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23 15:13
클린조크
"아이고, '대개'가 죽었습니다!"
주기도문의 끝부분은 송영(誦詠, doxology)이라고 합니다. 송영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라는 뜻입니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 하나님께 영원히 있습니다!”(마태 6:13) 참고로, 고대 헬라어 사본들에는 주기도문의 끝에 붙어있는 이 송영은 없습니다. 아마 초대교회 시대에 주기도의 대미를 송영으로 장식하려는 예전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어쨌든 외국어 번역에서처럼 한글번역에도 이 송영을 안내하는 독특하고도 어색한 단어가 있습니다. “대개”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단어의 뜻을 잘 몰라서 아무 생각 없이 “대개 나라와 권세와~~~”라고 암송합니다. 예전 개역성경에는 이 단어가 있었지만 지금은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사라졌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교회에 다니신 성도들은 주기도문을 암송할 때 무의식적으로 “대개 나라와 권세와~~”라고 합니다.
도대체 “대개”가 뭔가요? 물론 한자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대개”를 “대체로” 혹은 “그저 웬 만한 정도로 중요한 부분만을 대강으로 말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주기도문을 외우다가 끝에 가서 “지금까지 드린 기도는 대체로~~” 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한자어는 “대개”(大槪)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이 주기도문을 번역할 때 그런 한자어 ‘대개’(大槪)가 아니라 다른 한자어인 ‘대개’(大蓋)를 사용했습니다. 이 대개(大蓋)의 개(蓋)자는 뚜껑이나 덮개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따라서 대개는 “일의 큰 원칙으로 말하건대”라는 뜻입니다. 이제 기도를 다 드렸으니 기도의 큰 원칙으로 말하건데,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하나님께 영원히 있습니다!”라고 찬양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한글세대 교인들이 한자어 “대개”의 의미를 헷갈리거나 모르다보니 최근의 한글 성경 번역에선 아예 이 단어를 빼어버렸네요. 참 아쉬운 점입니다. 헬라어 원문에도 이 단어(ότι)가 버젓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영어로는 For, 독일어로는 Denn, 네덜란드어로는 Want로 번역하였네요. 모두 이유 접속사(“왜냐하면”)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한글로 “대개”(大蓋)로 번역한 것은 정말 잘한 것입니다. 문제는 ‘대개’가 죽어서 참으로 아쉽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한마디 하자면, 신학생들이여! 성경을 잘 이해하시렵니까? 성경을 원어로 배우겠다고 혹시라도 어줍지 않게 헬라어, 히브리어, 라틴어를 배운다고 기를 쓰지 마세요. 그런 언어는 좀 못해도 됩니다. 한글이라도 잘 하세요. 물론 한글의 60%이상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외칩니다.
“대개를 살려내라!”
“대개를 살려내라!”
“대개를 살려내라!”
그리고 교회에서는 ‘대개’와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송영’이 살아나야 합니다. 왜냐고요? 신학과 신앙은 궁극적으로 송영이기 때문입니다.
All Too Fall Colored Covered Bridge at Bennington, VT
'대개'가 일본어로는 부사로 '생각건대' '확실히' 이네요. 그런데 '개'가 한자로 뚜껑이라는 말인데, 뚜껑이 어떻게 원칙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