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6 16:53
“기독교세계관과 개혁신학과 아브라함 카이퍼”
특별히 영어권에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world-life view”라고 부릅니다. 신앙은 근본적으로 성경이 말하고 있는 세계관, 인생관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세계관은 크게 창조-타락-구속-완성이라는 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런 세계관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하는 성경신학적 반성입니다. 이 전통에 따르면 피조세계와 인간사 안에는 다양한 영역들이 있는데(농업, 수학, 물리, 경제, 교육, 법, 문학, 신학 등) 그 영역들은 각자의 고유한 주권들이 있다는 것이고, 이 주권들의 최상층부에 하나님의 통치로 압축될 수 있는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브라함 카이퍼가 “인간사(인간존재)의 어느 부분이라도 하나님의 다스림에서 제외될 한 치의 땅도 없다!”라고 한 것은 바로 신앙과 학문의 필연적 연계성을 가리키는 말이며, 이것이 이른바 “기독교세계관 운동”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수상이었으며 정치가이며 “반-혁명당”(여기서 반 혁명당이란 프랑스의 대혁명이 인간 이성의 자율성을 극대화한 운동이었다고 판정하였기에, 그런 세계정신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反혁명당이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을 창당하고 당수노릇도 한 아브라함 카이퍼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를 설립하였고 자신이 조직신학을 가르친 신학자이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개혁 신학적 입장은 북미로 건너가 꽃을 피우게 되는데, 특별히 미시간 주 그랜드래피드의 칼빈대학교(Calvin College)와 캐나다 토론토에 나중에 설립된 기독교학문연구소(Institute of Christian Studies)를 중심으로 기독교세계관이 학문적 기반을 갖게 됩니다. 이 운동은 신학만이 아니라 모든 학문에서 그리스도의 주되심(Lordship)을 강하게 주창하는 운동입니다. 여기에 철학자들로서는 앨빈 플랜팅가,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리처드 마우, 제임스 스미스, 역사가로서는 조지 마스덴, 지질학자 데이비스 영, 천문학자 하워드 반틸, 신학자이면서 인문학자인 엘 월터스, 코넬리우스 플랜팅가, 윤리학자 헨리 스톱, 루이스 스메디스, 철학적 미학자 칼빈 씨어벨트, 올트하우스 등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 가운데 이들의 이름을 들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들 모두는 미국 기독개혁교단(CRCNA, Christian Reformed Church in North America)가 배출한 걸출한 학자들입니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또 다른 사람들로서 구약학자 바돌로뮤 그리고 세계관 운동에 좋은 책들을 써낸 폴 마샬, 브라이언 월쉬 그리고 아래 책의 저자인 리처드 미들턴이 있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으로서 기독교세계관 운동의 거점인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를 비롯하여 총신대 신국원 교수, 한동대 최용준 교수가 있고, 서강대 강영안 교수와 합신대의 송인규 박사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특별히 철학자로서 강영안 교수와 송인규 교수와 신국원 교수가 한국의 기독교학문 연구회(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산하 기관)에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어쨌든 리처드 미들턴의 저서는 아브라함 카이퍼적 전통의 기독교세계관을 개혁신학적 입장에서 일반 성도들을 위해 쉽게 풀어쓴 책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입니다. 아래는 출간된 미들턴의 저서에 대한 나의 추천단평입니다. 번역은 나의 제자 이용중 목사가 했습니다.
리처드 미들턴의『새 하늘과 새 땅』
(새물결플러스, 2015년, 490쪽. 23,000원)
하나님의 왕국은 역사의 끝자락에 새롭게 될 이 “땅”에 도래한다는 리처드 미들턴의 주장은 풍문에 의한 종말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교계에 가히 혁명적이고 전복적입니다. 저자는 역사의 끝에 있을 일들(종말론)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창조-타락-구속-완성”이라는 커다란 개혁신학 전통의 기독교 세계관을 통하여 유려하고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성경의 나선형적 역사관은 단순히 최초 창조로의 회복이 아니라 구속적 회복으로서 창조의 완성을 가리킵니다. 이것이 함의하고 있는바, 인간의 삶 전체가 예배이며 종교라는 미들턴의 신념은 그가 제시하는 종말론의 절정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신학의 모든 분야에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탁월한 저작입니다.
류호준 목사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