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2 23:20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가난한 형제가 너와 함께 하거든……네 손을 움켜쥐지 말고”
- 신 15:7
굶주림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배고픔은 가장 인간적인 고통입니다. 배고픔과 가난은 한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비참하게 만드는 원초적 비극입니다.
식품들이 가득 쌓여있는 슈퍼마켓에 자주 가는 우리로서는, 그리고 식료품 카트에 가득 채워 넘치도록 소비하는데 습관이 든 우리로서는 이 세상에 굶어서 죽어가고 있는, 한 끼의 양식과 한밤의 잠자리가 없는 가난한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까마득한 이야기처럼 들릴 것입니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옷, 더 좋은 식당의 음식, 더 좋고 편리한 부엌살림 등에 깊이 관심을 가지는 우리로서는 하루 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기아는 책상에서 학자들이 논쟁하는 문제가 아니라 수억의 사람들이 매일매일 직면하는 고통 그 자체입니다.
가난한 자들의 가난과 배고픔은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진 자의 부의 분배와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더 큰 원인이 있습니다. 그들의 가난과 배고픔은 무관심과 무정한 마음의 희생물들이며, 불친절과 이기주의의 희생물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도 캘커타의 성녀 테레사 수녀는 세계적 기근과 가난에 관해서 “오늘 날 만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인류의 질병은 문둥병, 폐결핵이 아니라 소외감, 무정한 마음, 버림받았다는 느낌입니다. 가장 큰 죄악은 바로 사랑과 애정의 결핍입니다. 착취, 부패, 빈곤, 병으로 길거리에 나동그라져 쓰러져있는 이웃들에 대한 무관심이 바로 큰 죄악입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류호준,「옛적 말씀 닻을 내리고」에서
[시골 설경, 주도홍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