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21:51
"볼 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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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American Football)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면 아마 쿼터백(Quaterback)일 겁니다. 감독의 전략을 완전 숙지할 뿐 아니라 공격형 선수들에게 볼을 적시적소(適時適所)에 정확하게 배급해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볼 배급”말입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샌프란시스코 49ers 팬입니다! 아주 먼 옛날 슈퍼볼 영웅 쿼터백 조 몬태나를 기억하면서 ㅎㅎㅎ
일반인들이 병원에 가면 가장 당황스러운 일은 “어느 과”에 가야하는지 모를 때입니다. 전공의들이 버티고 있는 큰 병원에 어느 과로 가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의사가 “가정의학과”(family medicine) 의사랍니다. 가정의(家庭醫)는 미식축구로 말하자면 볼 배급하는 쿼터백입니다. “당신은 내분비과로, 당신은 정형외과로, 당신은 혈액종양내과로, 당신은 이비인후과로 가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라고 안내해주는 의사 말입니다. 의사들 중에서 전천후 전방위급 의사입니다. 근데 한국에선 전공의만 높이 평가하고 가정의는 좀 낮게 보는 이상한 풍조가 있습니다. ㅠㅠㅠ
신학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있습니다. 신학의 기본기는 목회학 석사(M.Div.) 과정에서 다 배웁니다. 아니, 다 배우도록 되어 있습니다. 신학 전반을 다 커버하는 일반학위인 목회학 석사를 마치고 목사가 된 사람들은 쿼터백이요 가정의입니다! 그럼에도 신학생이나 목사들은 전공학위인 Th.M 이나 PH.D. 혹은 Th.D을 우러러 봅니다. 참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M.Div.는 신학전반을 보여주는 큰 지도를 배우는 과정이기에 쿼터백이나 가정의에 해당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인데도 말입니다.
기초와 기본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그 위에 아무리 높은 것을 쌓아도 부실하거나 허술하기 마련입니다. 신학대학원을 나온 목회자들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신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을 목회하면서 “다지기”에 노력하면 됩니다. 따라서 신학교 졸업 후 적어도 3년간은 매일같이 따로 시간을 내어 자기발전을 위해 신학교에서 배웠던 것을 되새김질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일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비싼 돈을 내면서 Th.M. 이나 그 이상의 박사 과정을 하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물론 교수가 되고 싶다면, 아니면 돈이 넉넉하다면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