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3 16:28
[준위와 소위]
고 한주호 준위가 세상을 떠났다. 50대 중반 나이에 바다에 갇힌 아들 같은 실종자 군인들을 생각하며 바다에 뛰어들었다. 불행하게도 싸늘한 시신이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그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났다.
젊었을 때, 내겐 UDT란 이름은 언제나 '진짜 사나이'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목숨을 걸고 임무를 완수하는 그들의 투철한 사명감은 나와 같이 흐릿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언제나 태산처럼 높아보였고 때론 고막을 찢는 자명종 소리였다. 전역 몇개월을 남기고 온 국민의 마음에 사무치는 슬픔을 안기고 떠난 고 한주호 준위, 당신은 정말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가족들에게, 그리고 그의 동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몇일전 어느 국회의원이 한주호 준위의 숭고한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 계급 특진을 추서하자고 했단다. 준위에서 소위로 말이다! 아마 그분은 군대복무 경험이 없는 사람인지 모른다. "대장위에 병장이, 대위위에 방위가 있다!"는 사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그의 단세포적 사고로는, 준위보다 소위가 분명히 높다. 계급으로는 분명 그렇겠지! 그러나 세상살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단세포적 평면으로만 볼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군경력 30여년 이상의 준위를 엊그제 임관한 소위 계급장을 달아주겠다니, 허참, 생각이 길지는 못한 사람이었나 보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굳이 교회 직분에 비유하자면, 20-30년 동안 한 교회에서 성실하게 봉직한 장로님을 높여준다고, 교회에서 어느날 그에게 '전도사' 명칭을 붙여주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 젊은 전도사들은 신앙적 이력이 있는 장로님들을 귀하게 존경해야 할 것이 아닌지. 물론 장로들 역시 한주호 준위처럼 평생 주님과 그의 교회를 위한 사명감에 헌신한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존경과 명예는 거저 받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금요일 밤과 부활절 아침 사이에 끼어있는 길고 긴 토요일 오후에]