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6 23:20
“처분만을 기다립니다.”
기도의 행위로써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적장 앞에서 처분만을 기다리는 포로 된 불쌍한 병사의 모습입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은혜로운 처분만을 기다리는 숨죽이는 침묵입니다.
아일랜드의 시인 프랜시스 톰슨은 이 광경을 그의 시 “하늘의 사냥개”에서 이렇게 묘사합니다. “벌거벗은 채 저는 당신이 쳐든 사랑의 칼을 기다리나이다. 당신은 제 갑옷을 제 몸에서 끊어 버리셨고, 저를 쳐 무릎을 꿇게 하셨나이다. 저는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었습니다.”
기도가 하나님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말은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간 어느 세리의 기도 속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살려주세요.”라는 세리의 기도 속에는 “하나님의 은혜로우신 죄의 용서라는 관대한 처분”을 기다리는 한 영혼의 흐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하나님의 호의적인 처분과 기도를 연결시켜주는 가장 좋은 예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야곱의 경우일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얻었으나 하나님의 인정을 얻기까지는 진정한 복이 아닌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야곱은 고향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경계 얍복강 나루터에서 긴 밤을 보냅니다. 그 밤에 그는 하나님의 천사와 사투를 벌입니다. 하나님의 축복 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최후의 항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도가 하나님과의 치열한 전투 행위가 아니라 그분 발 앞에 무릎 꿇는 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후대의 예언자 호세아는 이 오래된 이야기의 극적 장면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나님의 사자와 싸웠던 야곱은 마침내 “무릎 꿇고 울며 그에게 은혜를 간구하였습니다.”(호 12:4)라고. 야곱은 기도하는 행위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운 처분을 구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다”는 뜻입니다.
[여명이 밝아 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