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1 15:54
“그 어떤 힘도 죽은 자를 지배할 순 없습니다”
사람은 힘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원초적 본능처럼 강합니다. 힘이 있으면 무엇인가를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귀가 예수를 이끌어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나라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만일 그가 자기에게 엎드려 절을 하고 자기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면 그 모든 나라들과 왕국들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마귀가 제공하는 것은 땅이나 나라들이 아닙니다. 지금 그는 인간의 욕구 즉 권세, 주권과 힘과 권력을 열망하는 인간의 욕구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며, 자기의 ‘영토’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 다시 말해서 그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힘과 세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에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보이지 않는 유혹이며 물리치기 힘든 시험이기도 합니다.…
무엇인가를 움켜잡으려는 욕망은 야곱적인 본성입니다. 그가 소유하고 있던 수많은 소유들은 그에게 큰 힘과 세력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얍복 강가에서 낯선 자로 나타난 하나님은 그의 움켜잡는 손을 펴게 하십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한 그는 비로소 그 낯선 자의 바지자락을 결사적으로 붙잡습니다. 이 ‘붙잡음’은 이전의 움켜잡음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붙잡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절박하게 붙잡는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 거듭나고 있는 야곱을 보게 됩니다.
옛 야곱이 이스라엘이 된 것처럼, 참 이스라엘이신 예수는 위대한 패배를 통해서 그의 권능이 가장 강해진 것입니다. “그의 권능이 약함 가운데서 온전하여졌다”는 말이 이것을 가리킵니다. 사순절은 높음이 아니라 낮음을, 명예가 아니라 섬김을, 권세가 아니라 십자가의 길을 추구하는 계절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 길이야말로 그와 함께 사는 길임을 배우는 계절입니다. 본문은 다시금 이 예수는 쉽게 사들일 수 없는 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기록하기를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하였느니라”(눅 4:8)
- 류호준, 「순례자의 사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