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악플, 악플러 유감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못을 하거나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물론 법적 죄(crime)와 윤리 도덕적 죄(ethical & moral sin) 사이의 경계가 때론 분명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려는 잘못은 주로 윤리적이고 도덕적 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윤리 도덕적 죄와 잘못은 종종 고의성과 의도성을 갖고 짓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무지 때문에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향해 누군가 나서서 지적하고 비난하고 그들의 죄와 잘못을 드러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정의(正義)의 실현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지불식간에 자기 의로움으로 충만하여 그럴 경우도 있습니다. 정의로운 투사형이든 자기 의로움의 교묘한 표출이든지 그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돌직구를 거침없이 상대방을 향해 날리는 것입니다. 그들의 노력 때문에 사회가 많이 정화되기도 하고 불의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숨겨진 의도가 상당히 위축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때론 그들의 돌직구는 독을 묻힌 화살촉과 같아 의도했던 표적인 죄와 불의 보다는 그 죄와 불의를 품고 있는 한 사람(인격)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도 합니다. 물론 죄와 죄인을 구분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정의(正義)는 죄를 타격 표적의 대상으로 삼지 그 죄인의 인격을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사랑하라는 말이 그 뜻일 겁니다.

 

오늘 내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정의를 위해 그런 돌직구를 날리며 도덕적 불의를 들춰내고 더러운 것들을 치워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매우 서글프게 생각하는 부류는 간사한 조연급 조무래기들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온라인상에서 특별히 SNS 상에서 전대미문의 악풀 최강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 추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반사회에서가 아니라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특별히 신학을 하고 사회적 정의에 대해 열혈 헌신을 한다고 하는 일부 신학생들과 젊은 목사들 사이에서 이런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 것은 보통 비극이 아닙니다. 나름 정의의 이름으로 돌직구를 날리는 몸글에 열정적 댓글로 용비어천가를 외우는 듯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말투는 빈정댐과 비아냥댐에 소름끼치는 썩소를 첨부합니다. 그들이 올리는 무차별 악플(악성 댓글)을 보면서 정말 가련하기 그지없는 쪼잔한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심한 비애를 느낍니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까지 왔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들의 영혼은 종종 빈정댐, 비아냥댐, 조롱과 모욕적 언사, 불타는 집에 슬쩍 슬쩍 휘발유를 끼얹는 치사함, 더러운 추임새를 넣는 비열함, 아니면 말고 식의 언어폭력, 남의 상처를 살살 건드리면서 약 올리기, 쓰레기 같은 독설 등으로 찌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빈정댐과 비아냥댐에 대한 좋은 한 실례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주시(imprecatory psalm)로 널리 알려진 시편 137장입니다. 시편 137장은 바벨론 포로 생활의 서럽고 슬픈 역사를 뒤돌아보며 지은 시입니다. 아마 훗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시를 그들의 예배의식에 사용하고 낭송함으로써 불행했던 과거를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시는 바벨론으로 강제 이주당하여 유프라테스 강변에 모여 살던 유대인들이 그 당시 겪었던 사건들을 회상하며 지은 시입니다. 특별히 예루살렘 함락이라는 유대 민족사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을 떠올리는 시의 후반부를 보면 유별난 언급이 나옵니다. 에돔에 관한 언급입니다.

 

아시다시피 주전 587년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해였습니다. 그해 여름 바벨론의 황제 느부갓네살은 대군을 이끌고 예루살렘 성을 함락시켰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 함락은 유다가 그들의 하나님께 대해 반역하고 불순종한 그들의 오래된 죄 값을 치룬 결과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심판의 도구로 바벨론 제국을 사용하신 것이었습니다. 물론 바벨론 제국은 예루살렘을 무참하게 짓밟았습니다. 유다와 예루살렘이 당한 그 때의 비극은 예레미아애가(Lamentations)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다와 예루살렘이 멸망하던 그 때에 바벨론 제국 옆에 서서 깐죽거리며 예루살렘의 함락을 조롱하고 빈정대고 비아냥대던 나라가 있었습니다. 에돔이었습니다. 에돔이 어떤 나라입니까? 유다와 같은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가 아닙니까? 그런데 에돔이 바벨론에 빌붙어서 유다를 조롱하고 비아냥대며 하는 말이 헐어 버리라 헐어 버리라 그 기초까지 헐어 버리라!”라고 한 것입니다.

 

유다와 예루살렘은 자기들이 지은 죄의 값을 받아서 바벨론의 공격과 괴롭힘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뜬금없이 나타난 에돔의 빈정대는 조롱과 모욕적 언사는 도저히 참아내기 어려운 고통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조롱과 비아냥거림은 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매우 악질적 행위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들은 그 때 그 시절의 에돔의 못된 악질적 행동을 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에돔의 행위는 앞을 다투며 악질적 댓글을 다는 인간들과 같은 것입니다. SNS에서 몸글을 통해 마땅한 비난을 받고 정죄되고 있는 자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얼마나 인식하고 괴로워하는지도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악플을 통해 잘못을 저지른 자의 인격까지 따로 뽑아내어 놀잇감으로 삼아 빈정대고 조롱하고 키득대는 자들의 볼썽사나운 짓거리는 사자가 잡아놓은 먹잇감을 탈취하기 위해 어슬렁거리며 몰려드는 광야의 무법자 하이에나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 뒤엉켜 끽끽대며 먹잇감의 살점들을 물어뜯어가려고 애를 쓰는 하이에나들이 연상됩니다. 혐오스런 하이에나의 입모양이나 인격살해를 마다하고 빈정대는 악풀러들의 흉물스런 얼굴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눈꼴시어서 가는 거니까라는 작가 박완서의 말이 떠오릅니다. 악플 유감, 악플러 유감이었습니다.

 

[평온한 마을 풍경, Grand Rapids, MI]

GR에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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