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9 04:27
일상 에세이: “석양 유감”
“석양”(夕陽) 혹은 “일몰”(日沒)은 지구의 회전으로 인해 해가 지평선 너머로 매일 사라지는 자연현상을 가리킵니다.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죠. 한편 과학적 설명과는 달리 "신학적 설명"은 차라리 시적(詩的, poetic)입니다.
석양(sunset)은 언제나 아름답고 찬연하고 애잔하기까지 합니다. 인생을 관조하고 성찰하기에 석양보다 더 좋은 지혜 선생이 어디 있겠나요? 여름이 가던 어느 날 서쪽 하늘이 석양에 황금빛으로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하루의 일과뿐 아니라 인생의 춘하추동을 마무리해야 하는 우리네 인생은 석양의 다양한 빛깔을 바라보며 눈물 짓습니다.
언뜻 시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새벽 날개를 치며 바다 끝에 가서 거주할지라도”라는 시 한 소절 말입니다(시 139:9). 하늘 꼭대기와 땅 밑, 해 뜨는 새벽 여명과 해지는 석양을 담고 있는 이 멋진 시 구절은 전형적인 히브리시의 특성 중의 하나인 “양극 대칭법”(polar expression)을 사용하여 “인생 전체”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우리네 인생도 어머니의 태속에서 꿈틀거리며 인생의 여명이 밝아오던 날에 날개를 달고 유아기 유년기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창공을 향해 비상하여 중천에 떠있는 태양이 됩니다. 하기야 가장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면서 삶을 무르익게 하는 이른 오후 시간대의 중년기를 지나 뒤돌아보는 횟수가 불현 듯 많아지기 시작하는 늦은 장년기에 이르면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어둑해지는 석양에 이르게 됩니다.
석양! 서쪽 수평선 너머로 가냘 퍼진 몸에 무거운 마음을 함께 내려 앉히려는 장엄한 애처러움을 누가 알랴. 우리네 "삶 전체"가 창조주 하나님의 손안에 있다고 시인은 가르칩니다(시 139장). 지혜자는 말씀합니다. “너희는 삶의 날 수 계산하는 일을 늘 마음에 두라!”고.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전 12:1-2)
*** 댓글은 석양에 관한 시 한수로 대신할 것! *** ㅎㅎㅎㅎㅎ
2019.08.29 05:49
2019.08.29 05:51
말 잘듣는 학생처럼 교수님 명령에 순종해서 시 한 수 지어 댓글로...
전화기로 꼼지락 거리다 컴퓨터로......
한글 붙여넣기가 좀 복잡하구먼유,,,
2019.08.29 08:51
Если жизнь тебя обманет
만일 인생이 당신을 속인다면
Не печалься, не сердись
슬퍼하지 말라, 화내지도 말라
В день уныния смирись
슬픔의 날에 인내하라
День веселья, верь, настанет
믿어라, 기쁨의 날은 반드시 오게된다
Сердце в будущем живёт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이다
Настоящее уныло
현재는 우울하지만
Всё мгновенно, всё пройдёт
모든 것이 순간이며, 모든 것이 지나간다
Что пройдёт, то будет мило
지나가는 것은 훗날 그리워진다
А. С. Пушкин(알렉산드르 С. 푸쉬킨; 한글사역)
보통 '삶'이란 제목으로 이발소에 많이 걸려있던 푸쉬킨의 시인데, 사실은 무제이며 구태여 제목을 붙인다면 '이 또한 지나가리'가 어떨까 합니다. 한낮의 태양처럼 러시아 문학계를 밝게 비추었던 그가 37세의 젊은 나이에 결투를 벌이다 죽은 것은 삶이 그를 속인 것처럼 보였지만 긴 역사 속에서 그는 여전히 빛나고 있으며 지나간 그의 삶이 그리울 따름입니다. 인생의 한낮도 지나가고 석양도 지나간다는걸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 생각되며 잠시 살다가는 나그네로써 하늘과 인생들 앞에서 겸손해야함을 배웁니다.
글구 100년을 살아보신 김형석 교수님의 소회에 따르면 목사님은 이제 인생의 황혼이 아닌 황금기에 들어서신 것입니다~ ㅎㅎ
석양
이혜정
차마 바라보지 못한 너
이제야 맘 편히 바라본다.
감추었던 그리움처럼
너로 인해 길어진 그림자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내달리다
이제야 드러낸 고운 빛깔
한 낮 뜨거운 태양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데 석양은 오래 맘 편히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지내다 자기 안의 숨겨진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
감추었던 후회로 할까 그리움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 그리움으로 표현해 봅니다.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시기에 아름다운 빛깔로 드러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