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1 20:19
부고(訃告)
헨리 즈완스트라 교수(Rev. Dr. Henry Zwaanstra, 1936~2016)
나에게 신학을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이 한두 분씩 세상을 떠나십니다. 며칠 전에는 내가 오래전 미국 캘빈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밟고 있을 때 흥미진진하게 중세교회사와 현대 교회사 그리고 미국교회사를 가르쳐주셨던 헨리 즈완스트라(Henry Zwaanstra) 박사님이 향년 80세를 일기로 대림절 전날 밤에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선 강원도 감자가 유명하다면 미국에선 아이다호 감자가 있다. 미국의 외딴 주라고 할 수 있는 아이다호에서 태어나 그 후 부모를 따라 캘리포니아, 사우스 타코타, 콜로라도 등지에서 살았고, 미시간의 캘빈대학교(B.A.)와 캘빈신학교(M.Div.)를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역사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그 후 캘빈신학교 역사상 가장 연소한 27세에 모교의 역사신학 교수가 된 후로 장장 38년을 후학을 가르치며 개혁교단의 역사의 산 증인이 됩니다(1963-2001). 나는 그가 40대 중반, 한참 물오를 때에 교회사를 배웠으며 그의 위트 넘치고 날카로운 역사해석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퇴근 후에 내 서재에 들어가 1980년대에 그분에게 배웠던 노트들과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지를 찾아내었습니다. 되돌아갈 수 없는 추억의 장면들이 노트와 시험지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정겨웠던 강의실과 수업시간을 되돌려 상영할 수는 없겠지요? 주님의 품안에서 편안한 안식을 누리십시오.
당시 교회사 여러 시험문제들 가운데 사진에 찍힌 답안 부분을 보니 “계몽주의”에 관한 질문과 “무염시태”(無染始胎, Immaculate Conception of the Virgin Mary)에 관한 질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시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는 한 과목당 3시간동안 12페이지가 되는 공식적인 “노란공책”에 답안을 적어 넣어야 하는 고되고 괴로운 고문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뒤돌아보니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 옛날이여~~
*****
부고에 따르면, 모든 조의금은 캘빈신학교의 신학생을 위한 “헨리 즈완스트라 박사 장학기금”으로 사용된답니다. 자기가 몸담은 교단의 신학교와 그곳에서 배울 후학들을 위한 고인의 사랑과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멋진 전통입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사진: 즈완스트라 박사, 교회사 중간고사기말시험답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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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촉규화
황촉규화 : 중국 원산의 아욱과의 한해살이풀로 꽃은 8∼9월에 핀다.
가운데 부분이 짙은 자주색을 띠는 노란 색으로 피고
꽃잎은 5장으로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뿌리는 점액이 많기 때문에 종이를 만드는 데 중요한 풀 감이 된다.
우리 말 이름은 닥풀이다.
황촉규화
신사임당의 여덟 폭 병풍
초충도 속에
고운 자태로 수줍게 웃고 있던 꽃입니다
순백의 한지 펼쳐 놓고
종일토록 꽃을 그리시던
당신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그리움이 향기로운 건
그리운 사람이 꽃으로 피기 때문이라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