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일상 에세이: “수채화와 유화”

2010.12.09 07:22

류호준 조회 수:6899

“수채화와 유화”

 

 

이 세상에서 삶을 산다는 것을 무엇에 비유할꼬? 특별히 크리스천들에게 있어서 인생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먼저 삶이라는 것 자체가 선물이겠지요. 주어진 것이니까요. 누구도 삶을 선택하거나 땀 흘려 벌어서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닙니다. 코헬렛은 말하기를,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전 2:24) 신앙인들은 인생을 ‘하나님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인생은 팔자니 우연의 조합이니 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또 다른 곳에서 코헬렛은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고백합니다.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습니다.(전 3:13); “또한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그에게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제 몫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전 5:19)

 

그런데 인생을 다른 것으로 비유하자면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는 텅 빈 캔버스라고 하면 어떨까요? 물론 어떤 철학자는 사람의 마음을 ‘백지’(tabula rasa)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만. 어쨌건 하나님은 여러분과 저에게 인생이라는 커다란 캔버스를 주시면서 그림을 그려가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꿈을 꾸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어떤 그림을 그릴는지는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는 각 사람에게 달려있을 겁니다. 실질적 문제는 어떤 종류의 그림을 그리도록 하셨는가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떤 미술 선생님에게 “손으로 그리는 그림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 말씀이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초보자인 당신이 외우고 기억하기 좋게 대표적인 둘만 가르쳐 드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수채화’(水彩畵, watercolor painting)와 ‘유화’(油畵, oil painting)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후 나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선물로 주신 인생이란 캔버스에 어떤 그림을 그려오고 있을까 하며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거나 멋지거나 장엄하거나 화사한 그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럭저럭 그림이 그려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캔버스를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덧칠한 곳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그마한 발견에 목이 메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발견입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리라고 숙제를 내주신 그림은 수채화가 아니라 유화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채화가 유화보다 그리기가 힘들답니다. 단 한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수채화는 덧칠하기가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유화는 덧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덧칠할 수 있는 기회, 적어도 다시금 기회(second chance)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 캔버스는 정말 흉물스럽고 끔직하고 최악이었을 겁니다. 오늘도 어제 잘못 칠한 부분을 땜질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덧칠 할 수 있는 유화를 그릴 수 있도록 ‘유화 인생’(oil painting life)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그런데 오늘은 어떤 색깔을 사용할까요?” “알아서 해!”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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