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신학 에세이: “오멜을 세다”

2020.05.17 00:07

류호준 조회 수:658

오멜을 세다

- 유월절에서 오순절까지 -

 

 

 

 

유대인의 풍습가운데 오멜을 세는 풍습”(Counting of the Omer)이라는 게 있습니다. 오멜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만, 먼저 오멜을 세는 풍습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 하던 해를 민족의 원년(元年)으로 삼았습니다. 원년의 첫 달(정월)을 니산(혹은 아빕)이라 부르는데 니산(아빕) 14일 밤이 유월(踰越, Passover)의 밤입니다(12). 유월의 밤을 지나 그 다음 날인 15일 부터 7일간의 유월절(무교절)이 시작됩니다. “오멜 세기풍습은 유월절(무교절) 다음 날인 정월(1, 니산) 16일로 시작하여 49일째인 칠칠절(Shavuot, 샤브옷) 축제를 기대하며 매일 밤마다 하루하루를 세어가는 풍습입니다. 칠칠절(오순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49일 동안 매일 저녁 기도를 드리는데, 기도를 마친 후 밤이 되면 남녀 유대인들은 특별한 축복송을 되 뇌이며 오멜의 날을 계산합니다. 날짜를 세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첫째 날 밤에 유대인들은 오늘이 오멜 안에서 첫 날입니다!” 둘째 날 밤에는 오늘은 오멜 안에서 둘째 날입니다.”라고 읊조립니다. 일주일이 되면 칠일 째 되는 날을 기념하면서 오늘은 일곱째 날입니다. 오멜 안에서 첫 주입니다.” 여덟째 날이 되면 오늘은 여덟째 날입니다. 오멜 안에서 첫 주의 첫날입니다.” 이런 식으로 49일 동안 칠칠절이 오기를 기다리며 날짜를 세어가는 것이 유대인들의 오멜을 세는풍습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오멜을 세는 기간은 유대 종교력으로 유월절(踰越節, Passover, , פֶּסַחPesaḥ) 다음날부터 칠칠절(七七節, Feast of Weeks, , Shavuot, , Pentecost)까지의 기간입니다. 유월절로부터 치면 총 50일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하여 칠칠절은 오순절(五旬節)이 되는 셈입니다. 한편 농사력으로 따지자면 유월절부터 보리(barley)농사의 추수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보리의 추수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초실절”(初實節)이라고도 부릅니다. 그리고 그 기간에 밀(Wheat)농사도 진행됩니다. 한 달 반이 지나서 오는 칠칠절(오순절)에는 밀농사의 추수도 이뤄집니다. 오순절 혹은 칠칠절이 상징하듯이 아주 풍성한 추수의 계절인 셈입니다. 유대인 달력으로 따지자면 116일부터(유월절 다음날) 36(칠칠절)까지 기간이 49일입니다. 현대 달력으로 하자면 3월에 시작되는 보리농사의 추수 시작으로 5월에 오는 밀농사의 추수 완성으로 끝나는 기간입니다. 참고로 칠칠절을 한글 성경에는 맥추절(麥秋節)이라 하여 마치 보리 추수인 듯 하지만 사실은 밀 수확입니다. (wheat)을 한자어로 소맥(小麥)이라 하니 밀을 생각하시고 맥추절이라고 해도 될 성 싶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오멜 세기에서 오멜은 무엇인가요? 오멜은 성경에 나오는 용어입니다. 아마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다음의 설명을 차근차근 들으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예측하다시피 구약의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지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문화적으로 너무 동 떨어진 세계입니다. “오멜은 성경 여러 곳에 나오는 히브리인들의 도량형 용어 중에 하나입니다. , 고대 히브리인들이 무게나 부피를 재는데 사용했던 도량(度量) 용어들에 대해 잠시 들어보십시오. 구약성경을 읽다보면 곡물이나 기름의 용량의 단위를 나타내는 용어들과 마주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호멜”(27:16; 3:2; 5;10; 45:11,13) “고르”(cor, 45:14), “”(bath, 45:14), “에바”(ephah, 14:10), “스아”(seah, 18:6; 왕하 7:1,16,18), “”(hin, 29:40; 30:24; 19:36; 23:13; 15:4,5,6,7,9,10; 28:5,7,14; 4:11; 45:24; 46:5,7,11,14), “오멜”(16:16,18,32,33), “” (log, 14;10,12,15,21,24) 등이 있습니다.

 

 

현대 도량형으로 환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호멜고르230리터

에바23리터

스아7.7리터

3.83리터

오멜2.3리터

0.32리터

 

 

보다시피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도량형 단위 중에 오멜”(, עֹ֫מֶר ‘ōmer)이 있습니다(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호멜이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오멜은 에바의 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용량단위입니다. 그런데 오멜은 용량단위이기도 하지만 종종 한 아름으로 묶을 수 있는 분량의 곡식 단혹은 볏단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볏단 하나(오멜)의 무게는 대충 1.56Kg에서 1.77Kg정도인데 이 정도면 곡물 제사(“dough offering”, , khallah, חלה)에 바칠 정도의 가루분량이 나옵니다. , 오멜은 용량 단위인 동시에 볏단” “곡식 단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한편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 일인당 거둬들일 수 있는 만나의 양은 한 오멜이었습니다.)

 

 

다시금 말씀드리자면 칠칠절 혹은 오순절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사브옷은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114) 예식을 거행한 후에 애굽을 탈출하여 49일간의 여정 끝에 시내 산에 도달할 때까지의 7주간을 가리키는 절기이기도 합니다(19:1). 시내 산 자락에 도착한 후 모세는 곧 시내 산에 올라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토라, 율법)을 수여받았습니다(19:3). 이렇게 하여 유대인들은 칠칠절(오순절, , 사브옷)을 모세가 시내 산에서 토라를 수여받은 기념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칠칠절에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 모여 토라를 읊조리고 연구합니다. 한편 농사력으로 따지자면 유월절로부터 7주간의 끝인 칠칠절은 보리 추수의 끝이자 밀 추수를 시작하는 즈음입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입니다. 새 곡식과 새 과일을 성전에 드리는 날입니다(8:8). 토라와 풍성한 수확이라! 서로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유대인들에게 오멜을 세는 기간은 풍성한 수확을 손꼽아 기다리는 묵상과 읊조림의 기간입니다. 오멜을 세는 기간은 하나님의 말씀인 토라”(가르침)를 사모하며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오순절(칠칠절)에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토라를 준 날로 기념하기 때문입니다. 오멜을 세는 기간은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허덕이듯이 하나님의 가르침(토라)에 목말라 하며 사모하는 기간입니다. 매일 한 아름의 볏단을, 매일 한 단에서 나오는 곡물가루를, 매일 주어지는 양식을, 내일 주어지는 한 오멜의 만나를 매일 사모하고 갈망하고 기다리는 시간들입니다. 달리 말해 하나님을 앙망하고 기다리고 그분에게 희망을 두는 기간입니다.

 

 

유대인들의 오멜 세기풍습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示唆)합니다. 유대인들은 오멜 세기”(Counting of the Omer)를 통해 토라 수여 사건과 풍성한 수확을 기념하며 기억합니다. 흥미롭게도 그 오멜 세기기간이 시기적으로 우리 기독교인들에게는 부활절로부터 성령강림절(오순절) 기간과 거의 오버랩 된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주간이 유대인의 유월절 기간이었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복음서는 예수가 유월절 기간에 유월절 어린양으로 죽으셨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날부터 40일 동안 예수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복음서는 예수께서 이 땅에 두루 다니시면서 하나님 나라에 대해 증거 하셨다고 말합니다. 즉 예수는 자신이 곧 하나님 나라라는 것을 가르치신 것입니다. 달리 말해 자신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장차 오는 세상, 영원한 세상, 죽음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영생의 나라가 이미 자신 안에 도래했다고 선언하신 것입니다. 예수는 부활 후 40일 동안 바로 이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즉 성령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온전하게 이 땅에 오게 된다고 하신 것입니다. 이 약속에 따라 열흘 후에 성령이 위로부터 이 세상에 부어주신 것입니다. 날짜로 계산하자면 부활절로부터 오십일이 되는 날, 즉 오순절에 성령이 강림하신 것입니다.

 

 

오순절에 하나님께서 교회에서 성령을 부어 주시어 온 세상에 생명의 바람을 일으키셨습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율법(토라)을 수여하신 것처럼 제2의 모세로 오신 예수께서 성령을 약속하시고 마침내 오순절에 성령을 교회에게 수여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인들 역시 유대인들이 오멜 세기를 하듯이 부활절로부터 성령강림절이 되는 오십일(칠칠절) 동안 매일 같이 거룩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세어가야 할 것입니다. 부활절 이후 그리스도인들을 성령의 오심을 갈망하면서 오순절을 향해 하루하루를 세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영의 오심을 간절히 사모하고 기다리면서, 하나님의 말씀(토라)이 우리의 삶의 유일한 양식임을 기억하면서, 성령과 말씀만이 우리를 이끌어가는 생명의 원동력임을 인지하며 매일 그분의 약속에 의지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코로나19 인하여 타의적으로 자가 격리의 시간을 보냅니다. 어찌 보면 분주한 삶에서 자가 격리를 실행하며 우리의 시선을 풍성한 생명을 주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기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49일 동안 오멜 세기”(Counting of the Omer)의 중요한 전통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 역시 부활절로부터 성령강림절까지 50일 동안 약속 세기”(Counting of the Promise)의 기간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

 

 

2020년 올해 경우 오멜 세기”(Counting of the Omer) 기간은 유월절 둘째 날인 49일 목요일 저녁부터 시작해서 칠칠절(오순절) 전날인 528일 목요일 저녁에 끝납니다.

 

한편 2020년 올해 경우 내가 제안하는 약속 세기”(Counting of the Promise)기간은 부활절이었던 412일 주일부터 시작해서 오순절인 531일에 끝납니다.

 

 

읽어 볼 성경구절

신명기 16:9-12; 레위기 23: 9-21

 

사진 "밀 볏단"(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옴)

Wheat_sheaves.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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