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부활절 후 첫 주에 드리는 목회기도

- 세월호 침몰 12일째 되던 주일 -

 

김정훈 목사(무지개 교회)

 

 

은혜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주님의 날, 이 아침에

아버지께서 세상 가운데서 택하시고 부르심으로

애초에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이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우리의 등 뒤로는

참담한 시간들이 흘러가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보면서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조차 막막했었던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이 봄에, 이 좋은 시절에

빛나는 시간을 살아가던 새싹 같은 생명들이

차갑고 어두운 바다 속에 제물처럼 던져지고

이 사회 안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끝없이 뻗어 있는

우리들의 탐욕과 어리석음과 안일함의 죄가 빛 가운데 드러나

모두가 부끄러움과 죄의식의 매질을 당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겨우 한 것들이라고는

분노와 욕과 원망을 반찬 삼고, 안주 삼아

뉴스를 보면서 밥을 먹는 일이었습니다.

 

주님!

부정이 있어도 적당히 타협하고,

불의가 있어도 적당히 눈 감아가며 사는 것이,

세상을 부드럽게 돌아가게 하는 융통성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타성들이

얼마나 악몽 같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 똑똑히 보았습니다.

 

주님!

주님의 말씀대로 정의롭고 신실하게 사는 것이

하나의 명분에 대한 헌신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실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하셔서

삶의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신실하게 살도록 도와주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유가족들의 그 고통의 심연(深淵)에 주님께서 내려가시고,

그들을 안아주시옵소서.

자식을 잃어버린 현실의 나락 끝자락에서

부디 그들의 영혼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시옵소서.

남은 삶이 닫혀버린 시간들이 되지 않게 하시고,

이 어리석고 무능력한 사회에 증오와 미움과 냉소를 더하는 삶으로

그들의 인생이 버려지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는 자비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각각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생명들의 죽음을

같은 자리에 두고 동시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무거운 마음으로도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세상을 다스리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이 주일의 말씀을 통해 만나길 원합니다.

오늘 말씀을 들을 때 우리 안에 믿음이 있게 하시고,

우리 어리석은 마음에 떠다니는 혼란과 무지의 부유물들을 제거해 주셔서

말씀의 빛이 비추게 하시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 땅의 교회들이 연약하고 부족하고 어리석어도

극진하신 사랑으로 품으시고

긍휼히 여기심을 믿사오니

 

우리도 이 땅의 교회들과

우리의 신앙공동체를 위해 더욱 기도하는

성도들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것이 교회들의 수치이지만,

그런 교회들을 위해서 기도하지 못했던

우리의 무책임한 마음도 또한 회개합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 모두에게

복음을 위하여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이 땅의 교회를 위하여

사랑으로 기도할 마음을 주시옵소서.

 

이 시간 우리의 마음을 높이 들어 올리셔서

하나님의 위엄과 사랑과 능력을 알도록

영과 진리로 역사하시고,

우리 또한 영과 진리로 예배하도록

다스려주시옵소서.

 

우리 가운데 함께 하고 계시고

또한 고통 하는 이들 가운데 계시는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평온한풍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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