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부모의 동의에 의한 능동적 안락사"

[중환자실에 가보면 가슴아프고 괴로운 일들이 많이 있다. 특별히 너무도 심한 고통으로 생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아래의 예는 기독교인들로서 이런 상황에 이르렀을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할까 하는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다. 계속되는 질문과 잠정적인 답변은 다음 글에 싣는다: 류호준 목사]


미미는 9살 난 소녀이다. 태어난 지 13개월이 되었을 때에 낭성섬유증(cystic fibrosis)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일종의 유전질환으로 심각하게 되면 폐질환이나 심장질환으로 죽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미미는 그동안 12 번씩이나 병원에 입원 하였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8번이나 입원 해 있었다.

최근에 입원했을 때에 미미는 병원으로부터 실험용 항생제를 투여 받았는데, 낭성섬유증으로 인하여 이미 심하게 손상을 입은 폐에 발생하는 폐렴을 저지하기 위하여 사용된 것이다. 이 당시 미미의 병은 너무도 심했으며, 쇠약해 질대로 쇠약해진 미미는 가까스로 힘겹게 호흡을 할 뿐이었다. 미미는 자기의 주의 환경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이 보였고 자기의 어머니 외에는 그 누구하고도 의사소통하기를 거절하였다.

미미의 병이 너무도 깊고 중했기 때문에, 또한 미미의 부모들은 실험용 항생제 투여가 미미의 폐에 감염을 억제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하였기 때문에, 미미의 담당 의사는 미미의 부모들에게 ‘No Code’(어떠한 의학적 치료수단과 방법이 더 이상 적용될 수 없는 상태)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하여 의논하게 되었다. 미미의 부모는 치료도중 심장이 악화되어 멈추게 되려 할 경우 산소호흡기에 의한 소생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No Code‘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물론 이러한 대화와 그에 따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미미는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전에 딸이 죽음과 죽는 일에 관하여 질문 했을 때 미미의 어머니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지도 못했던 형편이었다.
  
미미의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어갔다. 이때에 부모는 미미가 얼마나 더 살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맞도록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질문했다. 미미의 아버지는, “내 사랑하는 딸이 죽어가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그들은 최악의 경우 딸의 정맥 내에 염소산칼륨과 같은 주사액을 집어넣는 ‘능동적 안락사’에 대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담당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매우 악화되어 도저히 희망이 없다하더라도, 또한 환자가 당하는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환자의 생명을 거두어들이는 일은 법률이 금하고 있다고 부모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부모들은 의사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그 다음날 미미의 심장의 기능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미의 상태는 극도로 악화되어 갔으며 약 48시간 후에 죽었다. 죽기 전 이틀 동안 미미의 부모들은 마치 개구리의 눈처럼 툭 튀어나온 눈에 초점을 잃고 누워있는 이 엄청난 미미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점점 죽어가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크나큰 좌절 속에 빠져있었다. 그들은 딸의 고통을 조금도 줄여줄 수 없다는 무력함과 심한 좌절감만을 맛보아야했다. 의학적 치료는 미미가 생명을 거두는 순간까지 계속 되었고 미미의 죽음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그 어떤 조취도 취해지지 않았다.  

미미가 죽은 후 약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미미의 어머니에게 “만일 그때 능동적인 안락사가 당신에게 주어졌었다면 아직도 당신의 딸을 위하여 그것을 허락하겠느냐”고 질문했을 때 어머니의 대답은 “네”였다.  

죽음이 너무나도 명백한 지경에 이른 환자에 경우, 환자와 그의 가족들을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능동적인 안락사가 허락이 되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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