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4.06 17:36
종교행상인과 소명
중년의 로커(Rocker) 김경호(42)가 있다. 그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을 별로였다. 여자처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 왠지 거북스러웠다. 물론 나의 편견이었다. 그러나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생각은 바뀌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그의 철학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는 나가수 프로그램으로 일약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가 무명시절 낸 2집은 110만장이 팔렸으나 소위 노예계약 때문에 인세는 한 푼 못 받았다고 한다. 몇 년 안에 노예계약에서 빠져나왔지만 무저갱처럼 그는 한 없이 추락하였다. 한 편의 프로그램 제의도 없었고 게다가 가수에게는 사형선고와 같은 성대결절과 대퇴골두무혈성괴사증이라는 도무지 뜻도 알 수 없는 희귀질병까지 덮쳤다. 재기의 몸부림은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가게 했다.
물론 그에게 달콤한 유혹이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의 심경을 최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주위에서 ‘김경호 샤우팅 갈비’니 ‘겸경호 두주불사’ 같은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보라는 제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던진 마지막 말이 비수(匕首)처럼 가슴 깊이 꽂혔다. “나는 가수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장사꾼은 안 될 것입니다.”
물론 그가 말하는 장사꾼은 노래하는 일 말고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을 가리킨다. 노래하는 일을 자신의 소명으로 생각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며 목회자의 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김경호의 악착같은 소명감이 그로 하여금 난관과 고난의 길을 견디어 내게 한 동력이 되었다면 목회자가 되겠다는 신학도들은 얼마나 강인한 소명감을 소유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가수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장사꾼은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 “나는 복음 전도자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종교행상인은 안 될 것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가게차리듯이, 아니 사업의 성공을 위해 인간적 꼼수를 피는 종교행상인들이 아니라 십자가의 복음을 위해 지중해 연안을 미친듯이 다녔던 사도 바울처럼 "사나 죽으나 내게 오직 그리스도만 존귀함을 받았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신학도와 목회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