. 당뇨병에도 좋고, 장의 활동을 도와 몸매관리를 하는데 짱이다. 알코올의 원료로 쓰이고, 사료로도 쓰인다.

 

시골의 담장이나 공터에 스스로 자라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뚱딴지. 그러나 한 때 가난한 사람들에게 식량이 되어 ‘구휼식품’이라 불리며 잘 나가던 뚱딴지였음을 잊지 마시라. 그런데 요즘 뚱딴지는 여러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우선 사막화를 막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며 친환경 식물로 뜰 참이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외친다. “뚱딴지같은 생각을 하라.” 뚱딴지가 창의성의 주역이 되는 순간이다. 드디어 뚱딴지도 박수 받을 차례가 왔다. (11월 12일, 2011년)

 

 

[시치미]

 

고려시대엔 매를 이용해 사냥을 많이 했다고 한다. 매를 길들이는 것도 힘들지만 훔쳐가는 일도 비일비재하여 매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확실히 하기 위해 꼬리표를 달았다. 주소를 적어 매의 꽁지 털 속에다 매어 둔 네모꼴의 뿔, 이것이 바로 시치미다.

 

문제는 매를 훔친 뒤 시치미를 떼버리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는데 있다. 자기 매인 것 같은데 시치미가 없으니 자기 것이라 주장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시치미 떼지 말라”는 말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는 것이 각박한 탓이리라.

 

요새는 사냥매를 사고파는 일이 흔하지 않으니 그런 시치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자기가 하고도 안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할 때 시치미를 떼지 말라고 한다. 인간관계로 적용이 달라진 것이다.

 

신앙생활에서도 시치미는 존재한다. 잘못을 하고서도 안한 체, 죄를 짓고서도 안한 체. 생각해보니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미치 뚝 뗀 체 자주 오리발 내미는 우리를 향해 과연 주님은 뭐라 하실까. (11월 11일,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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