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오해되고 남용되는 성경구절 시리즈 (1)

2013.10.02 00:30

류호준 조회 수:6412 추천:1

오해되고 남용되는 성경구절 시리즈 (1)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4:13)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국교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종교 상표들이 있습니다. “적극적 사고”, “가능성 개발, “기복 신앙”, “긍정의 힘”, “삼박자 구원”, “건강과 번영과 복음등이 있습니다. 이들 중 어느 것들은 외국에서 수입해서 들여온 것들이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재래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예수를 믿으면 잘 먹고 잘 살고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풍조가 교회에 깊게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을 사회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6.25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사회와 국가를 재건하고 복구해야만 했습니다. 민주주의도 확립이 안 된 상태에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몸부림을 쳐야 했습니다. 6.25전쟁이 끝난 지 채 10년도 안되어서 5.16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잘사는 조국 건설을 표방하며 경제부흥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경제성장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면서 여러 차례 경제개발계획을 시도했습니다. 민주주의와 같은 국가적 중요 가치는 언제나 경제발전 계획의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먼저 잘 먹고 잘 살아야 그 후에 인권과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논할 수 있다는 철학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른 아침이 되면 전국 어디서든지 새마을 운동 노래가 들려 왔습니다. 개발독재시대의 이른 아침 마을 풍경이었습니다. 개발은 곧 경제적 발전을 의미했고, 사람들은 잘 살아보세~”라는 노래에 맞춰 성공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는 국가 발전과 함께 한국 기독교회의 부흥기였습니다. 여의도에서 열린 빌리 그래함 전도 집회(1973년)는 백만 명을 동원하였고, 고 김준곤 목사가 이끌었던 대학생선교회(CCC) 역시 그리스도의 푸른 계절이 오게 하자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수십 만 명을 동원하는 대중 집회(엑스플로 74)를 열었습니다. 교회마다 전도 열기가 뜨거웠고 수적 부흥은 현저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의 마음에는 하면 된다.”는 생각이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들여온 놀만 빈센트 필 박사의 적극적 생각”, 그의 정신적 후계자인 로버트 슐러 목사의 잠재적 능력에 대한 생각”, 풀러 신학교의 도널드 맥가브란 교수의 교회 성장학파의 영향력은 대단했습니다.

 

당시에 교회에서 흔히 사용되던 말 중에 할 수 있거든 이란 말이 무슨 말이냐?”는 말이 있었습니다. “할 수 있거든이란 말은 신앙인에게는 적합하지 않는 문구라는 뜻이었습니다. 달리 말해 조금의 의심이라도 들어 있는 확신은 믿음이 있는 사람들에겐 온당치 않는 말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가운데서 즐겨 인용되었던 성경 구절이 바로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4:13)는 말씀이었습니다. 신앙지상주의자들에겐 이 문구의 앞 구절(“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은 형식적으로만 따라 붙어있는 구절이었지 실제로는 없어도 관계없는 문구였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구절은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외침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슬프게도 이 구절은 한국교회에서 가장 잘못 사용되는 성경구절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이 들어 있는 전후문맥만 조금만 살펴봐도 이 구절이 단순히 하면 된다!”는 긍정적 사고방식을 지원하는 구절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히려 이 구절은 긍정의 힘” “적극적 사고방식과 같은 매우 인본주의적 생각을 강력하게 물리치는 구절입니다.

 

사도바울은 그의 생애의 말년에 로마의 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바울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여러해 전 어느 날인가 그리스의 빌립보 지역에서 만났던 몇몇 여성 신자(루디아를 포함하여)들에게 설교했던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빌립보 교회였습니다. 아마 바울은 로마의 옥중에서 빌립보에서 섬유 무역업을 하던 루디아 권사님의 주소로 편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그 편지에서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삶의 여정을 뒤돌아보면 이렇게 담담한 심정으로 고백을 합니다. “나는 어떠한 형편에든지 자족하기를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습니다.”

 

그가 살아왔던 삶의 비밀이 무엇이라는 말입니까? “자족”(content)하는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그런데 그런 자족(自足)이 어떻게 가능했다는 말입니까? 이런 질문에 대해 바울은 다음과 같은 말로 스스로에게 대답합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보다시피 바울이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의 모든 것은 분명히 앞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형편과 처지를 가리킵니다. 가난하든 잘 살든, 건강하든 병들든, 즐거울 때든 슬플 때든, 어떤 형편과 어떤 처지에서도 자족하며 복음을 전파할 수 있었던 것이 그에게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역경과 난관과 시련의 기간들을 넉넉히 이겨나갈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해 그런 난관과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과 능력을 주신 분은 다름 아닌 내게 능력 주시는 하나님이었고 그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고백입니다.

 

그러므로 이 구절(“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을 자기 확신이나 자기 긍정을 부추기는 구호로 전락시키지 마십시오. 이 구절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숭고한 신앙고백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라는 복음찬송을 불러 보시기를 바랍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나의 달려 갈길 다 가도록

나의 마지막 호흡 다하도록

나로 그 십자가 품게 하시니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나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밟음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항해하는 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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