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Bible Class

예배학 지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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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학문의 분야든 그 분야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조감도가 필요하다. 일종의 전망대이다.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산들과 하천, 도로와 마을들이 눈에 들어온다. 학문의 세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학문 분야에도 조감도, 전망대가 필요하다. 이것을 종종 매핑(mapping)이라 한다. 일종의 지도 그리기. 각 분야의 중요 인물들, 그들의 주장들과 저서들, 중요 학자들 사이의 학문적 관계 심지어 인간관계들을 살펴보면, “아하, 그 사람이 말한 뜻이 이런 것이었구나!”하고 알게 된다. 이렇게 하여 일종의 학문적 계보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시안목으로 바라보기다. 그 후에 차근차근 미시안목으로 자세히 구석구석을 살펴본다.

 

[2] 신학의 한 분야로 예전학”(禮典學, Liturgical study)이라는 것이 있다. 아쉽게도 예전학은 보수교단에서 종종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혹시 로마 가톨릭과의 연계가 있을까 하는 의심 때문이다. 예전에 관한 한 루터교회나 성공회 역시 의심의 눈빛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허나 예배의식에 관계된 내용을 학문적으로 다루는 예전학은 모든 신학의 정점에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개인적 생각이다. 모든 신학과 신앙 활동의 궁극적 표현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누군가 잘 말했듯이 신학은 송영(誦詠, doxology)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정의다. 예배의 본질 역시 송영이지 않는가?

 

[3] 예배는 일방적이지 않다. 예배는 언제나 언약에 따른 쌍방향적이다. 하나님이 말씀을 통해 사람에게로, 사람은 기도와 찬양을 통해 하나님에게로 간다. 이렇게 하여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 사람이 만나 교제한다. 언약의 두 당사자인 하나님과 사람이 예배 중에 만남으로써 그 약속이 새로워진다.

 

[4] 신자들은 예배를 통해 신앙을 형성하게 된다. 신자들은 기억공동체가 된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해 행하신 일들을 반복해서 기억함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동일한 신앙적 연대감을 갖고 같은 기억, 같은 신앙, 같은 정체성을 형성해간다. 이처럼 예배를 통해 신앙이 형성되고 공동체도 형성된다(formation). 자연스레 윤리 역시 형성된다. 삶 속에 신앙이 드러나게 된다는 말이다.

 

[5] 예배 말고 예전에는 중요한 두 가지 예식이 있다. 하나는 세례요 다른 하나는 성찬이다. 세례는 제자도, 고난, 구원, 성령을 받음, 신생, 죄 씻음과 용서, 매장, 교회로 들어가는 편입, 새 옷을 입음, 몸의 연합 등과 같은 주제와 관련을 맺는다. 성찬은 언약, 그리스,도의 임재, 감사, 용서, 종말론적 희망(천국잔치를 기대함), 속죄(유월절), 나타남(현현), 영적 영양공급, 몸의 연합(교제), 윤리적 헌신의 표시, 기억, 선포 등과 같은 주제로 확대할 수 있다.

 

[6]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예배를 어떻게 기획할 것인가? 성경의 절기와 설교를 어떻게 매치시킬 것인가? 예배시의 찬양의 중요성은 어디인가? 마지막으로 세대통합이 절실하게 필요한 우리 시대에 성경과 신학은 세대통합에 대해 무엇을 가르치고 있나? 매우 현실적인 질문으로는 지적 장애인들이 성찬에 참여할 수 있을까?” 등과 같은 실제적 물음이 있다.

 

[7] 이상과 같은 내용을 신학적으로 자세하게 다루고 구체적으로 안내까지 해주는 예배학 교과서가 고신신대원에서 예배학을 가르치는 신진 학자의 손에서 나왔다. 이름 하여예배학 지도 그리기. 부제는 좀 더 구체적이다. “목회자와 예배 사역자를 위한 예배기획 지침서.

 

[8] 사실 한국적 상황에선 학문적 명칭으로 예전학이란 이름은 좀 진보적 신학교의 교수의 입에서 나온다고 생각되고, 보편적인 이름으로 예배학이란 명칭은 보수적이나 복음주의적 학교에서 사용된다는 오래된 통념이 있다. 그러나 명칭에서부터 진영으로 갈라서는 것은 온당치 않다. 요즘처럼 가뜩이나 한국사회가 이념논쟁으로, 진영논쟁으로 갈라지는 판에, 신학에서도 신학적 지방주의(theological provincialism)나 좌우파로 나눠 총질하는 일은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다.

 

[9] 고신대신대원에서 예배학을 가르치는 이 책의 저자 문화랑 박사는 예배학(예전학)에 관한한 포괄적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침 없이 폭넓게 예배학 지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공교회적 전통에 서서 사려 깊은 분별력을 제공하면서 지도 그리기에 성공하고 있다. 막연한 이론의 열거가 아닌, 그래서 종종 이런 책에서 발견되는 현학적 냄새도 나지 않는, 매우 겸손하고 조심스런 필치로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가 그려낸 예배학 지도는 분명하고 명쾌하고 사용하기에 매우 쉽다. 각 장마다 Q&A를 실어 복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예배인도자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도록 이끈다. 아주 착한 책이다. 잘 쓰인 저술이다. 예배가 매우 공동체적 신학 작업인 동시에 공동체적 행위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목회자들과 신학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0] 저자 문화랑 박사는 매년 추운 1월에 미국 미시간 캘빈 대학교와 신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규모 예배 심포지엄”(Worship Symposium)의 디렉터이며 캘빈신학교(Calvin Theological Seminary)의 예배학 교수인 존 위트블리트 박사의 지도로 예배학 석사를, 시카고의 개릿 복음주의 신학교(GarrettEvangelical Theological Seminary)에서 예전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니 이 분야의 지도 그리기에는 최적의 저자이다.

 

문화랑,예배학 지도 그리기(이레서원, 2020), 248, 정가 1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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