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새 것, 새 신() 유감

 

사람들은 대부분 새 것을 좋아합니다. 거리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새 것에 대해 말합니다. 새로운 지식, 새로운 정보, 새 집, 새 차, 새 전화기, 새 얼굴, 새 컴퓨터, 새 신발, 새 도시, 새 건물, 새 아파트, 새 교회, 심지어 새로운 신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새로운 신이 뭘까? 최근에 새로 나타난 신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최근에 새롭게 만들어낸 신일까? 문제는 이런 새로운 신은 전에 듣도 보도 못한 신이라는 겁니다. 누구도 잘 알지 못하는 신입니다. 역사를 통해 검증을 받아 본 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신마저 새 신을 좋아합니다. 오래된 신, 늙은 신을 싫어하나봅니다! 고리타분하고 답답한 신이라는 것입니다. 그 신은 우리의 비트를 맞출 줄도 모르고 엇박자 스탭도 밟을 줄 모르는 신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신들을 고안해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판기 신, 편의점 신, 도깨비 방망이 신, 장풍 신, 진통제 신, 안찰 신, 대박 신, 로또 신, 황금의 손을 가진 마이다스 신, 긍정의 신 등 온갖 잡신들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런 신들은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한 철 장사하는 신들입니다. 길게는 몇 년 단위로 짧게는 몇 달 단위로 선호하시는 신 차트의 순위가 바뀝니다.

 

하기야 이미 일세기 그리스인들도 신에 대한 집착이 많았습니다. 역사가인 누가는 그리스인들이 이 신 저 신 온갖 신들을 다 찾아다니다가 나중에는 아예 미지의 신”(알지 못하는 신)에게까지 제사를 드렸다는 기록을 바울의 증언을 통해 남겼습니다(행전 17:23). 그리스인들의 신()사랑은 불황을 몰랐습니다. 자기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거나 그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줄 신들이라면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찾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신들을 찾아다니는 일,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꺼이 새로운 신들을 만들어 내는 일, 듣도 보도 못한 신들을 섬기는 일은 1세기 그리스인들만의 집착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구약성경의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급의 바로의 학정에서 풀려나 오로지 야웨 하나님 한분을 주군으로 섬기는 훈련을 받았던 광야 40년 시절을 기억해 보십시오. 그리고 40년의 고단한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들이 모압평지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마치 물가에 내어 놓은 어린아이처럼 이스라엘 백성의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스럽고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길고 긴 시를 지어 그들에게 들려주라고 하셨습니다(32:1-43).

 

시 전편에는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신들을 따라갈까 하는 깊은 염려가 깔려 있습니다. 32장은 일명 "모세의 노래"로 알려져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아직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인데도 마치 이미 들어가서 생활을 하는 것처럼 적나라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시에는 "배도"(背道)의 삶을 엄하게 꾸짖고 경고하는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는 구절이 눈에 띱니다. “그들은 하나님께 예배하지 아니하고 귀신들에게 하였으니 곧 그들이 알지 못하던 신들, 근래에 들어온 새로운 신들, 너희의 조상들이 두려워하지 아니하던 신들이다.”(17)

 

창조주이시며 출애굽의 하나님이 아닌 다른 신들을 귀신이라 칭하면서, 그 신들을 추구하고 예배하게 되는 배은망덕의 삶을 폭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들이 전에 알지 못했던 신들” “근래에 들어온 새로운 신들” “너희 조상들이 두려워하지 않았던 신들을 섬기게 되었다는 한탄과 탄식입니다.

 

모두 새로운 신들이라는 겁니다. 가나안에 들어가 처음 알게되는 신들입니다. 그러니 지난 40년간 광야에서 만난 하나님은 지루하고 지겹고 재미없는 신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나안에 살면서 시시각각으로 새롭게 다가오는 신들, 새로운 미래를 약속하는 신들, 이 모든 신들은 "최근에 나타난 새로운 신들"이었습니다. 

 

이런 신들이 단순히 옛날 옛적의 신들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의 삶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신들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낸 신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일회용 신들입니다. 약간의 수정만 하면 재활용이 가능한 신들입니다. 지루해지면 언제라도 다른 것으로 대체되는 신들입니다. 마치 스마트 폰 바꾸기처럼 말입니다. 이런 세상에선 옛 것은 언제나 천덕꾸러기가 됩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몇 개의 옛 노래들”(Old Songs)을 기억하십니까? 여러분과 저에게 힘을 주었던 옛 찬송가들 말입니다. 여러분의 신앙을 지탱해주는 오래된 찬송 10 곡을 기억해 낼 수 있습니까? 오랜 세월 숙성된 신앙의 노래들을 내 영혼 깊은 곳까지 스며들게 하는 노래와 찬송들 말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이 토굴 속에서 험산 준령에서 영혼의 한 겨울에서 영혼의 무게를 느끼면서 불렀던 찬송들 말입니다. 그들의 굳건한 어깨에 기대어보지 못한 채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이 어찌 영혼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요즘 교회들은 아무런 의미 없이 새로운 곡들을 불러댑니다. 때론 우리의 젊은이들은 영혼 없이 몸을 흔들어댑니다.

 

새 것. 좋습니다만 시련의 세월 속에서 숙성되어온 신앙은 옛 신, 태고로부터 계신 분, 산들이 있기 전부터 계셨던 오래된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고 찬양하고노래하였습니다. 부탁합니다. 제발 여러분들에게 달콤한 꿀로 유혹하는 새 신들을 찾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고 팔지도 마세요. 새 것, 새 신, 별거 아닙니다. 이제 오래된 고향집의 포근함을 안겨주는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거기서 "오래된 노래들"을 불러보세요. 새 것, 새 신 유감이었습니다.

 

[천마산의 오후, 박정현]

박정현하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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