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종교행상인과 소명

 

 

중년의 로커(Rocker) 김경호(42)가 있다. 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을 별로였다. 여자처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왠지 거북스러웠다. 물론 나의 편견이었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그의 철학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는 나가수 프로그램으로 일약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가 무명시절 낸 2집은 110만장이 팔렸으나 소위 노예계약 때문에 인세는 한 푼 못 받았다고 한다. 몇 년 안에 노예계약에서 빠져나왔지만 무저갱처럼 그는 한 없이 추락하였다. 한 편의 프로그램 제의도 없었고 게다가 가수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성대결절과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이라는 도무지 뜻도 알 수 없는 희귀질병까지 덮쳤다. 재기의 몸부림은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가게 했다.

 

물론 그에게 달콤한 유혹이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의 심경을 최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주위에서 김경호 샤우팅 갈비겸경호 두주불사같은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보라는 제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던진 마지막 말이 비수(匕首)처럼 가슴 깊이 꽂혔다. “나는 가수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장사꾼은 안 될 것입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장사꾼은 노래하는 일 말고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노래하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며 목회자의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김경호의 악착같은 소명감이 그로 하여금 난관과 고난의 길을 견디어 내게 한 동력이 되었다면 목회자가 되겠다는 신학도들은 얼마나 강인한 소명감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가수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장사꾼은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 “나는 복음 전도자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종교행상인은 안 될 것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가게차리듯이, 아니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인간적 꼼수를 피는 종교행상인들이 아니라 십자가의 복음을 위해 지중해 연안을 미친듯이 다녔던 사도 바울처럼 "사나 죽으나 내게 오직 그리스도만 존귀함을 받았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신학도와 목회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새로운 홈페이지로 이사합니다. 관리자 2020.08.03 8423
공지 류호준 교수가 추천하는 한글 주석 [3] 류호준 2013.03.09 201847
754 묵상을 위한 글: “그 별이 흉조(凶兆)가 될 때” 류호준 2013.01.13 2070
753 짧은 글 모음: twitter@danielryou -40 류호준 2013.04.16 2077
752 묵상을 위한 글: “종교 트라이어드(triad)” file 류호준 2014.10.25 2081
751 짧은 글: “등잔 단상” 류호준 2012.04.30 2084
750 짧은 글 모음: daniel’s punch lines – 89 file 류호준 2015.01.29 2092
749 짧은 글 모음: daniel’s punch lines – 86 file 류호준 2014.12.15 2093
748 묵상을 위한 글: “신앙의 보금자리” [1] 류호준 2012.05.05 2094
747 짧은 글 모음: twitter@danielryou – 71 file 류호준 2013.12.20 2097
746 묵상을 위한 글: “그 종교란 곧 그 삶의 체계다.” file 류호준 2013.10.20 2102
745 묵상을 위한 글: “다시 잔치로부터 시작하시다.” file 류호준 2014.01.25 2113
744 묵상을 위한 글:“선민(選民)이 아니라 선민(善民)이 되리라” 류호준 2013.05.25 2115
743 묵상을 위한 글: “우리 본성에 들어맞는 지속적인 유혹” file 류호준 2013.08.24 2116
742 묵상을 위한 글: “자유를 향해 가는 오직 한 길” 류호준 2011.12.19 2121
741 묵상을 위한 글: “하나님의 자비에 응답하는 예배(2)” 류호준 2011.11.26 2122
» 묵상을 위한 글: 종교행상인과 소명 류호준 2013.04.06 2126
739 묵상을 위한 글: “오늘날의 성전 청결” file 류호준 2013.12.28 2127
738 묵상을 위한 글: “선(善)을 위해 모든 일들이 필요합니다.” [1] 류호준 2012.04.14 2128
737 짧은 글 모음: twitter@danielryou –51 류호준 2013.05.31 2131
736 묵상을 위한 글: “일상에도 있는 복음의 위로”(토마스 맨튼) 류호준 2012.01.07 2131
735 묵상을 위한 글: “우리 안에 있는 크리스마스의 영광” file 류호준 2013.12.21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