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짧은 글: "마지막 펀치"

2009.06.30 00:08

류호준 조회 수:8571

 마지막 펀치


학교 놀이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날 여자아이가 놀이터에서 엉엉 울면서 돌아왔습니다. 마치 마음이 몹시 상하기라도 한 듯 말입니다. 아이를 보자 담임선생님이 급하게 달려가 “어디 다친데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다친 데는 없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니?” 선생님이 물었습니다. 훌쩍 거리면서 여자아이가 대답했습니다. “영숙이가 나를 때렸어요. 그래서 나도 때리려고 하는데 그만이야 수업 종소리가 들리는 것에요. 그래서 너무 억울해요!”


우리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에게 반드시 그대로 갚겠다는 생각은 언제나 강력하게 작동합니다. 누군가와 논쟁을 하면 반드시 내가 ‘마지막 말’로 결론을 내려야 속이 후련합니다. 싸울 때도 마찬가집니다. 마지막 펀치는 내가 날려야 속이 시원합니다. 역시 우리의 자존심보다 더 쉽게 깨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나의 ‘마지막 결론’이나 나의 ‘마지막 펀치’에 끼어든다면 전쟁과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오로지 가장 강한 사람이나 가장 성숙한 사람만이 ‘마지막 펀치’를 흡수하고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과 우리의 공동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이 마지막 결론이나 마지막 펀치를 날리도록 허락할 정도로 풍성한 사랑과 은혜가 가득한 사람들입니다. 되받아치지 않을 ‘힘’을 갖게 되면, 처음에는 자존심에 일격을 당한 후에 순간적으로 고통을 당하겠지만, 그 후에는 그 고통은 이상한 힘으로 변화됩니다. 거꾸로 말해, 항상 자기가 모든 일에 최종적 결론을 내리고 사는 사람은 처음에는 긍지와 자존심이 충천해 자신이 자랑스럽고 가슴이 뿌듯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마지막 말은 자신의 입속에서 점점 재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특별난 힘을 가지신 분으로 기억되는 예수님의 경우, 그분이 이루신 괄목할만한 성취 가운데 하나는 이 잔인한 세상이 마지막 펀치를 날리도록 허락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을 사형에 집행했던 로마의 군인들조차도 예수님이 죽으실 때 그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누가 정말로 이긴 것일까 하고 궁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그 싸움에서 누가 이겼는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마지막 결론이나 마지막 펀치를 자기가 하시겠다고 주장했더라면 일이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궁금합니다.


갈등들을 해결하여 마침내 지속적인 승리와 평화를 가져오려면 성숙함이 요구됩니다. 예수님에 대한 모든 신학적 이해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에 덧붙여 예수님은 물리적 갈등과 언어적 갈등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고상하고 특별한 모델이 되신다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성격의 ‘힘’을 시험해 보십시오. 즉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마지막 말’을 하도록 해 보십시오.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이 마지막 펀치를 날리도록 하십시오. 심지어 당신이 그 펀치의 타깃이 되도록 하십시오. 


[2009년 6월 20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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