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대학 미식축구 라이벌전

MSU vs. UOM

 

스포츠 라이벌전은 대부분의 나라들에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대학 간 라이벌전으로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조정경기, 런던대학과 런던 킹스 칼리지간의 경기, 일본의 동경대첩으로 알려진 게이오 대학과 와세다 대학의 럭비, 물론 한국에선 연세대와 고려대간의 연고전이 있다. 그러나 아마 전 세계적으로 대학 스포츠에 가장 많이 열광하는 나라는 미국일 것이다. 우선 대학 숫자로서 제일 많다. 4년제 대학이 대충 2,500, 2년제 대학이 1,600, 도합 고등교육 기관이 4,100개 정도다. 국토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기는 하지만 유럽의 대학교육 이념과는 너무도 다른 게 미국 대학교육이다. 유럽에선 선별된 사람들이 가는 곳이 대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즉 주로 인문계고등학교(김나지움)를 나오는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은 일차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일찌감치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와 직장을 잡는다. 반면에 미국은 교육제도에서도 자유민주주의적 철학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어서, 누구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고 있다. 따라서 자기가 원하면 어느 대학이든 자기에게 맞는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이 열려있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아이비 대학들을 포함하여 일부 경쟁력이 있는 사립대학들을 제외하고는 부모들은 교육비가 적게 드는 주립대학들을 선호한다. 주민들을 위해서 세워진 대학들이기에 해당 주 출신의 자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값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 시민이라 할지라도 다른 주에 있는 주립대학을 갈 경우는 외국 유학생과 같이 비싼 등록금을 내야한다. 각 주립대학이 존재 목적은 각 주의 주민들의 자녀들 교육에 우선권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각 주에는 상당히 많은 주립대학들이 있는데 미시간 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시간 주의 대표적인 주립대학교(state universities)를 들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대학교를 든다. 미시간주립대학(Michigan State University, 약칭 MSU)과 미시간대학(University of Michigan, 약칭 UOM)이다. 전자는 미시간 주 중앙에 있는 주도(州都, State Capital City)인 이스트 랜싱(East lansing)에 위치하고 있고 후자는 이스트 랜싱에서 남쪽으로 대략 100킬로 정도 떨어져있는 아름다운 대학촌 앤아버(Ann Abor)에 위치해 있다. 둘 다 미시간 주가 자랑하는 명문 주립대학교들로 학생 수가 각각 5만 명과 43천명의 대규모 연구중심 대학들이다. 각 대학들은 학교를 대표하는 로고와 별명을 갖고 있는데, 미시간주립대학교(MSU)는 그리스시대의 전사들을 표방한 초록색의 스파르탄”(Spartans)으로, 미시간대학교(UOM)는 곰을 닮은 맹수인 청색바탕의 노란색인 월버린”(Wolverines)이라 부른다. 두 대학은 1896년 이후로 매년 대학미식축구(College Football) 라이벌전을 치르는데 그 경기장의 열광은 미시간 주의 늦가을 추위를 삼키고도 남는다. 풋볼 경기장은 초록색과 청색으로 수를 놓는다. 대단한 장관이다.

 

1980년 이후로 미국 미시간 주에 주민으로 살아오며 4명의 자녀를 낳고 기른 내 경우, 자녀들 중 2명을 주립대학에 보냈다. 하나는 미시간주립대학교(MSU), 다른 하나는 미시간대학교(UOM) 출신이다. 엊그제(1017)는 두 학교 간에 숙명의 라이벌전이 있었다. 미국 중서부의 가을의 전설은 라이벌 대학 간의 미식 축구대항전이다. 미시간주립대학교(MSU) 출신들이나 동문 가족들은 고고 그린”(Go Green)을 외치고 그들만의 초록색 옷을 입고 다닌다. 미시간대학교(UOM) 출신들 역시 고고 블루”(Go Blue)를 연신 외쳐댄다. 한국어로 하자면 미시간주립대학교 파이팅!” “미시간대학교 파이팅!”이란 말이다.

 

대항전이 있었던 늦은 오전에 어린 손자들을 데리고 인근 스퍼마켓인 월마트 안을 돌아보고 있었다. 때 마침 뭔가를 먹고 싶다는 세 살짜리 손자 예일이를 데리고 빵 종류가 있는 섹션으로 갔다.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빵 가게에서 일하는 중년의 아줌마가 보였다. 때마침 나도 미시간주립대학(MSU)의 로고가 들어있는 초록색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상냥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오늘 오후에 대 혈전이 벌어지는데 아느냐고 물었다. 물론 안다고 했더니 자기도 열혈 스파르탄(미시간주립대학) 팬이라면서 오늘 오후에 미시간대학(UOM) 월버린을 짓밟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크를 한다. 확신에 찬 얼굴로 그렇다고 했더니 어린 손자에게 달짝지근한 그림 빵 하나를 공짜로 건네주면서 “Go Green!”하는 것이었다. 나도 엄지를 치켜들며 “Go Green”이라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둘째 딸아이의 모교인 미시간주립대학교(MSU)를 응원하고, 우리 집 사람은 막내아들의 모교인 미시간대학교(UOM)를 응원하였다. 집이 나뉜 것이다. 가정이 갈라진 것이다. 옷도 한 사람은 초록색으로 다른 한 사람은 블루 바탕의 노란색 M자를 그려넣은 옷을 입고 하루를 보냈다. 경기는 3년 만에 미시간대학교가 자리 잡은 앤아버의 스타디움(Stadium)에서 벌어졌다. 미시간대학교의 스타디움은 미국에서 가장 큰 경기장으로 일명 큰 집”(Big House)라 불리는데 12만 명이 들어가는 대형 경기장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두 번째 큰 경기장인데, 그날 방송 중계자에 따르면 112천명이 입추에 여지가 없이 들어섰다고 한다.

 

경기는 처음부터 미시간대학이 리드하고 있었다. 미식축구는 모두 전반 15분씩 두 번, 후반 15분씩 두 번을 해서 모두 1시간하는 경기지만 선수교체, 타임아웃, 공수전환등을 포함해서 보통 3시간 정도 걸린다. 3년 만에 호적수 스파르탄을 홈으로 불러 들여 경기를 치르는 월버린은 계속되는 리드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초초하였다. 스파르탄 전사들의 역습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쿼터 10초를 남기고 UOM의 월버린은 MSU의 스파르탄을 23-21 스코어로 이기고 있었다. 이대로 끝나는 경기였다. 빅 하우스는 UOM의 노란색 블루(Maize and blue)로 열광했다. “Go Blue!” “Go Wolverines!”을 외쳐대는 마지막 함성으로 가득했다. 이제 미시간 월버린은 마지막 공격기회를 갖고 있었고, 쿼터백이 주는 공을 받아 키커(kicker, punter라고 함)MSU의 앤드 존(end zone) 쪽으로 차버리면 끝나는 것이다. 10초만 견디면 짜릿한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미시간 월버린의 쿼터백(quterback)이 뒤쪽에 위치한 키커 블레이크 오닐에게 공을 던졌다. , 이런, 이럴수가! 키커가 공을 놓친 것이다(fumble). 놓친 공을 다시 잡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사이 MSU의 수비 선수 왓츠 잭슨(Watts-Jackson)이 그 공을 가로챘다.


온 경기장은 열광했다. “어찌 이런 일이!”하는 깊은 탄식과 함께 그래 바로 그거야, 달려라, Go Go Green”하는 외침이 어우러져 빅 하우스 안을 유령처럼 맴 돌고 있었다. 공을 가로챈 MSU의 선수는 적진을 뚫고 미친 듯이 달렸다. UOM 월버린의 앤드 존(end zone)까지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해가면서 죽어라 달렸다. 마침내 온 몸을 던져 적진의 심장에 공을 품고 뒹굴렀다. 흰색 바탕에 검정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심판들이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 올리며 터치다운!”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경기종료를 가리키는 전광판의 대형 시계가 0:00을 알렸고 앤아버 경기장의 십만 관중들을 열광하며 함성을 질렀다. 최종 스코어 27:23으로 MSU의 스파르탄(spartans) 전사들은 UOM의 맹수 월버린(wolverines)을 마지막 순간에 먹어버린 것이다. 아래 코믹만화가 잘 보여주듯이 스파르탄 전사들은 으흠, M, M, M 월버린 맛이 겨우 치킨 맛이네!”라고 놀려댄다(미국에선 치킨이라 하면 겁쟁이란 뜻도 있다).


10초의 한, 쥐고 있는 손의 땀, 놓침, 잡음, 달림, 열광, 함성, 한숨, 아쉬움, 눈물, 웃음, 얼싸안음, 기쁨, 통쾌, 하이 파브, 이렇게 미시간의 가을은 깊어만 갔다. 전통적으로 두 학교 간의 라이벌 전은 미시간 주 전체를 몸살 나게 만드는 가을 단풍 계절의 전설이다. Go Go Green을 외친 나와 우리 딸, Go Go Blue를 외친 아내와 막내 아들! 결과적으로 나는 우리 집사람을 극적으로 이긴 셈이다! 나는 지금껏 우리 집사람에게 계속해서 리드를 당했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 10초를 남겨두고 역전할 것이다! 아멘! 그러니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하나님의 약속을 품속에 안고 달리는 그대들이여, 상대방의 태클로 인해 넘어지고 다칠 수는 있지만 결코 가슴에 품은 공만은 놓치지 마시라. 하늘 나라의 앤드 존에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던질 때 천군천사들이 두 손을 높이 들며 "터치다운!"이라 할 것이다. 인생역전(人生逆轉)이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 참고로 미시간대 월버린(UOM wolverines)의 영원한 호적수는 현재 미국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오하이오 주립대 버카이스(Ohio State Buckeyes)다*


[Big House의 열광하는 팬들, 그리고 MSU의 승리를 축하하는 코믹만화]

IJ0X.jpg MSU.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류호준 교수의 무지개성서교실이 http://www.rbc2020.kr 로 리뉴얼하여 이전합니다. 류호준 2020.08.24 5516
공지 "무재개 성서교실은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5] 류호준 2018.03.29 3473
529 신앙 에세이: "썩는 냄새 진동하는 한국교회의 생태계" file 류호준 2015.10.29 1528
528 신앙 에세이: “교회개혁은 먼데서 찾을 것이 아닙니다.” file 류호준 2015.10.27 2435
527 일상 에세이: “목회자의 안식년과 재고조사기간” file 류호준 2015.10.24 1622
» 일상 에세이: “미식축구 라이벌전”(MSU vs. UOM) [1] file 류호준 2015.10.20 1748
525 일상 에세이: “가을 소풍” [2] file 류호준 2015.10.18 1437
524 일상 에세이: “번역 유감(有感)” file 류호준 2015.10.16 1251
523 일상 에세이: “도심 속의 교회, 세상 속의 교회” file 류호준 2015.10.14 1616
522 일상 에세이: “채소와 과일” file 류호준 2015.10.09 1498
521 신앙 에세이: "가게를 다시 열었습니다!" file 류호준 2015.10.08 1363
520 이사야서 해설 샘플 에세이: “안일한 사람들, 한심한 여인들” file 류호준 2015.10.06 1204
519 신앙 에세이: "세계 성찬 주일" (World Communion Sunday) file 류호준 2015.10.05 1284
518 일상 에세이: “구두 유감” file 류호준 2015.10.02 1163
517 일상 에세이: “프란치스코 교황 유감” [1] file 류호준 2015.09.28 1377
516 신앙 에세이: “장로교 9월 총회에 대한 단상” file 류호준 2015.09.23 1265
515 일상 에세이: “있을 때 잘하세요!” file 류호준 2015.09.21 1815
514 신학 에세이: “성경을 작은 교리서로 축소하지 마세요!” file 류호준 2015.09.17 1360
513 시론: “문학의 얼룩” 단상(斷想) file 류호준 2015.09.15 1251
512 신학 에세이: “미셔널 교회”(Missional Church) 유감 file 류호준 2015.09.12 2000
511 일상 에세이: 시간여행, 추억의 장소 “코너 마켓” file 류호준 2015.09.08 1691
510 이사야서 해설서 전반부(제목과 요절들) file 류호준 2015.08.05 8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