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8 10:37
“프란치스코 교황 유감”
미국을 방문 중인 로마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Pope Francis, 78, 1936생,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이 엊그제 미국 국회에서 연설을 마친 후에 국회의장이 주관하는 교황 환영 점심만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워싱턴 정가의 유력한 정치가들과 권력가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여 서로에게 축배를 들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는 만찬입니다.
그러나 교황은 그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고, 그 대신 300명의 거리의 노숙자들에게로 갔습니다. 허기진 그들을 먹이고 그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했습니다. 정말 가슴 뭉클하게 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도 집 없이 노숙자로 태어났습니다.”라고. 그런 교황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의 진실성 담긴 상징적 행위들과 순수하지만 정의로운 단순한 언어들에 매료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가 신앙과 교파와 인종과 이념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추앙과 존경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의 철학과 사상과 노선에 대해 100% 동의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그가 19세기 스타일의 교황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극보수 개신교도들은 로마가톨릭을 이단이요 이교라고까지 몰아붙입니다. 심지어 교황을 이단의 두목이라고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철옹성 같은 가톨릭 내부의 관료적 계급주의를 타파하려고 애를 쓰고, 돈을 우상시하는 자본주의의 다양한 욕심들을 지적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자를 대변하고 낮은 곳까지 내려가려는 그의 겸손한 행동에 대해선 그저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렇습니다. 존경은 버는 것이지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종교지도자들, 특별히 기독교 목사들이 귀담아 듣고 보아야할 소름끼치는 신성한 광경입니다. 경건한 수사학과 신학적 정통의 칼날을 내세워 논쟁할 것이 아니라 그처럼 행동해 보려는 겸허한 마음과 용기를 가져본 일이 있는지에 대해 자문해야할 시간입니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동료 목회자들에게 물어봅니다. “당신들의 사역은 누구를 위한 사역입니까?” “당신들의 사역은 어느 곳을 지향하는 사역입니까?” 내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유감(有感)이었습니다.
[Super Full Moon, 박정현 작]
저도 관련된 기사를 읽고서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단상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확실히 교수님 제자 맞는 것 같습니다. ^^
"그의 관심은 깔끔한 옷에 은은한 향수 냄새나는 매끈한 얼굴을 지닌 워싱턴 정치 지도자들이 아니었다. 그의 우선적 관심은 집도 없이 떠도는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교리를 떠나 예수를 따르는 삶은 이처럼 혁명적일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어떤 사람들과 식탁를 같이 하셨나? 갑자기 국가 조찬기도회에 못가서 안달이 난 교회 떨거지들이 생각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