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존귀한 자”

이혜정 목사(이화교회[이화여고내])의 간증 설교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생각해 주시며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펴 주십니까?

그를 하나님 다음가는 자리에 앉히시고

존귀와 영광의 관을 씌우셨습니다.”(시편8편 4절-5절, 공동번역)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 전능자시라

그가 너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 하시며

즐거이 부르며 기뻐 기뻐하시리라. (스바냐 3장17절)

 

 

I. 마음속에 예수그리스도가 있는 사람은 스스로 “존귀한 자”로 살아갑니다.

 

고등학교 때 선교 중창단을 했는데요. 그 중에 이런 별명이 있었습니다. 굼벵이 배때기, 번데기 똥구멍, 통돼지입니다. 이종용 목사님과 당시 음악지도교사였던 선생님이 붙여주셨지요. 제 별명은 통돼지 였구요. 제가 뚱뚱 했냐구요? 아니요 저는 46-48kg정도였습니다.

 

제가 이런 별명을 얻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선생님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방과 후 선교 중창단 연습이 끝나면 곧 바로 남산에 사는 리라 초등학교 학생을 가르치고, 그 후에 바로 영동중학교 학생 집에 입주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일정이 끝나고 저녁 식사 후 밤늦게 까지 공부하다보면 배가 고픈데 남의 집이라 함부로 냉장고를 열 수 도 없어서 식빵을 사가지고가 밤에 빵을 뜯어먹으면서 공부를 했지요. 새벽 네다섯 시면 일어나 새벽부터 물 끓이면 시끄러울까봐 냉수에 커피를 한 대접 타마시고는 공부를 한 후 집을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아침이면, 특히 겨울에 얼굴이 많이 부었습니다. 쌍꺼풀도 안보일 정도로 부었던 얼굴이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제자리를 찾곤 했습니다. 통돼지라고 부르면서 웃고 재미있어 하는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어쩌면 비참하게 느끼고, 속상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웃으면서 함께 즐거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나의 모습이 우습고 이상해도 언젠가 아름다울 것을 기대 했습니다.

 

“왕자와 거지”라는 동화를 잘 아시지요? 거지 옷을 입고 있어도 자신이 왕자인 것을 아는 사람은 존귀한 자로 살아갑니다. 반면에 아무리 왕자 옷을 입고 있어도 자기 스스로 거지라고 생각 한다면 왕자가 될 수 없습니다.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는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이고, 택하신 족속이며, 왕 같은 제사장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누가 뭐래도 제 자신을 존귀하게 여길 수 있었습니다.

 

II. 마음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귀한 자”로 여깁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이화여고의 이사장이셨던 신봉조 이사장님은 정동제일교회의 장로님 이셨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선교중창단이 미국에 초청받게 되었습니다. 8월 말쯤 가야 하는데 숙소와 식사는 제공되더라도 당시 비행기 삯은 우리나라에서 웬만큼 부유한 집이 아니면 쉽게 감당 할 수 있는 비용이 아니었습니다. 목사님과 선생님은 한 사람씩 불러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도저히 형편이 되지 않지만 제가 리더였기 때문에 꼭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돈을 벌어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기도하고 있었지요. 우연히 동양화와 도자기를 판매 하시는 분을 알게 되어 하나를 팔면 70%의 마진을 주겠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고가의 물건들이었고 저는 다섯 개 이상 팔면 갈 수 있겠다고 계산하고는 리스트를 작성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찾아간 곳이 당시 제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 이셨습니다. 목사님은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이 신봉조 이사장님 댁이었습니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아홉시가 넘은 늦은 밤. 저는 그 짚 문 앞에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발 하나만 팔게 해 주세요.” 그리고 벨을 눌렀는데 3,40대로 보이는 점잖은 분이 이화여고 학생인데, 이사장님께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정중히 인사를 하시면서 안내를 하시는 것입니다. 잠시 후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갈하게 의복을 갖춰 입으시고 펜과 메모지를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이사장님 선교중창단이고, 춘산 장학생인데요. 저희 중창단이 미국에 가야 합니다. 제가 비행기 삯을 마련해야 하니 제 물건을 하나만 사주십시오.” 물건을 보자고 하셨습니다. 전 가지고 간 카달록을 펼치고는 보여드렸습니다. “얼마가 남는가?” 이사장님이 물어보셨습니다. “네, 백 만 원에 팔면 칠 십 만원의 이익이 남습니다.” 그랬더니 빙그레 웃으시면서 “이 사람아 그러면 누가 사겠나?” 순간 저는 “아..” 하고는 “그러면 제가 춘산장학금을 받고 있는데 일 년 치를 한꺼번에 주시면 안 되나요?” 하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이사장님은 열심히 무엇인가를 적더니 “그래, 생각해 보지” 하셨습니다. 그 집 문을 나오면서 저는 결국 하나도 못 팔았구나 실망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학교에 갔는데 이종용 목사님께서 저를 보시자마자 막 웃으시면서 “야! 이 도깨비 같은 녀석아.” 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왜 그러세요?”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저 때문에 아침 일찍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었고 춘산 장학금이 당시 등록금의 반액이었는데 전액 주기로 결정하시고 일 년 치를 한꺼번에 주시겠다고 결정하셨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학생인 어린 저를 그렇게 사랑과 존중으로 대해 주신 신봉조 이사장님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삶으로 보여주신 그분의 가르침은 제 일생에 가장 큰 가르침이었습니다. 마음속에 예수 그리스도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존귀한 자”로 대합니다.

 

III. 마음속에 예수그리스도가 있는 사람은 진정한 “자존심”을 압니다.

진정한 자존심이 있는 사람은 “존귀한 자”입니다.

 

선교중창단이 미국 가기위한 준비로 여름방학 동안 봉산 탈춤을 연습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앓은 소아마비로 한 쪽 다리가 약간 짧고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봉산 탈춤을 앉았다 일어서고 한쪽 다리로 서야 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다들 잘하는데 저만 혼자 잘 하지 못하니까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목사님과 선생님을 찾아가서 중창단을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두 분은 상당히 놀라시더니 이내 냉정한 표정으로 “그래라”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왜 그런지 물어보시고 그럼 나는 설명을 하고 위로와 격려를 받을 것을 기대 했는데 아무런 질문도 없으셨습니다. 혼자 한 나절을 고민한 후 다시 찾아가서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충분히 반성했으면 됐다고 하시고는 이유를 묻지 않으셨습니다. 전 제 마음을 솔직히 말씀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래 열심히 해라”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 때 전 깨달았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내가 동정 받고 위로받으려 했구나.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환경 가운데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자존심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IV. 마음속에 예수그리스도가 있는 사람은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갈 때 존귀히 여김을 받습니다.

 

제가 성악을 전공한다고 하니 선생님 중에는 사범대를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저를 무척 염려해 주신 것입니다. 레슨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에, 연습할 장소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교수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는지 알았고,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는 말씀을 붙잡고 매일 아침 학교에 일찍 나와 음악실에서 연습했습니다. 처음엔 귀찮아하고 꼬치꼬치 물으시던 아저씨께서 나중엔 흔쾌히 열쇠를 내어주십니다. 처음엔 실패를 했지요. 지금은 31주년이 되가는 이화교회가 제가 졸업하는 해에 이화여고 안에 생겼습니다. 이종용 목사님께서는 대학에 들어가지도 못한 저에게 용기를 주시기 위해 찬양대 지휘를 맡기셨고, 지휘자 사례비를 주셨습니다. 주일에는 찬양대 지휘를 하고, 평소에는 연습할 장소가 없어서 필동에 있는 감리교회에서 목사님의 배려로 연습을 했습니다. 아침 일곱 시 쯤 도착해서 오후 세 시까지 피아노 앞에 있었습니다. 처음엔 사찰 집사님이 무척 귀찮아 하셨습니다. 교육관을 열어주어야 하고 아침부터 시끄러운 발성 연습을 들어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자 들어오셔서 추우면 불도 때 주시고 마실 것도 주시고 반갑게 인사도 해주셨습니다. 그 해 입시철이 되어 예체능계 입시부정이 불거지면서 그 해에 처음으로 대학교수가 자기학교 학생을 채점할 수 없는 공동심사제도가 생기고, 막을 치고 시험을 치르게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제가 원하던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에 입학 할 수 있었습니다. 존귀와 영화로 관을 씌우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의 자녀로 꿈을 갖고, 성실히 그 꿈을 향해 나아가시고, 존귀하게 살아가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이혜정 목사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연세대연합신학대학원에서는 신학을 공부하였고, 현재는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에서 음악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작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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