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십자가 지고 가는 사람 어데 없소?]

 

 

광주 오원기념관에서 열린 서서평 내한 100주년 기념식 때 임락경 목사가 단위에 올라 축사를 했다. 허허실실해 보이지만 말씀은 똑 부러졌다.

 

어떤 사람은 십자가를 기대며 생활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기대고 생활하면 무척 편리합니다. 좋은 학교도 가고, 좋은 직장도 구하고, 병도 고치고, 돈도 벌고, 심지어 대통령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지고가면 헐벗고, 굶주리고, 매 맞고, 고문당하고 죽기까지 합니다. 서서평 선교사님은 바로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동광원 이현필의 제자이자 최흥종 목사와 무등산에서 3년간 살았고, 지금은 강원도 화천 시골교회에서 장애자, 노약자들 30여명과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시대에 흔치 않게 십자가를 지고 가는 인물이다. 그 날도 그는 양복을 입지 않았다. 허름하고 구식 잠바 차림이었지만 당당했다.

 

구레네 시몬은 유월절을 맞아 예루살렘에 순례 왔다가 로마 군인들의 강압에 못 이겨 억지로 십자가를 졌다. 그는 예수도 몰랐고, 십자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그 길에 우연히 있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예수님을 알고서는 그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그의 나머지 삶은 기쁨으로 십자가를 지는 삶으로 바뀌어졌다. 그는 바울, 디모데, 실라를 이어 에베소교회 제4대 감독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두 아들 알렉산더와 루포도 초대교회의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많은 구레네 사람들도 그의 영향을 받아 안디옥 교회에 헌신했다.

 

바울은 로마 교인들에게 문안하면서 루포와 그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라고 말한다. 루포는 구레네 시몬의 아들이고 그의 어머니는 시몬의 아내이다. 루포는 바울로부터 문안 받는 인물이 되었고 시몬의 아내는 바울이 영적 어머니로 언급할 만큼 초기 기독교 역사 속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은 구레네 시몬이 삶에서 얼마나 예수를 전하고 십자가를 지며 살았는가를 입증한다.

 

우리 주변에는 십자가를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 그것에 기대어 이익을 보는 사람, 십자가를 억지로 지고 가는 사람, 그리고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사람이 있다. 구경꾼은 아주 많다. 그것에 기대는 사람도 꽤있다. 억지로 지고 가는 사람도 상당하다. 그러나 진정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님은 지금도 십자가를 기쁨으로 지고 가는 사람을 찾으신다. “십자가 지고 가는 사람 어데 없소?”

 

 

 

[9988234의 꿈]

 

 

세포 죽이기 실험에서 젊은 세포는 금방 죽었다. 하지만 늙은 세포는 잘 안 죽었다. 왜 그럴까? 생존을 위해 더 잘 적응하려 하기 때문이다. 노화는 생존을 위한 싸움을 한다. 게다가 비관적 성향이 10% 높아지면 세포가 죽을 확률은 19% 더 높아졌다. 이것은 삶에 대한 끝없는 긍정과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수록 긍정적 태도가 필요하다.

 

KBS 프로그램 당신은 행복하게 늙는가는 나이 듦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9988234를 외친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고, 한순간 깨끗하게 죽자는 말이다. 일본 사람들은 ‘PPK!’라 한다. 이것은 핀핀코로리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줄여서 핀코로라기도 한다. 우리말로 하면 팔팔 꼴까닥이다. 이것은 일본의 나가노현에서 나온 말이다. 농촌생활로 부상이 잦고 감염 위험이 높으며, 짠 음식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높고, 농촌이라 의료시설이 부족한 현실에서 팔팔하게 살다가 한 순간에 죽자는 뜻에서 이 말을 사용했다. 이곳이 세계적 장수마을로 손꼽히고 있다. 서양인들도 이 꿈을 꾼다. 그들은 이러한 노인의 꿈을 직사각형의 삶(Rectangular Life)’으로 표시한다. 좌표에서 직사각형은 높은 삶의 질을 오래 유지하다 어느 한 순간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9988234, PPK, 직사각형의 삶 모두 삶을 향한 노인들의 꿈과 희망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 꿈이 실현되기는 어렵다. 오늘도 워싱턴의 한 노부부가 자살을 했다. 아내가 6년간 치매로 고생을 했다 한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들 가운데 노인자살율과 노인빈곤률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문제가 많다. 2030년에 가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24.3%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네 명 가운데 한 사람이 노인이라는 말이다. 당면한 문제가 그 때 가서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어르신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야겠다.

 

현재 노인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더 잘 늙어가는 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삶의 태도다. 소로우(H. D. Thoreau)는 말한다. “열정을 다 써버린 이들만큼 늙은 사람은 없다.” 삶에 대한 열정을 잃지 말라. 그래야 더 의미 있게 살 수 있다

 

 

 

[봉래산 제일봉에]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滿乾坤) 할제 독야 청청(獨也靑靑) 하리라.”

 

단종을 향한 성삼문의 단심가다. 이 시를 현대어로 고치면 다음과 같다.

이 몸이 죽어서 무엇이 되면 좋을까 생각하니

봉래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우뚝 솟은 크고 높은 소나무가 되었다가

흰 눈이 내려서 온 세상이 하얗게 될 때, 나 홀로 푸른 모습으로 남아 있으리라.”

단종 복위사건으로 처형당하게 되었을 때 모두가 세조의 편을 든다 해도 자기만큼은 단종을 받들겠다 했다.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였을 때 자신만이라도 홀로 초록빛으로 남겠다는 것이다. 그는 세조를 결코 임금이라 부르지 않았다. ‘나리라 했다. 화가 난 세조가 그러면서도 내가 내려준 양식은 먹었느냐다그쳤다. 그는 자기의 곳간을 가보라며 그가 준 것은 한 톨도 먹지 않고 따로 모아두었다 했다. 그는 모진 고문을 받고 죽었다. 세계에 빛날 절개요 충절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시 속에 봉래산이 있다. 왜 봉래산일까? 여름의 금강산을 봉래산이라 하고, 부산, 영월, 고흥에도 봉래산이 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봉래산은 영주산(瀛州山), 방장산(方丈山)과 함께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三神山)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신선, 불사의 영약, 흰 빛깔의 짐승, 금은으로 지은 궁전이 있는 곳이다.

 

그는 비록 노량진 사육신묘에 안장되어 있지만 그의 기개만큼은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이 되었다. 크게 우뚝 솟은 소나무로 우리 가슴에 서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영월 청령포에 관음송(觀音松)이 있다. 단종 유배 당시 그 억울한 모습을 보았다 해서, 그리고 비운에 한을 품고 죽어간 단종의 오열하는 소리를 들었다 해서 관음송이다. 어쩌면 바람결에 성삼문의 시를 들었을까. 오늘도 주변의 소나무들이 관음송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봉래산의 저 소나무와 청령포의 저 소나무는 세차게 바람 부는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지조 없이 흔들리는 이 세대를 향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기개와 지조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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