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성경읽기와 성경해석"

 

 

옛날 옛적 에티오피아 재무부 장관이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왔다가 귀국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는 내시였습니다. 순례자로서 그는 성경책을 지니고 갔던 것 같습니다. 마차를 타고 가며 예언자 이사야의 글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책의 형태가 아니라 두루마리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가 마차 여행에 싣고 갔던 구약성경은 제한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예루살렘의 전도자 빌립이 하나님의 영에 이끌리어 광야 길을 가고 있던 내시에게 가게 되었습니다. 이사야서를 읽고 있던 내시에게 물었습니다. “읽는 것이 이해가 됩니까?” 내시가 대답하기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찌 이해가 되겠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빌립은 내시가 읽고 있었던 이사야서 본문의 뜻을 자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빌립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구절을 본문 삼아 내시에게 예수를 전했습니다.”(행전 8:35).


간단한 에피소드지만 성경해석에 관해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성경을 읽는 일과 성경을 올바로 해석하는 일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내시는 평소에 성경을 가까이 하고 자주 읽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루살렘으로의 여행이 단순히 관례적 순례가 아니었다는 점은 그가 상당한 분량의 두루마리 성경을 지참했다는 점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사야 53장을 읽으면서 “예언자가 지금 누구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까? 그 자신입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입니까”라고 빌립에게 물은 것을 봐서도 내시는 심도 깊게 성경을 읽었던 사람 같습니다. 그러나 성경본문을 읽으면서도 헷갈렸던 것을 봐서 그에게는 본문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해석자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성경을 읽는 일과 해석하는 일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물론 모든 독자는 일차적으로 해석자이긴 하지만 그 해석이 올바른 해석이 되려면 누군가의 가르침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가르침이 필요하단 말인가요?


둘째로, 성경해석과 성령의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올바른 해석을 얻으려면 누군가의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요? 올바른 성경해석자입니다. 여기서 성경해석가라 함은 요즘처럼 박사학위를 소지한 성서학 교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본문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하려면 여러 가지 학문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을 사실이지만, 내시에게 성경을 해석해 준 빌립이 그런 고도의 학문적 준비가 되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빌립이 에티오피아 내시를 위해 성경을 해석해 줄 수 있었던 자격요건이 있었다면, 그가 하나님의 영, 즉 성령에 이끌림을 받았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해 성경 해석에 있어서 성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학문적 자질이 있는 학자라도, 고대 언어에 통달한 자라 하더라도, 성령에 이끌림을 받지 않는 사람은 성경을 올바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성경을 읽는 사람은 먼저 성령님의 도움을 기도하여야 할 겁니다.


셋째로, 구약성경을 해석하는 궁극적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게 해주는 데 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을 잘못 이해하면 모든 구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해야한다는 말처럼 들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아닙니다. 구약성경이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는 말은 구약 성경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구원 경륜이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 사건 - 그의 출생과 삶과 고난과 죽음과 부활과 승천 - 을 통해 온전하게 드러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구약에 대한 기독론적(그리스도 중심적) 성경해석입니다. 이런 점에서 구약에 대한 구속사적 성경해석은 기독론적 해석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상과 같은 세 가지 원리를 염두에 두고 성경본문을 읽고 다른다면 영적 유익이 있을 겁니다. 우리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만들어 갈겁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이며 내 길의 빛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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