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1 23:09
한자어 유감
유럽에서 신학으로 학위과정을 공부하려면 고전어를 통과해야한다. 고전어라 함은 ‘히브리어’ ‘헬라어’ 그리고 ‘라틴어’다. 앞에 두 언어들이야 이해가 되지만 라틴어에 대해선 유감이다. 유럽인들에게는 라틴어가 고전어이겠지만 한국 사람의 경우는 라틴어가 아니라 한자어(漢字語)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글세대는 한자어를 잘 모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대부분 한자어다. 한글성경은 더더욱 한자어로 가득하다. 물론 라틴어를 알면 유익한 점이 있다. 게다가 라틴어 몇 단어라도 사용하면 아주 유식하게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라틴어를 몰라도 한글 성경을 읽는데 지장은 없다. 그러나 한자어를 모르면 치명적이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당했던 고난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명기에서 한 구절을 읽었다. “여호와께서 우리의 고통과 신고와 압제를 보시고”(26:7)라는 구절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기서 ‘신고’가 무엇입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대부분 우물쭈물한다. 몇몇 학생들을 지적하면서 대답해 보라고 하였다. 한 학생이 당당하게 대답을 한다. “예, 선생님, 신고란 전화로 경찰서에 알리는 것입니다.” 그러자 한 학생이 거들면서 “예, 어려운 사정을 하나님께 알리는 것이지요.”라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런가 보다 하며 한바탕 웃는다. 물론 나이 든 학생들은 그건 아닌데 하면서도 정작 그 한자어의 뜻을 말하지는 못한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라면 가운데 무슨 라면이 있지요?” 합창하듯이 “신 라면이요!”라고 대답한다. “그래요, 신 라면 봉지에 한자가 쓰여 있지요? 자세히 본 사람들이라면 한글 해석이 있을 텐데!” “매울 신입니다” “그렇군요. 덮어 놓고 먹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매운 라면이란 뜻이군요.” 이제야 ‘신고’의 ‘신’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 다음 ‘고’는 무슨 뜻인 것 같습니까?” “그거야 쉽습니다, 고생할 때 ‘고’자입니다.” “그렇다면 신고의 뜻은 ‘매서운 고생’이란 것이군요.” “이제 알았습니까? 그래서 본문은 하나님께서 신고(辛苦)를 들었다고 하지 않고 신고(辛苦)를 보았다고 한 것입니다.”
나는 성격학자이면서도 성경원어인 히브리어나 헬라어를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한글이라도 똑 바로 알면 성경을 이상하게 해석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나중에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성경원어를 배울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국문법과 한자어를 많이 배우라고 권한다. 내가 너무 심했나요?
역시 스승님의 깊은 뜻이라... 감사합니다. 제자 박주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