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4 21:22
“창조에 관하여”
류호영 교수(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신약학)
성경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선언한다. 분명한 점은 창조하셨다는 것을 결코 증명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그냥 일방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경의 성격을 말해준다. 즉 성경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포이지 결코 우리를 설득해서 우리의 동의를 받아내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시에 성경은 불신의 사람들에게 하나님에 관해 설득하고 회유하려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믿음의 사람들에게 이 땅에서 하나님의 자녀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신실하게 살아내라는 하나님의 칙령이요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의 규범으로 주어진 것이 성경이라는 말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천지를 ‘말씀’으로 창조하셨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적이고도 배타적인 주권을 나타낸다. 창조는 가짜 신들의 피조물도 아니고 우연히 생겨난 것도 아니며 오직 하나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성경은 하나님이 천지를 ‘지혜’로 창조하셨다고 말한다(cf. 잠 8:22-31). 여기서 지혜로 창조하셨다는 것은, 임의적으로 아무렇게나 어리석게 행해진 창조가 아니라, 질서 있게 창조되어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었다는 뜻이며, 이런 점에서 하나님의 창조는 선한 창조다. 이것이 우주 곧 질서를 나타내는 코스모스(cosmos)의 의미이다.
우리가 이러한 창조의 의미를 안다면 하나님의 피조세계에 살도록 지음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추구하는 삶의 근본적인 특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즉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하나님이 원하셨다는 것이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샬롬 즉 하나님의 의와 거룩함, 즉 하나님의 주권적인 바름과 하나님의 배타적인 임재만이 충만한 세상을 추구해 나가기를 원하셨다는 뜻이다.
이러한 창조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바름과 하나님의 배타적인 임재 가운데 하나님이 그의 백성과 자녀들과 영원히 그가 창조하신 이 땅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경의 일관된 관심인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될 것이라”(레26:1-12; 겔37:26-28//고후6:16; 계21:3)는 말씀의 의미이다.
피조세계와 이 땅이 하나님의 말씀과 지혜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우리는 분명 타락한 세상에서도 하나님이 반드시 망가지고 비뚤어져 창조의 궤도에서 일탈된 세상을 원래의 궤도로 되돌려서 보다 나은 새로운 창조 곧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드시고 우리와 함께 영원히 사실 것이라는 점을 믿어 의심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현재의 고난과 역경과 실패와 좌절과 절망 속에서 소망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새 창조가 예수의 성육신과 그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시작되었고, 이러한 시작의 강력한 증거가 우리 가운데 내주하셔서 역사하시는 성령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날마다 예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이러한 참여가 이루어지도록 우리 가운데 거하시면서 역사하시는 성령을 매 순간 인정하고 그 분과 교제해야한다.
Deaver Reservoir, Powell, W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