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인생은 견디는 거야! - 바이킹 유감”

 

 

놀이기구 공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롤러코스트(청룡열차라고 하던가?)다. 40대 초에 네덜란드에서 타본 것이 마지막이다. 그 후 서울 대공원에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갈 적에 놀이기구는 처다만 봤다. 수많은 놀이기구 가운데 만만해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이킹이다. 그네 타는 재미가 있을 듯하였다. 롤러코스트 타기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처럼 보였다.

 

올 여름 끝자락에 모처럼 아내와 함께 어느 휴일 월요일에 인천 해안가를 운전해 가다가 우연히 놀이기구가 보였다. 젊은 날의 기억을 되살려 쑥스러워 하면서 들어갔다. 어린 애들처럼 한번 시도해볼까 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둘러보던 아내가 “바이킹”을 타자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무섭고 몸이 안 따라주겠지만 바이킹은 그네처럼 한가롭게 왔다 갔다 하니 타볼만 하겠다는 것이다. 한 번도 바이킹을 타본 일이 없는 나와 아내는 멋쩍게 웃으며 타러 들어갔다. 그날따라 파리 날리는 조용한 놀이기구 파크다.

 

젊은 날의 낭만을 떠올리며 단 둘이서 바이킹에 올랐다. 잠시 후 서서히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서히 움직이는데 우리 둘은 설렘으로 흥분했다. 첫 번 째 주기로 왔다 갔다 할 때는 재미있어 보였다. 소리 내어 웃기까지 했다. 5명의 외 손주를 둔 할머니 할아버지가 바이킹에 올라탄 것 자체가 웃기지 아니한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웃음도 잠시였다. 바이킹이 뒤로 갈 때는 숨을 들이쉬고 그나마 참을 만한데 가장 높은 곳까지 뒤로 갔다가 앞을 향해 곤두박질하며 내달릴 땐 심장은 하늘에 있고 몸은 땅 아래로 직전낙하 하는 공포가 가히 묵시론적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의연하게 앉아 참고 있는데 아내가 괴성을 지르며 죽겠다고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빨리 내려달라고 소리 치르는 데, 이건 창피고 체면이고 뭐고 없다. 죽을 지경이란다. 미안하지만 할 수 없이 운전을 멈춰 달라고 저 아래 조종실에 앉아 있는 운행 담당자를 향해 소리를 내질렀다. 보아하니 그 사람이 히쭉 웃어대며 천천히 바이킹을 세운다. 아내는 혼비백산한 모양이다. 구토 증세를 보여 간신히 부축하여 아래쪽 계단에 앉혔다.

 

때마침 바이킹을 타려는 다른 젊은 두 커플들이 올라온다. 담당직원에게 나는 다시 타겠다고 했다.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다가 아내 땜에 멈췄으니 낸 돈 4천원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다시 타도된다는 허락을 받고 젊은 두 커플들과 함께 다시 탔다. 그들은 중간에 앉았지만 나는 오기로 맨 뒤쪽에 앉았다. 공포를 자초한 셈이다. 여러분, 오기부리면 안됩니다! 그 후 몇 분간 탔는지는 몰라도 내겐 몇 시간 동안의 지옥 공포가 계속되었다. 마침내 지옥의 문이 열리고 석방되는 순간이 왔다. 내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정신 차린 아내가 저쪽에서 히쭉 거리며 웃는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비틀거리며 메스꺼운 속을 달래기 위해 가까운 중식 식당으로 갔다. 빈속이라 더 했는지 모르겠다. 짬뽕으로 빈속을 채웠다.

 

지옥 경험을 이 세상에서 미리 맛보려면 바이킹을 강력 추천한다. 지옥에 바이킹을 설치할 것을 하나님께 정식으로 건의할 참이다. 알고 보니 우리가 탄 바이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섭고 악명 높은 월미도 바이킹이라고 한다.

 

뭐든지 모르고 덤벼들어야 하지 알고서는 덤벼들 수 없다. 때론 인생이 바이킹 타는 것 같겠지만 알고 타는 것이 아니니 그나마 해 볼만 하겠다. 다시 군대 가라면 가겠나? 알고는 안 가지. 다시 바이킹을 타라면 타겠나? 모르고 타면 타겠지. 인생을 알고 사나? 모르기 때문에 사는 거지. 삶을 쉽게 생각하지는 마시라. 그래도 뒤돌아보면 스릴이 있던 순간들이 오랜 기억에 남는다. 지금 살아있음에 고맙고 감사한다.

 

"인천 월미도의 악명높은 바이킹"

월미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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