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버전 2

 

 

작년 416일 세월호 침몰로 인한 대형 참사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쌓여 뿌리박힌 각종 폐단(積弊)들이 한꺼번에 고구마줄기 들쳐 나오듯이 줄줄이 터져 나왔습니다. 각종 피아들이 신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료마)피아, (대마)피아, (조마)피아, (단마)피아, (육마)피아 등입니다. 마피아라는 폭력조직에 관형사를 바꾸어달면서 수많은 변종 악의 집단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비극적인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것들 모두는 구조적 악”(structural evil)에 관한 심각한 사회 병리적 문제였습니다.

 

한편 한국의 기독교인들, 특별히 보수적이고 복음적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나 그들의 지도자들(목사와 신학자들)은 종종 개인적 차원의 죄만을 죄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왔습니다. 그들은 개인적 차원의 도덕적 윤리적 죄에 집중하면서도 죄의 집합성과 사회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가지 구조적 악들을 보면서 옛날 미국 유학 시절 강의 시간에 들었던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버전 2가 떠올랐습니다. 변형된 버전은 개인윤리를 넘어 사회윤리까지 나가도록 새로운 비전을 열어주었고, 악이라는 것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의 구조적 차원에까지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흥미있는 버전이었습니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착한 사마리아인 비유 버전 2"를 올립니다.

 

사업차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를 왕래하던 사마리아인 사업가 한 명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사업차 여행 도중에 강도를 만나 심하게 두들겨 맞고 죽어가던 어떤 유대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허겁지겁 그 강도만난 사람을 자기 나귀에 태워 인근 여인숙에 데리고 갔습니다. 응급치료뿐만 아니라 며칠을 쉬고 회복할 수 있도록 여인숙 주인에게 부탁하며 넉넉한 돈까지 지불했습니다. 참 착하고 고마운 사람입니다. 얼마 후 이 사업가는 여리고에서 일을 마치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강도를 만나 얻어맞고 쓰러져 길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아무 말 없이 그 강도 만난 사람을 불쌍히 여겨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었습니다.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고 나귀에 태워 산중 여인숙에 데리고 가 주인에게 그를 돌봐주라고 부탁하면서 부대비용도 넉넉하게 지불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후에 다시 그 도로를 타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도중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거의 똑같은 일을 목격하게 됩니다. 또 다른 희생자가 길바닥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마리아인은 또 다시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다 주었습니다. 이 때 즈음이 되자 사마리아인 사업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도로의 교통치안을 담당하는 군대가 상주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이런 사건들이 반복해서 일어나는가 하는 의구심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마리아인 사업가는 사건의 전말을 캐어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여리고로 가서 이리저리 알아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 있지 않아, 그는 로마의 총독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산악 도로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대대장을 임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루살렘과 여리고로 이어지는 도로의 안전을 위해 상주하는 그 주둔군의 대대장이 지역 강도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처먹을 뿐 아니라 그들과 종종 회식도 하고 골프도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강도 신고가 들어와도 신속하게 출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체포하여도 뇌물을 먹고 풀어준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강도떼들과 조폭들의 두목들은 파견 대대의 지휘관과 형님 동생 하는 사이였고 검은 돈들이 버젓하게 오고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사업가는 이 문제를 놓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여리고 병원에 가서 입원해 있는 강도의 희생자들을 찾아가 돌보는 일을 더 해야 할지, 아니면 자원자들을 모집해 산악도로를 순찰하는 순찰대를 조직해야 할지, 아니면 자원 봉사자들로 구호단을 조직해서 강도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재원을 쏟아야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좀 더 조직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살펴 거기에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을 동원하여 여리고에 있는 로마 총독부 앞에 가서 데모하는 것입니다. 정당한 데모를 통해 문제의 핵심을 널리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산악도로의 안전을 회복하고 정당한 순찰을 할 수 있는 책임자를 새로 임명하라고 총독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 현재의 불의한 대대장을 파면하고 좀 더 정직한 다른 대대장으로 임명해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총독부 앞에 모여 거리 행진을 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군중들을 보면서 여리고의 총독은 일말의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혹시 그런 이야기가 로마의 시저의 귀에 까지 들어가면 자기의 모가지도 위험스럽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된 것입니다. 걱정스런 총독은 은밀하고 전격적으로 부정직한 대대장을 제거하고 예루살렘에서 여리고에 이르는 도로를 확실하고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책임성 있는 대대장으로 새로 교체 임명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도둑들과 강도떼들의 출현과 많은 폭력과 희생이 발생하였던 그 도로는 다시금 평안과 안전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개인적 선행과 긍휼의 마음의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려줍니다. 강도 만난 자에게 자신의 개인적 자원들(시간과 돈 등)을 바치는 긍휼의 사람이 착한 사마리아인입니다. 심지어 인종적으로 유대인들로부터 개 취급을 받고 있는 사마리아인이 유대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한 사랑과 긍휼을 베푸는 행동은 두고두고 칭찬 받아야할 선행입니다. 오죽하면 서양에선 병원 이름 가운데 선한 사마리아인 병원”(Good Samaritan Hospital)들이 많겠습니까? 어쨌든 선한 사마리아인의 선행은 모든 크리스천들이 닮아야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위의 새로운 버전 비유가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듯이, 개인적인 자선과 선행을 넘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사회적 구조 악들”(social structural evils)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땐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사랑과 배려와 자선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악마와 마귀는 인간의 악함을 교묘히 이용하여 구조적인 악들을 생산해 내기 때문입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버전 2”가 의미 있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특별히 하나님의 주권, 특별히 피조세계 전체가 정의와 공의로 다스리시기를 원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왕권(Kingship)을 기억한다면, 신앙의 사회성에 대한 눈이 열려져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정의롭고 공의로운 통치가 일그러지고 왜곡되고 악하고 불의한 이 세상 안에 실현되기를 갈망하는 열정이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 제자도의 길로 걸어가게 만들 것입니다.


[제자 김도헌 목사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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