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스캇 맥나이트,『산상수훈: 하나님의 이야기 성경주석』

최현만 옮김 (에클레시아북스, 2016). 349쪽. 정가 20,000원

 

 

예수님의 저 유명한 강론모음집인 “산상수훈”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의무론적 도덕규범집? 덕 윤리를 가르치는 말씀? 마땅히 실천해야할 정언명령 모음집? 실용주의적 윤리? 그러나 산상수훈에 대한 이러한 접근방법은 신적 말씀으로써 성경을 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결과이다. 산상수훈은 더더욱 예수께서 직접 선포하신 말씀이기에 위에서 말한 철학적-윤리적 범주로 규정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는 일차적으로 산상수훈을 윤리적 말씀으로 보긴 보지만, 구약성경의 연장선상에서 산상수훈을 바라볼 때만 제대로 그 윤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구약성경이 크게 토라와 예언서와 지혜문헌으로 구성된 것에 착안하여, 산상수훈은 구약성경에 맥을 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산상수훈의 윤리는 구약의 세 가지 신학적 전통을 담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산상수훈은 “위로부터의 윤리: 토라”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직접 토라(율법)를 주신 것처럼 하나님으로서 예수가 그의 백성들에게 직접 주신 율법(토라)이 산상수훈이라는 것이다. 둘째, 산상수훈은 구약의 예언자적 전통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을 “저 너머로부터의 윤리: 선지자들”라고 설명한다. 미래가 지금 여기에 돌입하는 것이 구약 예언자들의 메시지였다면 산상수훈 역시 “시작된 왕국의 윤리”라는 것이다. 이것은 예를 들어 C. H. Dodd가 요한복음서 해설에서 말하고 개혁주의 조직신학자인 안토니 후크마가 잘 설명하고 있는 “이미 시작된 종말론”(inaugurated eschatology)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하나님의 왕국이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지상에서의 사역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미 이 세상 안으로 돌입하여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왕국”이며 이 왕국에서 사는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의 원리로서 주어진 것이 산상수훈이라는 것이다. 셋째, 산상수훈은 구약의 지혜문헌의 전통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아래로부터의 윤리: 지혜”라고 부른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그래서 나는 예수의 윤리가 위로부터의 윤리 저 너머로부터의 윤리 아래로부터의 윤리 즉 율법과 선지자와 지혜문서의 결합이라고 주장하고 싶다.”(29쪽)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종말론적 새 시대의 윤리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에이전트가 성령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성령의 오심으로 인해 태동한 새로운 공동체(교회 안에 현시된 왕국)안에서 작동하는 윤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예수의 메시아 되심(왕 되심)이 두드러지게 된다. 왜냐하면 예수는 구약의 토라와 예언과 지혜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는 자기의 제자들을 자신에게로 소환하면서 그들에게 자기의 왕국 안에서 살아가는 윤리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예수의 윤리는 메시아의 윤리요, 왕국 공동체의 윤리다. 산상수훈은 극도로 교회중심적인 내용으로, 이것은 양보할 수 없는 특징이다.”(30-31쪽)

 

이상이 산상수훈에 대한 저자의 해석학적 입장이다. 내가 볼 때 저자는 전반적으로 산상수훈을 구약의 삼중 전통(토라, 에언, 지혜)을 통해 마침내 그리스도 중심적(christocentric), 그리스도 목적론적(christotelic) 해석에까지 이르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의 신학적 입장은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왕국신학”(Kingdom Theology)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아 보인다. 이 점은 그가 톰 라이트와 많은 점에서 유사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럼에도 저자는 왕국 공동체의 윤리로서 산상수훈을 “극도로 교회 중심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나와 같은 개혁신학자에겐 약간의 다른 뉘앙스를 느끼게 한다. 물론 “교회가 곧 하나님의 나라”라는 급진적 발설을 한 저자(『하나님 나라의 비밀: 하나님 나라 내러티브와 교회의 비전과 사명』새물결플러스, 2016)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만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굳이 산상수훈을 내 말로 표현한다면 “천국백성들의 지상적 삶의 윤리강령들”이리라!

 

나머지 주석부분에서는(36~318쪽) 산상수훈(마태 5-7장)을 모두 22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해설하고 있다. 각 단락해설에는 세 가지 소제목들이 반복해서 나오는데, (1)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2) 이야기를 설명하다. (3) 이야기를 살다.

 

이 책의 장점은 이 주석 시리즈의 영어 제목(The Story of God Bible Commentary)이 보여주듯이 이야기체로 성경을 해설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든 쉽게 저자의 주장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별히 산상수훈을 설교하려는 이들은 이 책을 통해 모두 22편의 설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 역시 이 책이 주는 큰 선물이기도 하다. 목회자들과 신학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기에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속해 있는 주석시리즈인 “하나님의 이야기 성경주석 시리즈”(The Story of God Bible Commentary)는 미국 존더반 출판사에서 기획한 최신 주석시리즈로 성경을 장엄한 하나님의 이야기로 읽어내려는 성경해설서이다. 구약 편집장은 엊그제 한국을 방문했던 트램퍼 롱맨(Tremper Longman III)이, 신약 편집장은 이 책의 저자인 스캇 맥나이트(Scot McKnight)가 맡아 수고를 하고 있다. 총 43권으로 기획된 이 주석 시리즈는 잘 준비된 신진학자들을 발굴하여 주석을 맡겼으며, 분주한 목회자들과 교회의 성경교사들과 진지한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쉽게 쓰인 주석서라는 게 출판사와 편집장들의 입장이다. 한국어로는 신약 편집장인 스캇 맥나이트 박사의 산상수훈이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출판사 에클레시아북스는 주로 톰 라이트의 저서들을 한국어로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장래가 있는 신생 출판사이다. 영어권의 최근의 탁월한 주석전질인 The New Interpreter’s Bible Commentaries(10권, Abingdon Press, 2015)안에 실린 톰 라이트의 저명한『로마서 주석』(2014)을 출판하였다. 바울의 새 관점에 관한 톰 라이트의 입장을 알려면 반드시 공부해야할 책이다.

 

산상수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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